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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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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와 엄마가 한동안 심상치 않은 증상이 있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나는 왼쪽 가슴에 두어 달 전부터 통증이 있어서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왼쪽보다 오른쪽이 이상이 있었다. 다행히 종양은 아니었지만 섬유종이라고 했다. 그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 일주일동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조직검사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기 때문에 무서웠고 조직검사를 하느라 참아야 했던 고통이 힘들었었다. 생살을 찢는 고통이란 이런 것이구나. 아이를 낳는 것은 이보다 더 할 텐데, 아이를 낳은 여자들은 참 대단하구나! 여겨졌다.

 

엄마는 폐가 많이 안 좋았다. 다행히 이런 저런 검사를 해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이가 있으시니 편하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내의 조직 검사가 있고나서 엄마의 검사가 이뤄지고 가족들인 서너 달 분위기가 많이 울적했었다. 그런 것 때문에 동생과 함께 가족이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만들어보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여행도 계획을 해보고, 맛있는 맛집들도 찾아다니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 도중 동생이 그런 얘기를 했다.

 

 

엄마가 떠나는 것은 생각도 안했는데, 아파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보고 나니 엄마가 없으면 어쩌나 싶어서 일주일을 밤마다 울면서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엄마랑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원하자마자 엄마가 좋아하는 곤드레 밥을 먹으러 갔다고 하며 잠시 동생은 울먹거렸다.

 

 

 

한 번도 엄마가 없어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가 엄마가 아프거나 내가 아프면 이런 생각이 들어 목구멍이 따갑고 가슴에 통증이 오는 감상적인 시간이 오고 만다.

 

 

 

윌은 췌장암 4시에 있는 엄마와 함께 남은 시간을 좀 더 엄마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윌의 엄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 꼭 그곳에서 병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정치와 종교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그곳에서 옮을 수 있는 모든 박테리아나 질병을 확실히 식별해내리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P25

 

 

 

 

오래전부터 윌의 엄마는 책을 많이 읽었다. 독서를 하는 것을 명상의 한 형태 일수 있다고 말하는 윌처럼 그녀도 독서를 통해 마음의 수련을 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췌장암은 발병률은 낮지만 사망률은 1위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자가 증상이 나타나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암 세포의 증식은 엄청나고 힘든 병이라고 한다. 윌의 엄마도 그동안 증산 없이 갑작스레 나타난 병이라 가족들은 그녀의 남은 날들을 함께하기 위해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자주 만나지 않았던 사람에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자주 찾아오고 여행을 가는 것은 그녀는 원치 않아했다. 물 흘러가는 대로 그냥 시간에 맞게, 현실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며 살아가길 원했다. 그래서 멀리 있는 그녀의 딸도 안부 전화가 가끔이고 일부러 애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보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엄마를 위해 윌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그동안의 독서를 많이 하셨으니 엄마와 함께 둘만의 독서클럽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 책은 어머니와 내가 늘 관심을 두고 있기는 해도 왠지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는 편치 않은 어떤 주제를 서로에게 소개하고 탐색해나가도록 도와주는 수단이었다. 또한 우리가 압박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때, 대화 거리를 던져주는 주체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고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책에 대해 점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4

 

 

 

함께 읽을 책을 말하고, 좋아하는 것을 같이 공유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감정을 얘기하며 살아가는 일이 참, 아름답다. 윌이 엄마와 함께한 독서 클럽은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거나 읽지 못했던 책을 구해와 읽고 얘기하는 형태였다. 엄마는 둘만의 독서클럽을 좋아하시며 윌과의 책 읽기를 즐기며 고통을 견뎌낸다.

 

 

그런 것이 그녀가 남은 시간을 위한 명상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픈 순간을 모두 잊고 책이 주는 즐거움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또 책을 읽거나 이미 읽은 책을 기억해내지도 못하는 건 물론이고, 좋아하던 곳을 찾아가지도, 그곳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이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해내지도 못한다면, 그 삶이 어떨지 나는 상상도 못하겠구나." P181

 

 

 

 

이 책이 참 정겨웠던 것은 독서토론을 한 책들이 고전에 머물러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1~2년 전에 출간된 책들이 소개된 것도 있고, 내게는 읽으려고 목록에는 있었지만 읽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엄마와 함께한 북클럽 얘기를 소재를 가지고 책을 쓰긴 했지만, 엄마와 북클럽 얘기보다 말기 암을 견디고 있는 엄마와의 지난 시간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의 느낌이 어떠했고, 나열하기보다 그때의 느낌을 안고 있는 엄마가 앞으로 남은 시간의 일상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은이가 처음에는 책 제목을 보고 딸이겠거니 했는데, 아들이었다. 참 살가운 아들이다. 문득 이런 에세이가 딸이었다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 올까 생각했지만, 딸이건 아들이건 무슨 상관인가. 그저 이렇게 엄마를 위해 책을 고르고 책을 읽고 엄마의 마지막 여행을 도와주는 것은 모든 자신이 원하는 것 아니겠는지. 그래서 마지막은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얘기하지 못한 것이, 그런 일상을 더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할 것이다.

 

 

 

문득 나에게 남은 날들을 써야 한다면, 혹은 나의 어머니가 그렇다면 어떻게 즐거운 한때를 매일 만들며 살 수 있을까 한참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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