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해요 -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직장탐구생활
존 그레이.바바라 애니스 지음, 나선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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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유명한 저자 존 그레이의 책 [함께 일해요]는 서로 너무 다른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다. 심리학을 통해서도 남자와 여자의 다른 이면들을 읽어 왔지만 존 그레이의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남녀의 차이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었다. 전작을 사실 좀 지루하게 봤던 것도 있었지만 (나만 그럴 수도 있고) 이번 책이 아주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읽고 나면 결국 얻어지는 것은 어쩌면 한가지인지 모르겠다.

 

존 그레이는 이 책을 통해 여자와 남자가 지니고 있는 사각지대를 확실하게 노출시켜 제거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P11) 사각지대를 노출시키지 않더라도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을 서로 이해하는 부분에서 얼마큼 마음의 오픈 기간이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여자와 남자는 신체도 다르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언젠가 영화[왕의 남자]를 보고 쓴 심리학자의 기사가 떠오르는데, 그는 여자와 남자의 이해와 공감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다고 했다. 여자는 어떤 문제에 이해는 못하지만 공감을 해주며 위로하고, 남자는 이해는 하지만 공감을 못해줘 위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분명 왜 그럴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 못하겠지만, 네가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심리상태는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여자라면 남자는 이해는 하는데 그때 느낀 그 분노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공감과 이해의 면도 극명하게 달라지는데 사회생활에서는 얼마나 더 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내가 일했던 곳은 남자가 훨씬 많은 집단이 하나 있었고, 여자가 대부분인 집단이 있었다. 첫 번째 직장이었던 남성으로 움직였던 집단은 원래 회사란 것이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환경이기 때문에 여자가 끼어들 판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곳이었다. 마치 자동차는 남성의 신체가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조직 사회는 남자들이 움직이기 좋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밤 문화에 끼어들어 같이 즐기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를 내려놓기가 너무 힘들었고, 또한 직장 내 모든 정보는 담배를 피우며 커피 한잔을 하는 아주 좁은 휴게실에서만 돌고 돌았었다.

 

두 번째로 일했던 여자들이 훨씬 많았던 집단은 이상하게도 맨 꼭짓점에 있는 상사가 남자라는 것이 거슬릴 정도로 위대해보이게끔 만들었다. 여자들은 그 꼭짓점에 있는 남자 상사를 위해 애쓰고, 자신을 내려놓고 칭송하는 모습에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우울함을 제일 많이 느낀 곳이었다.

 

 

“남녀 간의 균형을 비슷하게나마 유지하고 문화적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일터에 있는 남녀의 마음속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똑같지 않고, 꼭 똑같아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P48

 

 

 

남녀 간의 균형을 맞추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직장은 빠르게 일을 습득해야 하며 회사는 이익을 내는 곳이기 때문에 사실 균형 있게 일하는 사람들의 조직보다 빨리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직장에서도 나의 상사는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 없이 조화롭게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모난 구석이 있지만 일을 열심히 아닌 잘하는 사람을 훨씬 선호하고 그에게 좀 더 중요한 업무를 주며 성과를 내서 더 많은 가중치를 주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일하는 직장은 어쩌면 꿈의 직장일지 모르겠다.

 

서로가 응원하는 방법이나 지지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업무 환경이 힘들어도 마음만은 괜찮을까.

 

 

“남녀가 서로 더 효과적으로 지지하는 방법을 배우면, 함께 협력하며 작업할 수 있고, 감정적인 충돌과 긴장감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며, 더 큰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P 244

 

 

분명 이 책[ 함께 일해요]는 조직의 리더가 남자가 훨씬 많은 부분을 얘기하며 여자와 남자가 서로 추구하는 부분이 다르고, 지시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부분인 사각지대를 없앤다면 서로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틀린다는 말보다 다르다는 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처럼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배려와 이해로 알아듣고 행동한다면 다툼이나 분쟁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조직, 직장에서만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가족 간의 문제도 그럴 것이고 더 나아가 국가와의 문제도 이념 분쟁도 없어질지 모른다(다소 비약이 심할지라도)

 

 

어제 내게 거품 물고 난리쳤던 직장 상사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던 생각을 지우고, 그가 나와 다른 세계에서 언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좋은 말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그의 말을 걸러 낸다면, 나의 직장생활은 장밋빛 인생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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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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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간혹 작가들의 책들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얘기가 더 재미있기도 하다. 언젠가 음악가들의 사생활을 다룬 책을 읽는데 그들의 음악 생각보다 그들의 사생활의 뒷면 때문에 그가 작곡한 음악을 더 들어보게 되었던 경험도 있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 더 깊숙이 알게 된 [쳇베이커]의 전기로 불구덩이 같은 광기와 시궁창 같은 인생이 어쩌면 그의 음악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같다. 때론 전기보다 평전이 훨씬 재미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그런 느낌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꼭 앞에 말한 것과 같은 책은 아니다. 나에게는 아주 익숙하지 않은 독일 비평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그가 읽었던 책과 그가 알고 있는 문학의 얘기는 오로지 그가 가지게 된 작가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 한 장으로 시작됐다. 독일의 유명한 비평가인 그가 초상화 한 장으로 시작된 문학에 관련된 이야기의 시작이 이렇게 사소했다니, 참 소박한 시작이다. 셰익스피어부터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학가들의 초상화가 있는 그의 서재가 궁금할 지경이다.

 

 

 

문학과 지성사의 시집 시리즈는 표지가 작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간혹 표지에 그려진 얼굴이 정말 작가의 얼굴일까 궁금해서 다른 책의 책날개를 살펴 본적도 있다. 요즘은 자신의 얼굴을 알리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많지만 문학과 지성사의 시집속의 시인들은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어쩌면 그런 모습 때문에 시인은 더욱 매력 있어 보이거나 신비해 보인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책 [작가의 얼굴]은 문지의 표지에 있는 시인들의 얼굴 그림처럼 사진이 아닌 초상화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그의 서재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많은 작품들 중에 분명 그가 좋아하는 문학가들의 모습을 담아 그들의 문학 세계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가들은 애정 있는 작품 소개가 있거나 그렇지 않은 작가들의 얘기들도 느껴진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해 폴란드계 유대인들과 함께 강제 추방까지 당했지만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읽었던 많은 문학 작품들이었다. 강제 추방되고 강제수용소로 이송되기 직전 아내와 극적으로 탈출하고 한 농가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준 주인 부부에게 세계문학 작품들을 이야기로 풀어 들려주며 열 달 넘게 숨어 지냈다는 그의 얘기에 마르셀이 독일에서 그토록 유명한 문학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짐작 할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의 얘기에 빠지지 않고 빗대어 얘기하는 사람은 괴테이다. 마르셀도 괴테의 영향을 받아 문학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위대한 작가들이 쓴 거의 모든 것들이 결국 자기묘사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나는 괴테에게서 배웠다. 셰익스피어의 경우는 달라서 그는 모든 한계를 뛰어 넘었지만, 아마 괴테는 이 말에 해당될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고, 동시에 우리 모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지도 모른다.”P33

 

 

 

그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희곡중 하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었고, 또 하나는 괴테의 [파우스트]였다. 괴테의 작품을 볼 때마다 그를 지향하고 그를 따라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노희경의 작품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그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는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에 대한 그의 다소 냉소적인 평이 마음에 들지 않다가 그가 세계문학 가운데 중요한 희곡 세 편을 꼽아 보라면, [파우스트],[햄릿] 그리고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발렌슈타인]을 말하겠다고 하니 꼭 그가 냉소적인, 냉정한 비평가가 아닌 것 같다. 비형은 하지만 실력을 인정은 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우리는 남의 글이나 작품에 너무 많은 비평을 하려다 보니 비평이 아닌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평과 비난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비난을 하지 않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 기사들도 비난의 글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자의 [작가의 얼굴]은 따스한 애정이 있는 비평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작가의 얼굴을 보면서 그의 작품들을 얘기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이 책이 한 문학가의 문학 세계를 비평한 것이 아닌 아직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읽힌다. 그러니까 이런 작가 아직 몰랐다면, 한번 읽어 볼테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할까.

소설가들은 잘 알겠지만, 생소한 시인들이 많아서 그 부분이 제일 답답한 소개였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사람을 권하는 것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안톤 체호프의 소설만 보았지 그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관심 밖에 있었지만 그의 비평을 읽고 그의 소설이 이런 맥락을 가지고 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는 러시아 문학 중 가장 시적인 산문드라마와 단편을 썼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대사들의 핵심은 대개 화자들이 말로 옮기지 않는 표현들 사이의 정지 장면에서 들을 수 있다. 바로 이 침묵이야말로 이 작품들의 근간을 이룬다. 왜냐하면 체호프는 속삭임의 절규, 고요의 통곡을 창시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참혹한 고통으로 말을 잃은 인간을 보여주었다.” P 119

 

 

 

그의 책속에 소개된 작가의 얼굴들은 정형화된 얼굴이 아닌 모습도 많다. 이것은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이들마다 느낌이 다르고 자유롭게 읽고 있는 것처럼 작가들의 초상화들의 모습도 비슷해 보인다. 어떻게 읽느냐보다 어떻게 느끼고 감상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의 책 읽기가 더 즐거워질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큰 미덕은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자유롭고 또 자유롭게 읽을 것. 그리고 자유롭게 비평하고 또 생각해 볼 것.

 

 

 

 

 

잉크 드로잉으로 그려진 프란츠 카프카의 초상화이다.

언젠가 보았던 카프카의 평론집의 책속에서 그는 치와와 같은 또랑또랑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의 카프카라니. 책을 읽으면서

한참 웃을 수 있는 이런 컷들의 초상화는 이 책을 읽는 더 즐거운 여유를 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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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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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개방이 되기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일본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비공개 카페로 감춰져 있었지만 가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같은 카페 회원이었던 경우가 허다했다. 그때 보았던 추억의 영화들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들이었다. [추억은 방울방울],[반딧불의 묘],[공각기동대]는 마야자키 하야오의 [토토로]를 만나는 순간부터 확장된 애니메이션 추천 목록이었다. 분명 그의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이야기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최근작 [바람이 분다] 때문에 말이 많지만, 그것을 배제하고 생각하면 그 전작들의 이야기의 주제나 세계관은 훌륭했다고 생각된다.

 

 

 

어린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마음의 향수까지 가져오는 그가 추천하는 동화책 50권의 목록과 그가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대부가 아닌, 이야기꾼의 할아버지로 바뀌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벼랑위의 포뇨],[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근래의 작품만 알아도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그의 이전 작들을 모두 본 나는 그가 추천해주는 책 목록에 관심이 안 갈수가 없다. 사실 유명 저자들이 소개해 주는 책 추천 책은 달갑지 않지만, 이런 책 추천은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어려운 사회 과학 서적도 아니고 동화책이라니.

 

 

 

 

 

 

 

 

그의 추천 도서는 [어린왕자]부터 시작한다. 사실 그가 어떤 기준으로 50권의 책을 골랐을까 궁금했는데, [곰돌이 푸우 이야기]의 추천 도서 얘기에서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곰돌이 푸우가 그냥 창작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작이 있었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가장 큰 쇼크였지만.

 

 

 

 

“좋은 이야기에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얼마나 많은가, 책을 쓴다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P36

 

 

 

그가 선택한 책들은 감동적이거나 즐거웠거나가 모두 재미있었다는 얘기로 종합되겠지만 그것보다 먼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모든 책을 읽고 행복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도 많다. 그가 칸트나 데카르트의 책을 읽으면서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했던 것처럼 행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그가 선택한 책들은 분명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 질것이라고 생각된다.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간혹 이야기보다 동화책속에 그려진 그림 때문에 추천하는 책도 있지만 그것은 또 그것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소년문고 50권을 다시 읽고 느낌을 모두 모아 추천을 하기위해 또 그림을 떠 올려보고 장면을 떠 올려보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따뜻한 사진 한 장을 만들어낸다. 이런 작업이 그에게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하지만 그도 문학 앞에서는 나름의 서글픈 마음이 있었던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우리 이웃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그는 이런 고백을 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어느 날이었는데, 녹초가 되어 집에 와 이불 속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짧은 작품 안에 세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문학이란 굉장하구나, 이런 게 문학이구나’하는 생각이 솟아났습니다. 우리가 여럿이 매일매일 밤늦게까지 책상에 매달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려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일을 해낸 이 책이 애니메이션보다 근사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조금은 서글퍼졌습니다.”P44

 

 

 

서로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더 부러워지는 타인의 거울속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도 그만의 세계에서 단단한 세계관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역시 타인의 결과물에 이런 자신의 서글픈 마음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애니메이션의 대부가 더 정겨워 보인다.

 

 

 

“책에는 효과 같은 게 없습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효과가 있었구나’하고 알 뿐입니다. 그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입니다.”P141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말은 생각지 말기로 합시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서라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 “역시 이것”이라 할 만큼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P142

 

 

 

간혹 책을 통해 마음이 넓어지거나 사고가 깊어지거나 도를 닦듯 마음의 수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지만 때로는 이런 생각은 책을 읽는 것에 방해가 될 때가 있었다. 책은 그냥, 책으로 끝날 때가 훨씬 많았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책이 나에게 상투적인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없었고, 나 스스로도 훌륭해지지 않았다. 어쩜 그가 말하는 것처럼 “역시 이것”이라는 책을 아직 못 만났기 때문에 책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해 더 깊이 들어가야 할것 같다.

어쩜 우리가 오랫동안 책을 읽고 다른 책을 또 사들이는 것은 나만의 책을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책으로 분명 그가 말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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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지영 옮김 / 북로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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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인문학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

-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라는 책을 통해 오가와 히토시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서 이후 나오는 책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와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는 책은 인문학 책들을 소개하는 글로 엮어져 있다. 그의 책 목록에는 모두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 봤고 읽어도 본 고전 인문학들이 48권이나 있다.

 

물론 작가들이라 분명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지만, 저자의 책을 읽으면 작가가 어느 정도의 독서력을 갖추고 있는지 감이 잡힐 때가 있다.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책을 통해서 저자는 분명 깊은 독서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번 책을 통해서 그가 어떤 책을 주로 읽고 깊은 사고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문학 작품에 한쪽 발을 깊게 빠져 놓고 있는지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깊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소개해 주는 책들의 절반은 제목만 알뿐 읽지 못했거나 혹은 저자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 나의 지적 허영심은 습자지만큼 얇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영역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분명 책을 읽는 행위는 좋은 것이고 책을 통해 좁은 식견을 확장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많이 읽어보자는 식으로 좋아하는 영역에서 조금씩 넓혀 읽어가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나의 책 읽기 영역의 확장 계획을 수정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책 읽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는 책을 내기도 하는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책들 중에 간혹 이런 책, 아직도 읽지 못했다면 당신은 독서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은 책을 몇 번 읽은 적이 있어서 책을 소개하는 책은 그다지 달갑게 읽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잘난 척은 전혀 없다. 저자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요약본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는 책이다.

 

고전 인문학의 전집을 낸다면 그 전집에 딸려오는 작품 해설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저자의 요약본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었던 몇 권의 책들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내가 읽은 책들에 한해서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그러니까 훨씬 많은 책을 읽었다면 더 많은 공감을 했을테니 저자만큼의 독서력이 따라주지 않아 아쉽기까지 했다.

 

파스칼의 [팡세]를 설명해주면서 팡세가 프랑스어로 ‘생각한다’는 뜻이며 그것은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는데 딱 들어맞는 고전이라며 추천하는 저자의 코멘트는 저자의 친절함이 잘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파스칼의 팡세를 설명해 주며 그의 다른 책들도 추천해줘서 만약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 저자의 다른 책도 한번 읽어 볼 수 있도록 지름길까지 놓아주고 있다.

책의 목차를 보더라도 주제별로 잘 나눠 놓아서 저자가 학창시절에 공부 좀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면 필기라도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부에서 6부까지 나눠져 있는데, 1부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으로 소제목을 가져왔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플라톤이나 파스칼의 [팡세], 알랭의 [행복론]의 책들이 소개가 되어 있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해야 하는지 주제에 잘 맞는 책들의 소개에 저자의 독서력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2부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철학, 3부는 나를 발견하기 위한 철학, 4부는 올바른 판단을 위한 철학, 5부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철학, 6부는 인간 사회의 발전을 생각하기 위한 철학으로 꾸며져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내가 무엇을 원하며 살고 있는지 시작해서 함께하는 사회, 그리고 나와 사회의 관계로 끝을 맺는 목차까지 나름 구성이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문학을 좀도 심도 있게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이만한 추천서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초보 인문자들을 도와주는 용으로 좋은데, 그 이상의 인문 고전을 읽고 있다면 다소 이론적인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초보자 입문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요약을 잘해 놓은 책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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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대화법 - 할 말 다하며 제대로 이기는
이정숙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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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말을 좀 잘하시네요, 라고 듣고 살기는 하지만 싸움의 기술에서는 늘 밀린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잠이 들다가 벌떡 일어나 그때 이런 멋진 말을 남겼다면 지금 이렇게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가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 적절한 멘트를 적어 놓고는 또 잊어버리며 살아간다. 그런 내게 이 책이 좀 더 일찍 찾아 왔다면 참 좋았을 책이다. 오랜만에 책에 밑줄도 그어가며 읽게 되었다.

 

 

분명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일에 상대방이 너무 깊게 물어보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말았던 때가 있었다. 감정 노동자로 일하는 지인은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고객은 잘 알지 못하면서 응대를 하냐고 사람을 잡기 시작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전화를 받고 나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마음이 분했었다. [실속대화법]에서 나오는 여러 지시 항목 중에 딱 맞는 부분들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때도 있었다.

 

 

[실속 대화법]은 4개의 Step으로 이뤄져 있다.

 

1. 가슴이 아닌 머리로 생각하라.

2. 너무 친절하지 마라.

3. 옳고 그름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4.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버려라.

 

 

그동안 읽은 자기 계발서의 어떤 목차에서도 몇 번 본것 같은 목록이라서 사실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예들이 참신한 부분들이 많다. 무엇보다 가끔 이런 책들은 어떤 부분에서 실속 있게 얘기해 준다고 하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들이 참 많고, 저자도 이런 부분들은 잘 설명하지 못하면서 왜 이런 챕터를 만들어 놓고 설명을 할까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분명 실속 대화법의 내용은 묵직하고 괜찮은 부분들이 많다.

 

부하직원과 껄끄러운 논쟁을 해서 이기려면 말하는 방법을 잘 골라야 한다고 하는데, 상대방의 공격에 방어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정당성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 상대방과 논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보면 화난다고 무턱대고 들이밀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우선 누군가와 있는 분쟁은 해결해야 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제일 먼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이 왜 틀린지 자료를 조사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 참 잘 알고 있지만, 성격은 이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논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제일먼저 바꿔야 하는 것이 태도이다. 옛 말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더 무서운 사람은 큰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하게 자신의 할 말을 눈 하나 까딱 안하고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소리에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다 하고 자리를 떠나는 그는 진정한 고수인 것이다. 그처럼 논쟁을 이기기 위해선 감성에 흔들려 과장되고 큰 소리를 말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논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의 이입이다. 나의 감정을 이입시키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도 감정을 이입하지 말고 차갑게 논쟁을 진행시켜야 나의 정당성을 말하는 것에 더 빛이 나는 것이다.

 

 

“힘이 잔뜩 들어단 공격적이고 높은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생기지만 힘이 빠진 늦은 목소리에는 숨겨둔 마음을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 P 61

 

 

가끔 지인들이 어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냐며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 주라고 할 때마다 나는 도대체 누굴 위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좋은게 좋은 것이니 그냥 넘어갔다가 늘 내 속이 뒤집어 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절하지 못한 사람인가 싶어 늘 마음이 괴로웠는데 책을 읽으며 우리가 누군가에게 늘 친절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불친절하고 감정을 표출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뭐든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가족에게도 그런 거리는 필요한 것 같다.

 

 

인천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정말 너무 더웠다. 유독 올해 여름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더웠다. 에어컨을 틀어 놓았지만 밖의 열기에 소용이 없었다. 모두 더위에 허덕이며 가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운전기사에게 더우니 에어컨을 최대한으로 킬 것을 종용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참 무례한 승객을 태우는 기사님은 아주 낮은 소리로 지금 최고 단으로 놓고 가고 있으니 차를 세우고 확인하라고 하셨다. 당황한 아저씨가 그래도 왜 이렇게 덥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아저씨의 얘기를 받아 주지 않았다. 만약 그때 그 자리에서 같이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무례하고 예의 없는 승객 많이 태워 이골이 났겠지만 아저씨의 저 단단한 뒷모습에 나는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남을 이기며 살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것이 꼭 누굴 이기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의 얘기는 분명하게 하며 살아야 하니 이런 실속대화법은 때로는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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