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에 내 첫 고양이 루키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살짝 콧물이 맺혀 있었다. 집이 추운 것 같아 보일러를 더 올리고 가습기를 틀었다. 그래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병원을 찾았다. 삼일 약을 받고 먹이는 동안 기침은 했지만 콧물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약이 다 떨어지자마자 다시 기침과 콧물이 흘렀다. 주말과 1월 1일 연휴가 끼어 병원에는 갈 수 없었다. 다시 집안을 따뜻하게 하고 가습기를 틀며 집안을 더 깨끗하게 청소 했지만 월요일이 되자 루키는 노란 콧물을 흘리며 다녔다.

 

 

 

 

루키를 케이지에 넣고 다시 동물 병원에 갔다. 삼일치 약을 먹어도 듣지 않고 더 악화된 상황이었다. 호흡기 치료를 권해서 치료를 하고 약을 오일치 받아 왔다. 호흡기 치료는 나아질 때까지 매일 와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오전 근무가 없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근직 일 때는 루키는 어찌 되나 걱정이 되었다. 네볼루션이라는 호흡기 치료를 4일이나 받았지만 노란 콧물에서 다시 맑은 콧물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담당 의사는 약을 오일치를 더 지어주며 이 약을 다 먹으면 감기에 걸린 기간이 이주일이 되니까 그 정도 기간이면 거의 감기가 치료 된다고 했다. 그렇게 루키는 일주일 넘게 병원을 오가면서 이십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들었다.

 

 

 

나는 종합감기약 삼천원짜리 하나 사서 먹고도 듣지 않으면 병원에 가고, 거길 간들 만원도 안드는 병원비가 나오는데, 동물병원비가 이토록 비쌌던가. 루키에게 약을 먹이며 아프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이 4개월 팔랑이는 듣지 않고 무작정 집을 뛰어 다닌다.

 

 

 

 

어찌 되었든 다행히 약은 삼일치나 남았는데 감기는 얼추 나았다. 기침은 하지만 큰 걱정인 콧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감기가 나으면 이제 공포의 예방접종이 남아 있다. 예방접종은 총 4회까지 받아야 한다. 예방 접종 하고 귀 청소하고 소독하고 등등 구충제까지 먹이면 보통 이십만원 정도가 든다고 하니 동물을 사랑만으로 키울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지난달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가슴을 쓰러 내렸다.

 

 

유독 추웠던 12월이었다. 또 하필 더 추웠던 눈이 많이 내렸던 12월의 어느 날 저녁 어떤 이가 고양이 가방에 고양이 두 마리를 유기 한 사진이었다. 날도 너무 추웠던 그날에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죽으라고 내 놓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죽거나 누군가가 발견하거나 둘중 하나였겠지. 이 사진을 올려준 이웃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그래도 참 다행이라며 우셨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혼자였다면 그 춥고 어두웠던 날 그 낯선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다행히 함께 방에서 구르며 놀았을 친구와 함께 가방에 담겨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주인이 다시 오길 기다렸겠지. 점점 어두워지는 어둠을 견디며 낯선 소리에 깜짝 놀라서 더 힘들었겠지. 하지만 같이 품에 안기듯 함께 있는 친구 때문에 견딜 수 있었겠지. 도망치려면 도망가라고 열어 놓은 가방이었지만 고양이들은 도망가지도 않고 주인을 계속 기다렸을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짧은 찰라였다고 하여도 그 아득함을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루키 병원에 한번 가보고 나는 알았다.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것을. 반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책임감 하나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제력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것을 알고 나니 앞으로 누군가 동물을 키운다고 하면 나는 꼭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추운 겨울날에 고양이를 유기한 그 주인도 처음에는 귀엽고 예뻐서 키웠을 것이고 끝까지 책임지며 키우겠다고 마음 먹었겠지만  그 마음이 끝까지 가지 못했다. 어쩜 그는 혹은 그녀는 큰 난관에 처했거나 큰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돈이 없어 더이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안됐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는 그 추운날 자신이 키우던 반려 동물을 버려서는 안됐던 것이다.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이 분명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유기로 결론 내려져서는 안되는 일이다.   앞으로 그 사람은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루키와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가 보겠다고....그러니 감기 좀 나으라고...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8-01-0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키 어서 낫기를요. 어찌 생명을 저리 버려놓을 수 있을까요 ㅠ

오후즈음 2018-01-10 11:12   좋아요 1 | URL
루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기침을 아직 하고 살짝 콧물이 돌지만 노란 콧물이 아니니 참 다행입니다.
그 고양이들이 버려졌던 날은 눈이 정말 많이 내렸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ㅠㅠ

참...프레이야님!! 이번에 내신 책 정말 근사해요. 정말 부럽고 조만간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프레이야 2018-01-10 11:3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후즈음 님.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야기 나누어 주시길 기다릴게요. 오늘 여긴 진눈깨비가 날리다 그나마 멈추었어요. 남쪽이라 확실히 따뜻한 편이죠. 어디에서든 마음 안 다치고 기쁜 날 되시길 바랍니다. 루키가 좀 나아지고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hellas 2018-01-0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키... 너무 발랄해보이는 아이네요:) 저희집 첫째 이름이랑 같아서 더 친근하고. 어서 감기 낫고 접종등등 잘 치뤄내고 건강한 묘생되길 기원합니다:):):)

오후즈음 2018-01-10 11:14   좋아요 0 | URL
우와...우리 루키와 같은 이름이라니!! 더 반갑네요!!
4개월이라 아직 엄마미 개냥이로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