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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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지속된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다가 투신 자신을 한 학생의 유서가 공개됐었다. 그 편지에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며 온갖 욕설과 폭력 때문에 힘들었다는 얘기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편지 속에는 자신을 괴롭혔던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었다.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온 가해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괴롭혔다는 부분은 일부 인정했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행동들과 기타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부정했다.

 

 

이런 기사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도 대구에서 투신 자실을 한 학생도 이런 비슷한 이유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몇 년 전 [6월의 일기]라는 영화 또한 따돌림과 괴로움 속에 살았던 한 학생의 죽음으로 인한 엄마가 일기를 보고 자신의 아들을 위한 복수를 그린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간혹 인터넷의 기사를 볼 때 잊고 있던 연예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2위로 나오게 되면 혹시 자살 한 것이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꼭 그렇지 않은 기사들도 있지만 절반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에게 행복지수가 가장 최악인 나라가 되었고, 자살수치는 1등인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 문제가 우리나라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에는 자살을 다룬 소설이 많다. 김려령의 소설 <우아한 거짓말>은 자살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얘기도 있지만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소설은 그 이후의 친구들의 얘기로 남은 사람들의 허전함을 담고 있었다.

 

 

 

 

 

 

처음 읽어보는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 <십자가>또한 따돌림을 당하며 지내왔던 동급생의 자살을 소재로 삼고 있다. 동급생 중에 힘이 센 아이들은 유독 약해 보이는 아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자신의 무료함을 달랜다. 힘으로 제압한 그들의 권력은 어쩌면 하루를 짓누르는 자신들의 세계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 일 수 있다. 그런 달콤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때리고 괴롭히고, 돈을 갈취했을 것이다. 나약하게 주저앉은 모습이 자신의 모습일지 모른다며 때로는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더 심한 구타를 했을 것이다.

 

소설은 그들의 모습을 담기보다 후지슌이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 특히 가족과 연결된 동급생의 남은 삶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후지슌은 죽기 전 자신이 짝사랑했던 사유리에게 전화를 했고, 사유리의 생일 선물을 챙겨주고 싶었다.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후지슌의 선물을 받는 것이 꺼렸던 사유리는 당연히 휴지순의 선물이 반가울리 없다. 사유리는 당연히 휴지순의 선물을 거부했지만 그날 후지슌은 사유리에게 주기로 이미 마음에 정했던 선물을 포장했고, 사유리의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사유리의 선물을 포장했던 끈으로 자신의 집 감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었다. 죽기 전 이미 써 놓은 유서에는 주인공에서 절친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사유리에게 미안하다는 말, 그리고 자신을 괴롭혔던 두 가해자에게 용서 하지 않겠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간혹 불렀던 바람에 자신이 몸이 흔들리며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후지슌의 아버지는 주인공에서 아주 괴로운 얼굴을 하고 죽었다는 얘기를 해 줬다.

 

 

 

죽은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가 남겨 놓은 숙제들을 풀며 살아야 한다. 후지슌은 왜 주인공을 절친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물음 때문만이 아니라 후지슌이 절천이라고 칭해 놓은 그 단어 하나 때문에 몇 년을 휴지순의 기일에 휴지순의 어머니를 찾아 봐야했고 어찌 보면 후지슌 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한 방관자이면서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앉아 있어야 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편치 않다. 더욱이 후지슌이 짝사랑했던 사유리 또한 마지막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신이고, 혹시 자신이 그날 좀 더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면 그렇게 무심히 세상을 떠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죄책감에 살아야 했다.

 

 

간혹 내가 했던 말들은 어떤 이에게 가시가 되어 박혀 상처가 되어 곪아진 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이에게 받은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내가 했던 실수를 느꼈던 어떤 일들은 그 일이 십자가가 되어 나를 괴롭힌 채 등에 매달고 살아갈 수 있다.

 

 

후지슌 의 절친이 아니었던 주인공은 후지순의 절친이라는 말 때문에 그동안 자신의 방관자 입장에 있던 순간이 십자가가 되어 남은 시간을 힘들게 지냈다. 사유리는 후지순의 짝사랑 대상자였다는 이유로, 마지막 전화를 받았던 순간 그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등에 진 채 살아가야 했다. 그래서 주인공과 사유리는 서로가 등에 진 십자가의 무게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가까워 질 수 없었을 것이다.

 

 

“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한은 거야.” P75

 

 

 

 

 

정작 후지슌 을 괴롭혔던 미시마와 네모토의 죄책감 따위는 책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을 응징하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은 졸업식에 죽은 아들의 사진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끝이다. 범인이 정해져 있었던 왕따 놀이에 정작 괴롭고 힘든 사람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남은 가족들이다.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일상은 그동안 남겨진 추억들이 대신해야 했지만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아프고 괴로운 일이다. 더욱이 같은 동급생인 주인공과 사유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도쿄의 대학에 들어가고 점점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은 얼마나 아플까. 그런 모습에 점점 지켜갔기 때문에 아픈 몸을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숨을 거둘 수 있었을지 모른다, 후지슌의 어머님은.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본 후지슌은 [세계 여행 : 유럽]편에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묘지공원)에 종이를 끼워 놓았다. 커다란 십자가가 있는 그 공원의 모습을 보고 혹시 저자가 제목을 따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공원에 커다랗게 있다는 십자가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스웨덴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묘지공원)

 

 

 

“언덕 꼭대기에 우두커니 서 있어서 그런지 외톨이 특유의 쓸쓸함도 겸비하고 있었다.”P153

사진을 보았을 때,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본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떠난 자를 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들은 더 그렇겠다. 후지슌이 가고 싶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세계 여행 : 유럽]편에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묘지공원)에 결국 찾아갔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떠나 보지 못했던 아들과의 만남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있었던 자리에 돌아와 남겨진 삶을 살아가겠지.

 

어느덧 주인공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인간은 경험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아이의 노트에 절친이라고 쓴 단어를 보며 차오르는 슬픔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후지슌이 왜 나를 절친이라고 했을까. 어쩜 주인공은 떠난 후지슌의 숙제를 더 풀어야 할지 모른다.

 

 

가볍게 읽었던 책이, 가슴 무겁게 끝이 났다. 마음이 쓸쓸한 오후였다. 문득 지나버린 일들을 떠 올린다. 아이들이 더 이상 가슴 아프게 삶을 포기하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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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을 얻는가 - 초한지 유방의 인재경영 리더십
신상이반 지음, 하진이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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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다.

 

 

 

 

언젠가 어떤 케이블 오디션에서 어떤 사람이 “우연도 그 사람의 실력이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지만 나중에는 나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화가 났다.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 원했던 일이 나에게 우연이라도 오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일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우연도 그 사람의 실력이라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된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이 실력인 것이다. 나는 그렇게 그 말을 고치고 싶다.

 

 

[어떻게 사람을 얻는가]라는 책은 항우와 유방과의 관계를 여러 정황에 비유하며 진정한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초한지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책이 읽힌다. 무엇보다 영화나, 다이제스트로 읽은 초한지에서 몰랐던 항우와 유방의 에피소드들이 참 재밌다. 모처럼 센스 있는 책을 만났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우연히 따른다. 그 우연 속에 항우와 유방이 있다. 작년이었나? 항우와 유방의 관계를 놓고 [샐러리맨 초한지]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과 그의 적수였던 항우를 현대판으로 가져다 놓았던 설정이 재미있었다. 도시와 시골로 따진다면 시골 출신이었던 유방과 도시 출신의 항우의 모습도 비슷했고 일을 풀어 나가는 모습도 오래전에 읽었던 책과 비슷해서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다.

 

몇 번을 실패를 해도 겁내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유방의 저력은 무엇일까? 모든 것을 다 가졌어도 단 한 번의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좌절한 항우는 진정한 패배자로 끝이 나는 것일까. 그들의 차이점은 아마도 리더십의 차이였을 것이다.

 

 

진정한 지배자로 거듭 날 수 있었던 유방의 리더십은 지금의 경영자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P28)

 

 

유방처럼 시골출신에, 배운 것도 많이 없고 뛰어난 학식을 품었던 것도 아니고 엘리트 집안에서 공부하여 대단한 배경을 가진 것도 아닌 그가 오로지 잘 한 것은 사람을 잘 들이고 거두고 관리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던 사람도 아니고 제갈량처럼 철두철미하여 모든 것을 다 자신이 주관해서 처리해야 할 필요도 없이, 각 부서마다 관리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는 능력, 적재적소에 전문적인 인재들을 배치하여 각자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리더가, 유방이 이었다.

 

 

진정한 리더는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들, 그들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너무 대범해도 매력이 없지만, 너무 소심하면 그것 또한 큰일을 그르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유연하게 항우와의 관계를 유지시키며 마지막에 결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야 말로 큰 인물이다. 누군들 그렇게 못할까, 싶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모두 리더가 될 수 없는 것일까.

 

한나라를 세우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을 것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유방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전쟁에 나가 땅을 차지하면 냉혈인간이 되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항우와는 달리 유방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며 지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항우와 달리 너무도 부족했던 그가 나라를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다수의 말을 듣고, 그들을 따르게 하는 힘이 필요한데, 요즘 리더들은 그들의 얘기를 묵인하고, 외면하는 실정에 답답하다.

 

 

분명 항우는 유방보다 뛰어난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항우가 아닌 유방이었고, 그의 뛰어난 경영능력은 지금에도 비유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다. 세상이 변했지만 수백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리들은 영원한 것이다.

엄격한 규율과 규칙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가 중요했던 유방 (P86), 전쟁을 통해 얻은 땅의 백성들을 도륙하지 않고 품에 안았던 그의 품성은 인간적인 경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것을 다 수용하며 저자세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군주의 지위를 위협하는 일 없이 순순히 복종하게 만들려면 고도의 관리 능력이 필요했던 (P136)때는 그의 관리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인재들을 각자의 능력에 맞춰 직책을 주는 것이다. 네가 만들어 놓은 판을 짜고,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능력 향상을 해주는 그의 리더십은 인간적이고 창의적이다.

 

[한비자는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P157]

경영자는 혼자만의 기업을 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하직원의 힘과 지례를 이용할 줄 알아야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유방은 최고의 리더가 아닐까.

 

 

 

[이 세상에는 인재는 많다. 인재를 식별하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을 발견하는 것이고, 인재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알면서 제대로 기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적자산의 낭비이자 회사의 손실이다. P177]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가 어떤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발휘 할 수 있는지 찾아내는 능력, 그것을 잘 써먹을 수 있는 직관은 어쩌면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되었던 유방은 끊임없이 노력했던 부분도 가지고 있었겠지만, 어느 부분은 남보다 타고난 센스와 감각이 있었던 사람이지 않았을까.

 

 

그의 폭 넓은 인맥이 결국 그의 능력이 되어 그는 그토록 원했던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고, 그는 항우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직 큰일을 위해 달려갔다. 포부 좋은 그를 보며 지금의 리더들을 떠 올려본다.

 

참 부끄러운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항우가 되어가고 있다. 좋은 배경, 좋은 직장, 좋은 학벌,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만 한 번의 흔들림에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안색은 온화하게, 외모는 공손하게, 화가 났을 때는 앞으로 초래할 결과를 생각하며 이성적으로 대처하라.”P302

 

 

논어의 구절처럼 경영자들만 인격수양을 할 것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많은 이들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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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의 선택 - 결단, 당신을 리더로 만드는 힘!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특별강의 지음, 김정환 옮김 / 소프트뱅크커머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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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것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하면 그것에 따른 결과로 인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도 있다. 우리는 그 선택에 앞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할 것이고 선택에 결과를 받아들이고 기뻐하거나 좌절하게 된다.

 

 

아주 오래전에 이휘재의 <인생극장>을 통해 두 개의 선택을 했을 때의 결과를 보여준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다소 작위적이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결과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꼭 A 또는 B만으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선택을 통해서 더 많이 배웠다.

 

진정한 리더는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의 대기업이나 다른 부분의 결과물들을 보면 사실 많이 궁금하지는 않다. 그들의 선택은 무조건 자신의 이익에 앞서 있다고 생각이 가장 먼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가 선택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면 좀 참고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손정의 선택>은 강연에 있던 질문과 그만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부분으로 나눠져 책이 서술되어 있다. 제1강에서 30가지 질문에 대한 손회장의 선택이 제시되어 있고, 그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들어 있는 제2강에서는 ‘손의 제곱병볍’에 나오는 문자 중에서 질문과 특별히 연관이 깊은 문자와 관련한 내용이 나오는 페이지를 표시해 놓았다. P07

 

 

<손정의의 선택>은 강연에 있었던 내용이 좀 간추려져서 출판된 책인데, 강의를 들어보지 않았더라도 강연자가 제시한 질문에 A 또는 B를 선택을 할 수 있게 책이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앞서 얘기했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처럼 선택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하는 질문들이 몇 개 있다.

 

최선의 선택으로 앞으로 닥칠 손해를 가장 감수해야 할 기업의 리더가 선택해야 하는 인생극장은 때로는 엉뚱한 것도 있다.

 

질문 15에 있던 부분인데,

갑작스럽게 회사에 불미스러운 문제가 발생했다. 무엇이 최고의 과제로 삼아야 할까?

당신이 이러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A. 언론보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처리한다.

B. 언론보도 위험을 각오하고 고객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최우선 책임으로 삼는다.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모두 A의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쁜 역으로 나온 조연들은 그런 선택을 하고 주인공을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손정의의 선택은 B였다. 대중의 입장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모두 B의 입장에 있으며 그렇게 해주길 원하지만 대기업은 그동안 그런 행동을 해줬다는 기사를 읽어본 적이 별루 없다. 하지만 손정의는 우리가 원하는 B의 답을 해줬는데, 이게 읽는 동안 참 작위적은 선택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주기위한 착한 선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B의 선택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했다는 일화를 소개까지 해주시니 뭐, 도의적으로만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꼭 B의 선택을 했다고 말해주는 것이 책을 통한 착한 이미지를 주기위한 것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진정한 리더는 어떤 존재이며, 어떤 사람을 의미라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 시작했던 책이었지만, 진정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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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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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와 엄마가 한동안 심상치 않은 증상이 있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나는 왼쪽 가슴에 두어 달 전부터 통증이 있어서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왼쪽보다 오른쪽이 이상이 있었다. 다행히 종양은 아니었지만 섬유종이라고 했다. 그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 일주일동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조직검사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기 때문에 무서웠고 조직검사를 하느라 참아야 했던 고통이 힘들었었다. 생살을 찢는 고통이란 이런 것이구나. 아이를 낳는 것은 이보다 더 할 텐데, 아이를 낳은 여자들은 참 대단하구나! 여겨졌다.

 

엄마는 폐가 많이 안 좋았다. 다행히 이런 저런 검사를 해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이가 있으시니 편하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내의 조직 검사가 있고나서 엄마의 검사가 이뤄지고 가족들인 서너 달 분위기가 많이 울적했었다. 그런 것 때문에 동생과 함께 가족이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만들어보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여행도 계획을 해보고, 맛있는 맛집들도 찾아다니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 도중 동생이 그런 얘기를 했다.

 

 

엄마가 떠나는 것은 생각도 안했는데, 아파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보고 나니 엄마가 없으면 어쩌나 싶어서 일주일을 밤마다 울면서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엄마랑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원하자마자 엄마가 좋아하는 곤드레 밥을 먹으러 갔다고 하며 잠시 동생은 울먹거렸다.

 

 

 

한 번도 엄마가 없어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가 엄마가 아프거나 내가 아프면 이런 생각이 들어 목구멍이 따갑고 가슴에 통증이 오는 감상적인 시간이 오고 만다.

 

 

 

윌은 췌장암 4시에 있는 엄마와 함께 남은 시간을 좀 더 엄마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윌의 엄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 꼭 그곳에서 병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정치와 종교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그곳에서 옮을 수 있는 모든 박테리아나 질병을 확실히 식별해내리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P25

 

 

 

 

오래전부터 윌의 엄마는 책을 많이 읽었다. 독서를 하는 것을 명상의 한 형태 일수 있다고 말하는 윌처럼 그녀도 독서를 통해 마음의 수련을 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췌장암은 발병률은 낮지만 사망률은 1위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자가 증상이 나타나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암 세포의 증식은 엄청나고 힘든 병이라고 한다. 윌의 엄마도 그동안 증산 없이 갑작스레 나타난 병이라 가족들은 그녀의 남은 날들을 함께하기 위해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자주 만나지 않았던 사람에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자주 찾아오고 여행을 가는 것은 그녀는 원치 않아했다. 물 흘러가는 대로 그냥 시간에 맞게, 현실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며 살아가길 원했다. 그래서 멀리 있는 그녀의 딸도 안부 전화가 가끔이고 일부러 애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보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엄마를 위해 윌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그동안의 독서를 많이 하셨으니 엄마와 함께 둘만의 독서클럽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 책은 어머니와 내가 늘 관심을 두고 있기는 해도 왠지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는 편치 않은 어떤 주제를 서로에게 소개하고 탐색해나가도록 도와주는 수단이었다. 또한 우리가 압박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때, 대화 거리를 던져주는 주체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고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책에 대해 점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4

 

 

 

함께 읽을 책을 말하고, 좋아하는 것을 같이 공유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감정을 얘기하며 살아가는 일이 참, 아름답다. 윌이 엄마와 함께한 독서 클럽은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거나 읽지 못했던 책을 구해와 읽고 얘기하는 형태였다. 엄마는 둘만의 독서클럽을 좋아하시며 윌과의 책 읽기를 즐기며 고통을 견뎌낸다.

 

 

그런 것이 그녀가 남은 시간을 위한 명상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픈 순간을 모두 잊고 책이 주는 즐거움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또 책을 읽거나 이미 읽은 책을 기억해내지도 못하는 건 물론이고, 좋아하던 곳을 찾아가지도, 그곳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이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해내지도 못한다면, 그 삶이 어떨지 나는 상상도 못하겠구나." P181

 

 

 

 

이 책이 참 정겨웠던 것은 독서토론을 한 책들이 고전에 머물러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1~2년 전에 출간된 책들이 소개된 것도 있고, 내게는 읽으려고 목록에는 있었지만 읽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엄마와 함께한 북클럽 얘기를 소재를 가지고 책을 쓰긴 했지만, 엄마와 북클럽 얘기보다 말기 암을 견디고 있는 엄마와의 지난 시간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의 느낌이 어떠했고, 나열하기보다 그때의 느낌을 안고 있는 엄마가 앞으로 남은 시간의 일상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은이가 처음에는 책 제목을 보고 딸이겠거니 했는데, 아들이었다. 참 살가운 아들이다. 문득 이런 에세이가 딸이었다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 올까 생각했지만, 딸이건 아들이건 무슨 상관인가. 그저 이렇게 엄마를 위해 책을 고르고 책을 읽고 엄마의 마지막 여행을 도와주는 것은 모든 자신이 원하는 것 아니겠는지. 그래서 마지막은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얘기하지 못한 것이, 그런 일상을 더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할 것이다.

 

 

 

문득 나에게 남은 날들을 써야 한다면, 혹은 나의 어머니가 그렇다면 어떻게 즐거운 한때를 매일 만들며 살 수 있을까 한참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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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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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모사하는 일은 너무 쉽게 다가오고 너무 어렵게 끝난다. 인간이 만든 생간물의 많은 것은 자연에서 얻어진 것이다. 형태나 소재뿐 아니라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거기에 담긴다. 때로는 그저 자연의 일부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담아내거나 조각으로 만든 것조차 사람들은 기꺼이 시선을 던진다. 아프리카 초원에 누워 있는 사자. 수풀이 가득한 호수의 풍경, 거대하게 그려진 꽃잎, 매끈하게 조각된 물고기. 자연은 가장 상투화된 예술의 대상이지만 자연 그 자체가 지니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꿈꿀 수 있기에 끊임없이 묘사되고 또 모사된다.] P243

 

 

 

 

 

어떤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작가들은 경험을 통한 소재를 찾아 이야기를 만든다. 때로는 전해들을 얘기들이 모여 감동적인 얘기가 되어 책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뭔가를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은 얼마 없지 않을까 싶다. 자연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금 변형을 주어 조각을 만든다. 그리고 만들어진 조각들은 새로운 얘기를 쏟아낸다.

 

 

저자는 자연을 통해 만들어낸 이야기는 때로는 노동을 통한 유희라고 말한다. 작은 것 하나 하나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이 되지만 그는 그것이 하나의 유희고 즐거움이었다.

 

 

 

책도 나무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나무를 깎아 조각을 만들고, 나무를 통해 책을 펴냈다. 그런 얘기들이 오밀조밀하게 엮어져 있는 책이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이다. 몇 년 동안 저자가 깎아 만든 조각들에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만들어냈다.

처음에 몇 장을 보다가 <웰레스와 그로밋>이 떠올랐다. 그로밋 같은 똑똑한 강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보니 가슴에 담긴 하나의 장면이 이렇게 표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페이지가 한두 개가 아니다.

 

 

 

 

 

 

 

 

 

 

 

 

 

책의 바다에 빠져드는 이 장면을 담은 모습에 작가적 상상력이 근사하다고 느끼게 된다.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나뭇결은 얼마나 곱고 반질거릴지 가서 손때를 좀 묻히고 오고 싶다.

 

작가의 자연주의 글쓰기와 생활모습에 담긴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책속의 얘기들은 감동적이거나 난해한 얘기도 있지만 유쾌한 작가의 유희도 있다.

 

 

 

 

 

 

 

삽이 어느 날 그냥 자신이 태어난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주인이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는데?” 라고 하나 “쇠…….”라고 한 것을 “새”로 알아듣고 삽을 새로 만들었다는 그런 얘기, 그런 모습을 담아 놓은 작품의 모습이 때로는 엉뚱한 사람이구나 생각된다.

 

 

 

 

때로는 등 집이 없는 민달팽이 하나 만들어 놓고 집이 없다는 것이 서럽다는 것을 시사 한 그 작은 문장은 또 얼마나 우습던지.

 

 

 

 

[현대문명의 질주 속에서 기계들은 그 어디서건 효율성과 합리성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꿈꾼다. 더 크고 더 정교하고 더 미끈하게 다듬어진 문명의 이빨에 대한 경배가 매일 도처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그 어디든 그들의 이야기가 있을 뿐 우리의 이야기가 들어갈 틈은 없다.]P73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거의 똑같은 모습을 보는 것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앉아 있건 서 있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고 기사를 검색한다. 한적한 때 지하철을 타고 가더라도 앉아 있는 사람들 절반은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 언젠가 식구들과도 밥을 먹다가 잠깐 쉬는 타임에 꼬마까지 포함해서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서 기사 검색, 게임에 열중해 있는 모습을 봤다. 이렇게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정교하고 더 미끈하게 다듬어진 문명의 이빨에 우리의 이야기가 끌 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긴 얘기를 차지하고 있는 개와 의자에 대한 얘기는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다가 사진 한 장을 보고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다.

 

 

 

 

나무의 물결을 느낄 수 있는 책인데, 그 무늬를 느끼는 동안 조금 어려웠던 얘기들이 있었다. 책 표지만 보면 동화 같은 얘기 같지만 이야기 속은 좀 더 진지한 어른들의 세계를 얘기하고 있다. 책을 만들어 낸 작가의 노고가 빛나지만, 사실 사진속의 그들을 만나고 싶은 욕망이 더 커서 책보다 그들이 더 그리워질 것 같다.

 

 

 

 

 

 

 

 

 

잘 다듬어진 장비들을 보니 작가가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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