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쉬게 하라 - 나를 괴롭히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정은지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자주 연락을 한동안 못했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얼굴이 많이 핼쑥해 있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얼굴은 그가 얼마나 고민이 많았거나 업무가 힘들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매번 운동을 해서 살을 빼야겠다는 그녀의 몸과 얼굴은 너무 심한 마음고생 다이어트로 홀쭉하다 못해 아파보이기까지 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사회생활 속에 절을 떠나지 못하고 밥벌이를 해야 하는 그녀는 직장 상사와의 마찰로 많이 힘들어했고, 둘 중 누군가 떠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그런 지경에 이르렀었다. 강철 같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그녀가 어느 날은 퇴근하고 돌아와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지금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일화를 들으니 우리가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힘들면 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녀뿐만이 아니라 나 또한 직장을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과중한 업무가 아니라 조직의 불만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사람 때문이었다. 마음 고생하는 것이 싫었고 인성이 성글지 못한 나였지만 상대방은 더 형편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며 무시했었다.

 

 

[생각을 쉬게하라]를 읽으면 그동안 내가 평가하며 단호하게 뿌리치며 떠났던 직장 속에서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지금은 그때의 나의 실수와 잘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나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했지만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거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인데 나는 상대방이 실수하거나 그의 허점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동안 일본의 스님들이 낸 책들 중 [생각 비우기나], [화내지 않는 연습]같은 책을 통해 마음의 수련을 쌓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 또한 마음의 수련을 쌓고 마음을 다듬으며 나도 완벽하지 않으니 상대방도 그런 사람으로 그의 허물도 덮어주고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뭐가 잘났다고 남들한테는 그렇게 강력한 잣대를 들이대며 살았나?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다.

책은 일화를 소개하고, 그 다음은 그것에 맞는 구절들을 소개한다. 한 장에 적힌 문장이 많이 없는 것도 있는데 한 장의 무게가 수십 권의 책보다 더 묵직할 때가 있다. 가끔 마음이 복잡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장해야겠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책을 통해 반성을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욕심을 버려라, 비워라, 남을 탓하지 말고 너를 탓해라…….등등 이런 글귀가 때로는 부족한 나를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나의 부족만 탓하기엔 세상이 그렇게 깨끗하고 올바르지 않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이 된다. 내가 나만 탓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일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나만을 탓하지는 말자. 물론 남을 탓해봤자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니 소용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래서 남을 탓하기보다 나를 탓하며 그 일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를 너무 탓하여 나를 모자란 사람으로 만들면 그것 또한 나를 너무 부족한 사람으로 만드니 이것은 또 나를 탓하며 살기엔 너무 억울하니 나를 탓하지만 그의 부족함을 함께 인지하며 빨리 잊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걸 가지고자 하는 욕심은 손에 쥐고 있는 행복까지도 빠져나가게 만든다.” P37 -담마파다

 

 

위의 얘기는 참 식상한 얘긴데도 정신이 번쩍 든다. 어쩜 나를 전부 탓하지 못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설교를 늘어놓은 자는 고상하고 품위 있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말을 늘어놓아도 그게 말뿐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소를 치는 자가 타인의 소를 가르치려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럴싸한 말을 늘어놓아도 스스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는 단지 한심한 게으름뱅이에 지나지 않는다.“” P55 _ 우다나바르가 제 4장

 

 

주변에 남에게 훈수를 잘 두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정말 이런 저런 말로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고 훈수를 두거나 혹은 가혹한 말로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 이 구절을 읽는데 나는 그녀가 떠올랐다. 훈수를 잘 두며 남에게 이런 저런 코치를 하며 남의 험담을 일삼는 그녀에게 누군가 이런 얘기를 전해준다면 그녀는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선 내게 이런 얘기를 누가 한다면 나 또한 어떻게 그 얘기를 받아들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다.

마음을 지배한 자가 삶을 지배한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만 믿고 의지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힘든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일지라도 요즘 같아선 나는 정말로 나를 의지하며 나를 믿으며 나의 삶을 지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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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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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백건대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운이 좋다고 하면 아이러니하게 드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의 저자 정유선은 뇌성마비 장애인이지만 조지 매이슨 대학의 교수이며 ‘최고 교수상’을 받은 비정상인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그녀보다 신체적으로 훨씬 자유롭고 훨씬 쉽게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통해 모두가 동경하고 받고 싶어 하는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자신보다 더 자유롭게 걸을 수 있고 말 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용기 있는 권유가 담긴 책을 냈다.

 

 

닉 부이치치가 얼마 전 힐링 캠프라는 예능 토크쇼에 나오는 것을 봤다. 그의 눈물겨운 지난날을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지만 역시나 이런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것은 지금 나의 신체의 고마움이 먼저 든다. 그리고 그들의 노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너무 편하게 살고 있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것이 이들을 통해 얻게 되는 순서가 아닐까.

너무 예쁜 아이가 어느 날 고열로 시달리다가 그것으로 인해 말을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하게 되는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본인도 부모도 모두 절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강철 멘탈을 만들며 즐거운 인생을 사는 그들을 보면 역시 주변에 그들을 그렇게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녀를 업고 학교에 다니며, 장애인 학교가 아니라 일반 학교에 보내며 견뎌야 했던 많은 눈초리와 고통스러운 시간을 함께 지탱해줄 부모가 있고 장애가 있어도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고 함께 해주는 형제, 자매가 있다. 또한 그녀가 공부를 잘했지만 그녀를 받아줄 대학이 없어 미국으로 홀연 단신으로 외국 유학을 갈 수 있게 해준 그녀의 집의 재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분명 그녀의 노력이 99%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를 미국으로 보낼 수 있는 부모의 의지와 자본이 없었다면 그녀가 미국에서의 생활을 시작 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성치 않은 몸으로 한국말도 잘 발음되지 않은 그 언어 구사력으로 영어로 수업 발표까지 해야 하는 그 환경의 어려움과 교우 관계의 고달픔은 물론 알겠지만 이미 미국에서 터를 잡고 있었던 그녀의 이모가 없었다면 그녀의 삶은 또 어떠했을까.

그렇지만 이런 자본과 깨우친 부모가 아니더라도 그녀는 한다면 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뭔가 이뤄냈으면 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페이지는 참 많다.

 

일그러진 얼굴, 실룩거리는 입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서툰 젓가락질을 해도 그녀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쉽게 보내지 않았다.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찾아왔고, 더 이상은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실망할지 모르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리라.” P43

 

"누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당당히 해라. 그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P48

 

"얼마나 울었을까, 한참을 울고 일어난 나는 다시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괴롭고 힘들어도 포기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P89

 

"내가 생각하는 장애란 스스로 심리적 한계를 긋고 자신과의 싸움을 쉽게 포기해버리는 행위 그 자체다.”P93

 

 

 

 

 

그녀의 얘기 속에는 이런 얘기들이 참 많다. 젊은이들을 위한 지침도 있고 청춘이 아니더라도 반성이 되거나 수첩 어디에 적어 놓고 싶기도 한 문장이 많았다. 가끔은 이런 문장들을 볼때면 그녀를 일으켜 세웠던 문장이라는 생각에 그녀에겐 환경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녀는 그 환경적인 서러움에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아이들의 얘기에 눈물이 맺히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있을 수 있을까. 엄마가 분명 다른 친구들의 엄마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절대 엄마에게 먼저 왜 다른지 물어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엄마의 자식들은 다른 건가 어린 아이들이지만 존경까지 하고 싶어진다. 어느 날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이 생선은 머리를 좋아지게 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엄마가 머리에 상처가 나서 아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생선을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일화들, 그리고 큰아들에게 엄마가 다른 엄마와 다르냐고 물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 또한 감동스럽다.

 

 

그런 아이들과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남편을 만나고, 몸이 성치 않은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몸소 실천해 주셨던 부모를 만난 그녀는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이런 부모와 아이를 낳고, 남편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참 운 좋은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몸이 불편하지만 마음은 몸과 달리 훨씬 자유롭고 유윤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몸은 자유롭지만 마음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훨씬 많고 드러나지 않은 상처들로 마음을 다쳐 괴로운 날들을 보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런 부분으로 본다면 그녀의 몸이 불편하지만 그녀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날들을 생각하면 그녀의 바람처럼 그녀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과 자신의 분야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그녀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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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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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읽다가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쉽게 책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책 내용 때문에도 있지만 작가의 노련한 캐릭터를 뽑아내는 솜씨에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가장 섬뜩한 것은 아동 성폭력이 주된 사건 배경이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아동 성폭력에 대한 뉴스는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점점 더 많은 기사거리들이 나오고 요즘 같은 세상에 예쁜 딸을 키운 다는 것이 얼마나 험준하고 힘들까 걱정이 앞선다. 몇 년 전 [테이크]라는 영화를 보고 온 팀장님은 딸만 셋을 키우셨던 분이셨는데 그날 와이프와 함께 심야 영화를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한다. 이런 험악한 세상에 딸을 곱게 키워 내는 것이 아빠로, 그들을 지키는 가장으로 너무 무서워서 그날 밤 집에 들어가 아이들이 누워 있는 방을 들락거렸다는 얘기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또한 유명한 누구누구의 어린 소녀들의 성범죄 얘기들이 있지 않나. 그런 얘기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고, 앞으로 그 어여쁘고 귀여운 아이들이 남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턱 막힌다. 공지영의 [도가니]를 통해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을 분노를 사게 했던 그 얘기 또한 얼마나 끔찍하고 가슴 아린 현실이란 말인가. 그런 일들을 죄의식 없이 행하는 그들의 뇌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 졌단 말인가. 화가 나고, 속상하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다룬 책은 쉽게 책장도 넘기지 못하고 다 읽고 나면 그날은 많이 울적하다. 분명 스피드하게 읽었고 재미난 표현도 참 많았지만 아동 성범죄를 지은 한명의 인간이 아니라 단체로 움직여 그것을 동영상으로 찍고 팔아 부를 축적한다는 무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세상이 무서울 뿐이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들을 중간에 몇 권 못 읽었다가 여섯 번째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사악한 늑대]는 위에 언급한 끔찍한 아동 성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그녀의 스피드 한 진행이 마음에 들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물들이 나오니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연결 고리를 엮어 나가서 인물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살짝 혼동이 오긴 하더라. 물론 작가가 인물 하나를 만들 때 그냥 만들어 내는 인물이 없겠지만 (사연 없는 묘지 없듯이) 조금만 줄여서 남겨진 인물들을 응집해 준다면 참 고맙겠다.

 

 

그동안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참 즐겁고 스릴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잡은 무거운 소재와 주제 의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통해 우리가 쉽게 잊힐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줬으면 좋겠는데 배경이 그래서 그런지, 현실감이 살짝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문득 피아가 좋아했던 크리스토프의 이유들이 떠오른다. 함께 대화할 수도 있지만 함께 침묵할 수 있어 좋아했던 그와 잘 되길 바랐는데, 요것도 좀 아쉽고 피아의 아픈 과거와 로맨스가 다소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인가 했지만 역시 독자들에게 한 페이지 숨고르기를 하며 웃으며 읽을 타이밍이 있어 좋았다. 역시 작가가 고생한 만큼 작품이 나온다고 하면 다른 이전의 작품들에 대한 누가 될까. 피아가 경찰관이 되고자 했던 과거는 역시 이 책 내용을 위한 전조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엠마가 두 번째 아이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키워 내길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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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
윤성식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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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어린왕자를 몇 번씩 읽지 않았다면 아마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생각이 되지만 그것을 떠나 나이를 먹고 바쁜 시간을 쪼개 책을 꼼꼼하게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왜 읽고 있는 것일까.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겠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생각은 사실 사라지고 없다. 그저 사람과 섞여 사는 지금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둥글게 아주 조금 둥글게 살려고 책을 읽었던 경험이 훨씬 많다. 그래서 몇 년 전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고 그것을 통해 나를 바꾸기 위해 애썼던 적도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성격이 많이 변하지 않으니 책을 통한 나 자신의 변화는 많이 없었다는 아주 솔직한 결론을 내 놓아야 할 것 같다.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는 이런 나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 그동안 어떤 지침을 내리면서 이렇게 하면 좋다. 성공하고 싶으면 혹은 너를 바꾸고 싶으면 이런 목록을 해나가야 한다고 나열한 문장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이 마치 꼭 서른을 맞이하는 20대 청춘을 위한 책 같지만 저자가 말하듯 꼭 그렇지만은 않다.

 

 

“3,40대는 중년과 청춘이 공존한다. 이미 상식적, 기계적 삶에 들어선 중년이 있는가 하면, 그런 삶 속에서도 마지막 일탈과 변화를 꿈꾸는 청춘도 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3,40대 중년은 지나버린 청춘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반면 아직 기회가 있다며 눈을 반짝이는 3,40대 청춘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젊음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 P91

 

 

 

책에도 이런 얘기들이 몇 번 등장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 나이를 먹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3,40대의 역할이 예전보다 훨씬 두드러지게 늘어났으며 그들의 변화가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아직 뭔가를 도전하기에 3,40대가 부담스러운 나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으니 이것 또한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현실의 간극이 아직 와 닿지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얘기에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청춘의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젊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는 내용에 나도 모르게 벅찬 눈물이 꽉차버렸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 인생이란 자기 몫의 삶에 오직 자기만의 행복, 가치, 의미를 그려내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면 그것을 영위하고 발전하기위해 시간을 투자하여 시행해야 할 것도 있고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 놓아야한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중고등 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저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지 않고 공부하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니며 앞으로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며 지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막상 사회에 나오니 내 인생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밑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원했던 직장을 통해 하고 싶은 일들을 좀 더 많이 하며 사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해보니 그것이 내가 원했던 인생의 마지막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내가 그려야 했던 밑그림은 아직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처럼 밑그림이 좀 더 세밀하고 완벽했다면 지금의 내가 달라져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버린 일이니 20대를 지나버린 지금 청춘의 끝자락을 붙들고만 싶다.

 

 

“ 무슨 일이든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쉽게 지치게 만든다. 오로지 정상만을 바라보며 기쁜 숨을 내쉬면서 산에 오르는 것과 담담히 한발 한발 산에 오르는 것은 같지 않다. 묵묵히 산을 즐기며 쉬지 않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P68

 

 

그동안 남들보다 훨씬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기장에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자는 글은 많이 써 놓은 것을 발견했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지금보다 더 노력하지고 했지만 실상은 노력도 하지 않았고 실천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문장을 통해 내가 치열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그 일들이 정말 그렇게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일이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지는 않겠지만 내가 늘 고민했던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것이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리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했었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잘 그려진 밑그림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가. 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스펙만을 원하고 있지는 않던가. 그것이 진짜 원하는 것일까 내게 계속 의문점을 던진다.

이 책이 마음이 드는 부분은 이런 의문점을 아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일화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인생을 원하는 것을 얻으며 마음 아프지 않고 즐겁게 살아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인 내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자기애를 강하게 키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아가 너무 강해 결국 나만 생각하는 이지적인 사람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 간극을 만들어 결국 외로운 모습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시 이 책에서도 어떤 행동을 해서 자신을 바꿔보라는 지시 목록이 있다.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드는 몇 개를 만났다.

 

 

1. 미루지 않는 연습

2. 주기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기

3.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기(책상, 방등)

4. 가끔 규칙을 깨기

5. 억제력 연습 (화를 내고 참는 것이 아니라 화를 아예 내지 않는 연습)

6. 거절하는 연습 (마음이 약해서 거절할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용)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행복할 수 있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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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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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쓸까?”가 아닐까. 소재의 고민과 당장 내일 쓸 어떤 내용이 없어 고민을 할 텐데 하루키 아저씨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고 하신다. 이런 부러움이 가득한 그의 에세이를 어떻게 읽어 나갈까. 그리고 그의 이런 자랑이 부러워 잘 읽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과 함께 소재 고민 없이 [앙앙]에 에세이를 연재를 하신다는 그의 얘기가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라디오의 세 번째 책이다. 그간 [앙을 통해 연제된 책들을 예쁘게 묶여 나온 책인데 죄송하게도 앞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을 아직 읽지 못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는 제목도 요상하고 재미있지만 전작의 책들 또한 제목이 발랄하다. 이제 60대 중반을 달리고 계시는 아저씨라면 뭔가 무게 있고 의미가 훨씬 많은 그런 책 제목을 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는 단언하거나 예측 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글과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가 20대의 여성들이 주된 독자로 되어 있는 [앙앙]을 통해 연재하고 있는 이 에세이는 여자를 좋아하는 그가 얼마나 즐겁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읽혀지지만, 역시 그는 글을 쓰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또한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글을 쓰는 작가라는 한 사람의 모습을 가장 자세히 알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그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이며, 편집자와 함께 작업을 할때도 부산스럽고 번거롭지 않게 커피만 시키며 앞에 과일 파르페를 시켜 놓은 편집자는 혹시 이런 상황에 저런 메뉴를 시키면 안 되는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그가 짐을 꾸리는 노하우의 한 면에 작년에 갔다 왔던 장지 유럽 여행에 나도 실행했던 한 부분이 있어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장기 여행이며 여름이기 때문에 옷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행 짐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고민했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낡은 속옷과 양말을 가져가는 일이었다. 운동화로 신발을 정했기 때문에 양말은 필수였는데 그때 매일 신을 양말을 빠는 일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 양말을 10일 이상 가지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해지고 낡은 양말을 가지고가서 그날 신고 버리고 왔다. 물론 속옷 몇 벌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낡은 셔츠나 티셔츠는 가지고 가지 않았다. 예쁘게 입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그 부분은 패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숙소에서 입을 옷을 그렇게 정해서 돌아오는 날은 버리고 왔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 생각이 나는 것이다. 여행지를 돌아다닐 때마다 늘어나는 선물과 물건 때문에 캐리어는 터지기 일보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소한 부분을 실행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레코드는 사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부분은 스노우돔을 보면 눈이 반짝이며 무거운 스노우돔을 몇 개를 사서 깨질까봐 좌불안석하며 귀국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육식보다 채소를 훨씬 좋아하는 하루키라니, 그의 식성이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상하게도 일본인들은 채소를 훨씬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있고, 하루키 역시 감자조림이나 우엉조림에 훨씬 맛있는 밥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의 채식 습관이 그냥, 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많은 나라에서 살아 본적이 있는 그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을지는 글을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가 유명 작가라는 것보다 나는 그의 여행 이력을 훨씬 부러워한다. 어디서든 자유롭게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물며 살아갔을 그 시간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아온 여행 작가가 아닌 전업 작가이지만 여전히 그의 글 속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있다. 그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채소와 고양이 그리고 그가 여행을 가면 꼭 사가지고 오는 레코드, 그것을 통해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이 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간혹 타인의 일상이 궁금하다고 생각된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는 있다. 그리고 매번 글을 쓰느라 고뇌와 번뇌, 괴로움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생각만큼 그런 시간보다 훨씬 유쾌하고 재미있는 일상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그 놀라움은 우리와 다른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상상했던 어린 시절의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책 끝머리마다 그의 짤막한 궁금증과 얘기는 얇은 책의 이야기를 더 즐겁게 만든다. 다음 소재에 맞는 얘기 진행을 보며 마지막에 어떤 엉뚱한 얘기를 물어 보실까 궁금해 페이지 뒷장을 먼저 읽을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일본 작가들중 손가락에 꼽히는 그의 소설에 취했었다면 이제 그의 에세이에 취할 차례인 것 같다. 그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아저씨라고 생각을 누가 했을까. 하지만 그의 글 속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여러 번 읽고 나니 역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른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P 63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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