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가 집에 온지 4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폭풍 성장해서 애기, 애기 한 모습은 전혀 없고 성묘처럼 보인다. 아직은 애기 인데, 라고 생각은 오로지 나뿐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1년 이상 된 고양이로 보고 있다.

 

 

 

아이 엄마들이 간혹 아이의 나이를 물어 볼 때 년이 아닌 개월 수로 물어 보듯이 나도 우리 루키를 몇 개월 밖에 안됐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고양이에게 개월 수가 중요 할까?

 

 

폭풍 성장한 루키는 점프력도 상승해서 어디든 올라 다닌다. 다행히 내가 아끼는 전시품들은 건들지 않고 조심히 다니는 걸 보면서 기특하다가도 뭔가 좋은 것이 나타나면 흥분해서 결국 도자기 하나를 깨고 말았다. 내가 느끼는 그 미안함이 정말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그 주변을 다니지 않고 있어 눈치는 있는 고양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막 기특해 하고 있다.

 

 

작업 좀 해야지, 컴퓨터를 켜고 앉으면 이제 잠시 자신의 분량을 챙기며 감상을 원한다. 유투브에 고양이 관련 영상이 있는데 새가 날아다니는 영상이다. 아무런 소리도 없고 오로지 새 소리 밖에 없다. 신기 하게도 영상을 보여 주는 동안 조용하다.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그 뒷모습이 웃기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술 먹고 들어 온 날 잠을 자다가 기척이 나서 눈을 떴더니 루키가 내 얼굴 옆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루키는 딱 삼 개월이 된 이후부터 혼자 잔다. 고양이들이 독립심이 생긴다던데 정말로 내가 그 자리에 놓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는걸 보면서 이걸 또 기특해 하고 있다) 내가 잠꼬대가 심했나, 코를 골았나? 루키가 나를 한참 보더니 솜방망이 발로 내 이마를 한 번 대보고 다시 나를 처다 본 후 자신의 집으로 가서 잠을 청하는 걸 보면서 뭔가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흘렀다. 이것은 오로지 그냥 나 혼자 느끼는 감정이지만, 루키가 나를 걱정하며 한참을 보다가 갔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다. 매일 손 깨물어도 그래, 키운 보람이 있어....뭐 이런 기분이랄까.

 

 

 

사실 루키를 입양하고 한 달 동안은 루키의 입양을 후회했다. 너무 준비 없이 입양한 것을 후회 했고, 원 주인에게 다시 파양을 할 것인가 며칠을 고민했다. 그 고민을 하는 동안 루키는 감기로 약을 3개월 동안 먹고 있다. 이 감기만 다 나으면 다시 돌려보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감기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결국 루키는 집에 눌러 앉게 됐다. 집에 돌아오면 골골거리며 내 다리 사이를 오가는 루키 때문에 아직 매일 매일 행복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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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20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면서도 함께 사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이와 수명 때문인 것 같아요. 대부분 사람들은 새끼를 좋아해서 나이 든 성묘 · 성견보다는 아기 고양이와 강아지를 입양하려고 해요. 나이 든 반려동물은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지기 때문에 주인 입장에서는 병든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요. 반려동물의 나이와 수명에 신경 쓰지 않고, 변함없는 애정을 주면서 함께 지낸다면 그 반려동물은 건강하게 오래 살 것입니다. ^^

오후즈음 2018-03-20 20:14   좋아요 1 | URL
사실 그 부분때문에 저도 입양을 오랫동안 생각했었어요. 몇달전 9년이나 키웠던 리트리버를 상자에 넣어 버린 주인도 그런 이유때문에 버렸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속상하더라구요. 개가 아픈게 너무 힘들어서 상자에 버렸다는 주인에게 화가 났다가도 그 이유를 생각하며 루키의 입양은 정말 오랫동안 고민이었습니다.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결국 모두 키우기 힘든 환경이 되었다고 하지만 결국 보면 다 돈이더라구요. 아프면 돈이 정말 많이 들거든요...동물을 키우는 책임감은 어쩌면 경재력인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Breeze 2018-03-20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고양이 넘 예뻐요. 딸아이가 분양받아 온 고양이가 우리집에 온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요.
오후즈음님 사진에서처럼 비닐 봉지에도 자주 들어가고, 거실에 놓아둔 스타치스 말린 꽃도 뜯어 먹느라 다 없앴답니다. 온 집안을 초토화시켜 놔서요. 고양이도 사람을 닮는지 딸아이 성격처럼 호기심 많은 고양이랍니다. ^^

오후즈음 2018-03-20 20:16   좋아요 1 | URL
루키가 잘 보면 쫌 못생겼는데 ㅋㅋ 찢어진 아몬드 눈도 그렇고..하지만 제 눈에는 한없이 예쁜.
저는 집에서 음식 못 해 먹은지 두달이 넘었어요. 싱크대 올라오면서 부터...제가 뭘하면 너무 궁금해서 칼질해도 옆에 앉아 있거든요. ㅠㅠ
고양이는 대부분 주인의 성향을 닮는다고 하더라구요. 호기심쟁이군요, 저희 집도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