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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당신의 일곱 번째 오렌지를 가지고 있나요? [마술 라디오_ 정혜윤]

 

 

 

 

 

언제부턴가 나는 라디오를 듣지 않게 되었을까. 외부로 많이 돌아다니는 일을 하면서 뭔가 진득하게 앉아 들을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고 나 스스로 생각할 때쯤, 아마도 라디오를 듣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집중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에 독서실에서 몰래 들었던 음악도시와 인연이 끊긴 후 라디오가 아직도 나오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면서 마치 나는 디지털 세대로 모든 세상이 끝이 났다고 생각했었나보다.

 

 

한 일 년쯤 퇴근을 같이 했던 동료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오는 시간은 약 40여분이 걸렸다. 그때 늦은 밤 틀어 놓은 라디오 속에 흘러나오는 추억의 가요를 들으면서 우리는 지나간 젊은 날을 회상하곤 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눈이 내리면 그날의 향수대로 흘러 나왔던 지나간 가요가 모두 나의 추억의 한편을 자리 잡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드라마틱한 기분에 취해 그날은 라디오를 끄고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라디오는 사람들에게 이렇듯 지나간 향수를 불러오는 것 같다. 저자이며 라디오 피디인 정혜윤이 그동안 다큐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어쩌면 지나간 시간의 향수와 추억의 한편을 들춰내는 것은 아닐까.

 

그녀가 그녀의 직업으로 인해 만난 사람들의 열 네 명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몇 번은 가슴이 뜨거워 졌다가 눈가에 힘이 들어갔다가 이내 긴 한숨을 토해 낸 곳도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나에게 너무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어. 즉 나의 괴로움, 내 삶의 무게, 나의 성장, 나의 미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어.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에 헌신한 게 아니라 자아에 헌신 중이었던 거지. 그러느라고 24시간 내내 무척 바빴어. 내게도 제3의 밧줄이 있었던 셈이야. 소득 + 지출+ 자아. 로맹가리의 행복한 세상과는 반대였지.”P 32

 

 

 

로맹가리는 친구들 앞에서 여섯 개의 오렌지를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늘 일곱 개의 오렌지로 보여 주고 싶어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그 어떤 이상보다 일곱 개의 오렌지가 필요 했던 것이다. 일곱 개의 오렌지를 곡예를 하며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로맹가리의 욕망의 일곱 개의 그 오렌지를 떠 올리며 나 또한 내가 필요했던 오렌지가 어떤 것이었나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자신에게만 오로지 집중하며 살았던 그 시간에 나도 모르게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라디오를 틀어 놓으면 오랫동안 음악만 틀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라디오 디제이가 게스트들과 잡담을 하며 웃는 코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은 이렇게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노래를 10곡정도 틀어주는 코너를 가지고 있는 어떤 한 채널을 알아 가끔 시간이 맞으면 그 프로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기곤 한다. 라디오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알아서 틀어 놓은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가끔 나의 발목을 잡는 음악이 흐를 때는 주저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도 어쩌면 길가다가 걸려 넘어지는 돌부리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버섯을 파는 한 상인이 사람들을 버섯 종류를 비유하며 말하는 부분에서는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되고 반성하게 될 것이다.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마지막 잎새의 생각은 나도 반성하게 된 부분이 많다. 누구나 나를 위해 누군가 마지막 잎새의 그림을 그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 잎새를 그려줄 대상을 찾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 힘을 내서 병실의 그녀를 살리려 그려 냈던 마지막 잎새의 화가는 어쩌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희생을 할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유난히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라디오 속의 아날로그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마음이 훈훈하다. 시골로 귀향을 하여 살게 된 부부의 얘기는 더 그렇다. 그 두 부부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잘 지낼 방법을 찾다가 집마다 있는 [논어] 읽기를 하며 마을에서 책모임을 가졌다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 아날로그 모습인가. 그리고 아내를 먼저 세상에서 보내고 아내를 생각하며 마을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읽은 [논어]를 새로 써서 아내의 영전에 바쳤다는 부분에서는 어찌나 마음이 울렁거리던지.

 

 

 

 

“나는 이제 오로지 내 가슴속에만 살아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서 들려주려고 해. 나는 이 이야기들의 마술에 도취되어 살았던 것도 같아.” P53

 

 

 

그녀가 마술에 도취되어 들려줬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간 나만 바라보며 살았던 삶의 마술에서 깨어 난 것 같다. 이제 나도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누군가를 만나 마술을 부리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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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도시 1 스토리콜렉터 2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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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름은 들어 봤을 넬레 노이하우스. 그녀의 처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된 그녀의 데뷔작이 나왔다. [상어의 도시]는 그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처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그녀가 쓴 시리즈 장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대부분의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그녀의 데뷔작도 그런 장르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장르 소설에 익숙했었는지 읽으면서 다소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소설의 내용은 성공을 위한 알렉스 존트하임이라는 여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그 성공의 그림자 뒤에 있는 욕망의 그늘에 허우적거리며 만나는 마피아 세르지오와의 관계를 어떻게 빠져 나갈지, 그리고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과 성공이란 어떤 것인지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게 간단한데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사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읽다가도 이 사람은 또 누구였나, 앞을 다시 보면서 읽었던 부분도 있다.

늘 주인공을 중심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죽어서 의문을 풀어내야 했던 기존의 소설을 생각해 보면 나는 주인공 알렉스가 언제 죽을지 걱정인 부분도 있었고, 만약 그냐가 죽는다면 누구의 손에 죽을지 나오는 인물마다 신경을 곤두서며 읽었다. 중반부까지 읽었을 때, 그녀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뭔가 허전했던 이유는 뭘까.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설을 이끄는 이야기의 줄기와 구성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인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소설속의 여 주인공이며 극을 풀어 나가는 알렉스 존트하임이라는 인물을 생각해 보면 그녀의 마지막 차분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감동적일 수 있겠지만 그냥, 예쁘다고 쓰고 나면 예쁜 그런 인물은 소설 속에서 반짝이지 않는다.

 

 

텔레비전의 드라마는 예쁜 얼굴의 여배우를 가져다 놓고 눈물 흘리게 하고 울게 하면서 우연의 연속을 만들어 주인공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지만 그게 뭐, 예쁘지 않다면 주인공 남자가 좋아 했겠냐는 반문을 가질 그런 억지 설정도 참 많지 않나. 요즘 드라마들 볼 때마다 많이 짜증나는 부분들이 그런 부분인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알렉스라는 여주인공을 세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녀는 대단한 대기업의 팀장이며, 엄청난 연봉을 받으며 남들이 못 따내는 일도 하는 그런 여자다. 그런데, 그런 여자가 매력적이게도 몸매도 좋고 예뻐서 자기 나이보다 조금 어린 아들이 있는 남자이며 심지어 유부남인데도 마음과 몸을 허락하며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 부분에서 나는 주인공에게 실망했다. 그가 제공해 주는 것은 오로지 돈과 상류 사회의 모습만 보여 주었고 그것에 마음이 끌려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그 사랑이 끝까지 가지 않았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은 왜 모두 다들 대단한 사람들인지.

 

그녀가 세르지오를 마지막 뒤통수치는 부분이 없었다면 사실 이 두 권 짜리 소설을 다 읽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끌리는 남자들이 소설 밖에는 많이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여겨졌고, 나 또한 냉정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 남았을 것이다.

제목을 생각해 봤다. [상어의 도시]속에 살고 있는 지금 나의 직장 생활도 생각해 봤다. 언젠가 개그맨 신동엽이 후배 개그맨들에게 했던 말도 생각이 났다. 방송이라는 것이 마치 물속에 던져진 물고기와 같다고. 뭔가 먹을 것이 있을 때 사정없이 다가와 다 먹고 나면 앙상한 가시만 남으면 모두 떠난다고.

 

 

이해관계가 득실대는 빌딩 속, 그것은 마치 거대한 깊은 바다와 같다. 상어가 헤엄치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모습들을 생각해 보니, 어느 날 여의도 빌딩가에서처음 길을 헤맸을 때가 떠오른다. 모두가 상어의 밥이 되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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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마케팅 - 고객 참여와 성과를 끌어내는 마케팅 로드맵
리사 아더 지음, 이흥섭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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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마케팅

 

아는 만큼 보이는 걸까.

 

당신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빅데이터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와 과도한 홍보에 식상해 있다면, 심하게 꼬여 있는 데이터의 매듭을 풀고 싶다면, 이 책이 최상의 선택이다. P12

 

저자가 자신에 대한 책의 포부를 거대하게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읽으면서도 이게 어떤 의미일까, 그저 인터넷으로 자료 서핑을 하고 게임을 하고 쇼설 하는 것이 전부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버거운 데이터가 많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이해 못할 얘기들은 아니다.

 

 

마케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데이터 주도 마케팅을 통해 고객 참여를 이끌어내고 고객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기업 전반의 정형 및 복수 정형 데이터로부터 통찰을 수집하여 분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P27

 

 

데이터 주도 마케팅 설명을 읽으면서 사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잘 이해됐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이 이뤄지고, 그 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부분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꼭 기업에서 쓰는 데이터를 얘기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장기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 찾아보는 데이터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한 달을 넘게 자료를 찾고 맞는 상품을 찾아 결제를 진행을 해도 여행 준비가 끝이 안 난다. 이동구간이 넓은 곳으로 가게 되면 그때는 한달 이상의 시간을 데이터에 의존하게 된다. 한번 멀리 여행을 갔는데 정보와 실정이 달라서 삼일 동안 이동을 못하고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출발하기 전, 찾아본 데이터의 확인은 너무 중요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데이터는 피할 수 없는 적수와 같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데이터를 아군으로 여기게 될 것이며, 이를 활용하여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더 이상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이면서 순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간 기능의 일부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 빅데이터 마케팅의 기회이다.  P285

 

저자의 마지막 말을 들으면 이 책이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고, 어떤 얘기로 끝이 났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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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프란츠 카프카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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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떠나야 내가 보이는 것일까.

참, 오래전에 읽은 카프카의 소설을 다시 읽는다. 한때 그의 기묘한 소설에 끌려 그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 다시 읽게 된 [변신]은 다시 읽어봐도 너무 슬픈 소설이다.

 

 

어느 날 그레고르는 잠에서 깨어 자신의 몸이 벌레로 변신한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전까지 외판원의 일로 너무 피로가 겹쳐 그런 줄 알고 다시 잠이 들려 했지만 그의 잠드는 습성처럼 오른쪽으로 돌아누워 자려고 했지만 벌레의 몸으로는 도저히 그런 모습으로 잠이 들 수 없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의 변신된 벌레의 모습을 돌아오지 않았고, 그를 의지하며 살았던 가족들은 결국 그의 벌레의 모습을 알게 된 후 그를 방에 가두며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처음에는 분노의 감정이 생겼다가 이내 현실 부정을 하게 된다. 드라마속 주인공이 어느 날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분노를 일삼다가 절대 암이 아닐 것이라고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사실 분노의 모습도 현실 부정의 모습도 크게 나오지는 않는다. 어쩌면 카프카 자신이 아버지 밑에서 인정받지 못하며 살았기 때문에 분노와 현실 부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 본다.

 

 

분노와 현실 부정을 이어 이후 타협을 하고 이내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암이었다는 것을 수용하며 마지막 후회와 반성을 하는 드라마 주인공의 모습처럼 고레고르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두지 않는다.

 

 

 

가족들은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하고, 하숙인들을 들이면서 돈벌이를 하지만,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로 인해 돈 벌이었던 하숙인들이 놀라 나가게 되고, 가장이었던 그레고르는 집안에 두면 안되는 흉측한 벌레로 결국 가족들에게 버림받게 되고 죽어가게 된다.

 

 

스트레스와 피로로 벌레로 변신한 것 한 것이라며 처음 현실을 부정했던 그레고르는 집안에 힘이 되었던 가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돈벌이가 되었던 때만 집안에 꼭 있어야만 했던 사람이고 이후 가족들은 그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토록 아끼던 여동생 또한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토록 지켜주고 싶었고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며 음악 학교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로 얼마나 사랑했던 여동생이었는가. 그런 여동생에게 버림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 필요했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버려지는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간혹 회사 생활에서도 [토사구팽]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출근해서 저녁 10시가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었던 같은 부서의 대리는 참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어떤 일을 주건 이렇게 야무지게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놀랍고, 똑똑했다. 그런데 그녀의 그런 똑똑함이 왜 자신을 언제까지 써 먹고 버려질 것이라는 직장 상사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을까. 회사는 그녀를 인정했을지 몰라도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부장은 그녀가 자신보다 더 잘되길 바라지 않았고, 결국 타 부서로 인사 발령을 내고 좌천 아닌 좌천을 당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능력이나 성실함과 그를 몰라주는 직장 상사를 만난것을 아쉬워 했고, 인사발령 부장의 탄탄한 직책 유지가 궁금하기만 했다.

 

 

문득 나를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진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우리 가족들은 생각할까.

 

 

 

오랫동안 결핵을 앓았던 카프카는 자신의 가족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몇 년전 갔던 프라하에서는 유독 카프카의 기념품이 많았다. 그를 이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모국이 있는데도 그는 프라하가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죽음을 맞이 했다는 것을 보니 더 쓸쓸하기만 하다. 황금소로에서 만난 카프카를 떠 올려보니, 마음이 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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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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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정유정의 [28] 때문에 괴로웠다. 이 소설을 다 쓴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렇게 고통스러운 길고 무거운 내용의 글을 쓴 저자의 노고를 생각하면 즐겁게 읽어야 할 책이었건만 나는 그녀의 책 내용이 많이 힘들었다. 그녀의 전작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을 모두 읽었기에 그녀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었건만, [28]은 꽤 힘들게 읽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그녀가 쓴 글들이 좀 무겁고 지루했다. 그런데 그녀의 첫 번째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나서는 그녀를 향한 원망 아닌 원망이 히말라야 눈 녹듯 사라졌다. 이렇게 유쾌한 유머 코드를 가지고 있는 작가였다니. 이런 작가님이 왜 그간 소설에서는 이런 유며 코드를 보여주지 않으셨는지. 나만 모른 건지.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이라는 에세이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처음에는 책을 출판하기 위한 여행을 떠났나 생각이 들어 기획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순간 설령 기획된 책이었다면 너무나 고마운 기획이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작가 정유정을 그냥 조금 무겁고, 두꺼운 책을 쓰는 작가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여행 리스트 중에 가장 마지막의 것은 스페인의 [산티아고]이다. 한 달이 넘는 날들을 오로지 노랑 화살표 하나만 의지하며 걸어가야 하는 산티아고의 그 길을 왜 그렇게 가고 싶냐고 물어 본다면, 이유는 없다. 뭔가 오랫동안 길을 걸으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버텼으니 뭔들 못하겠냐며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내가 산티아고를 가고 싶은 그나마 이유는 혼자 오랫동안 걸어가면서 느끼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종주]는 산티아고를 향한 나의 큰 자극제가 되었다.

 

17일 동안 해발 고도 5416미터인 쏘롱라패스를 올라 다시 내려오는 코스가 [환상코스]인가보다. 몇 달 전에 본 [정글의 법칙]에서 네팔에 도착해 이 비슷한 길을 걸었던 것 같은데 가장 무서운 고산병으로 험난한 길을 고통스러운 가슴과 두통과 싸우며 내려가야 한다는 것에 너무 힘든 여행일 것 같아 나는 절대 못할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고산병은 산을, 그 지역을 허락하는 사람에게만 없는 것 같아 뭔가 선택되는 사람 되는 기분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고산병 없이 높은 지대를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제일 부럽겠지. “아무리 잠자리가 바뀌어도 잠만 잘 자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저녁이면 술을 마시며 카페에 앉아 있었던 적이 많아 보이나보다. 그건 우리 단장님 다른 것은 몰라도 두통으로 괴로웠던 날이 많았기 때문에 두통과는 늘 화해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나름의 포기하는 마음으로 읽은 그녀의 환상 종주는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녀의 동료 김혜나 작가가 찍은 사진이 간혹 보이긴 하지만 사실 뷰를 중요시 생각하는 검부의 추천 호텔, 풍경이겠지만 사진이 없어도 그녀의 환상 코스는 멋있어 보인다. 검부는 늘 얘기를 하지 않던가. 힘들어도. 뷰가 좋아야 한다고. 


어머니의 투병으로 그녀의 삶은 달라졌다고 했다. 그때 가졌던 우울과 어둠에 대한 그녀의 생각에, 나는 나의 지난날을 생각하며 스스로의 시간을 쓸어 내렸다. 


“ 사람들은 말한다. 그때가 있어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고 삶이 단단해지지 않았겠느냐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 어둠은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인생과 싸우는 법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링이 아닌 놀이터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전의를 불태울 대상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테다. 나는 노는 일마저 훈련해서 노는 인간이 되었다. 그것이 몸과 마음을 정전 상태에 빠뜨린 원인이었다.” P133


그녀의 삶의 랜드 마크였다는 스물두 살의 그해의 어머니의 기억은 그녀가 고지를 오르는 동안 큰 힘이 되면서 가슴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의 다른 이름으로도 남았다. 어쩌면 우리는 길고 험한 길을 걸어가는 것을 원하는 이유는 이런 치유의 과정을 힘든 마음으로 이겨보려는 것은 아닐까. 그녀가 쏘롱콜라 협곡을 따라 북진하면서 어머니가 말해줬던 그 말을 떠올리며 걸어갔던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긴 시간을 걸었는지 모른다. 

“이제부터 너 혼자 가는 거야.”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307


그녀의 17일간의 여정 중에 단 하루도 편안했던 날이 없었기 때문에 나도 그녀의 그 시간을 공유하며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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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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