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되는 그림책 치유 카페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쁘게 살아왔던 지난 몇 해 동안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루에게 주어진 일들을 함께 해 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게 준 나름의 안식년을 작년에 갖고 싶어 휴직을 하고 긴 여행을 떠났었다. 그렇게 빈 시간을 주면 뭔가 담아 낼 수 있는 나를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 해외 도피 여행은 큰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 대기실에서 지루한 대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어든 책 한권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동안 어떤 부분에 이토록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를 달래 줬던 책은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이었다. 아버지 등에서 조용조용 흘러나오는 사랑한다는 말에 아버지의 등을 꼭 안아주며 "나두"라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내가 이토록 누군가의 말을 귀 담으며 지냈던 적이 있었나 싶었고, 내 얘기를 누군가 이렇게 오해하며 혹은 나도 독일에서 헤어졌던 그녀와의 불편했던 동거가 어쩜 이런 오해를 풀지 못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니 가슴이 더 뜨끈하게 울렁거렸다.
독서치유 심리학자 김영아 교수가 내담자들을 치유하며 그간의 책들을 소개한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속에 등장한 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찾는 책들 소개가 많다. 특히 [알사탕] 소개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거나 소극적인 사람들에게 권해주기에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책 선택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 책을 통해 치유 받은 내담자들의 얘기에 이렇게 치유가 됐다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꺼운 책을 읽고 그것을 통해 심리치유를 하려했던 저자가 내담자들이 책을 읽어오지 않자 생각해 낸 것이 그림책을 읽고 상담하는 것으로 바꾸니 짧은 시간에 다 읽을 수 있고 한 문장에 더 많은 여운을 느낄 수 있어 좋은 선택이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찾은 내담자들이 두꺼운 소설책을 준다면 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지친 심신이 더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는 글자가 눈에 잘 안 들어오지 않던가. 그림 한 장으로 혹은 한 페이지에 한 줄의 문장이 괴로움을 혹은 외로움을 호소했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었다.
저자의 일화 속에 소개한 [빈 화분]의 책 얘기는 우리의 아이들의 현실이 이토록 각박한가 싶어 씁쓸했다. 따돌림을 당한 아이를 도와줬던 내담자는 오히려 따돌림 당한 아이가 그 내담자가 주도하여 자신을 따돌림 시켰다며 담임에게 말해 학교에서는 따돌림의 주범자가 되어 괴로워하며 더 이상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그 소녀의 말을 들은 저자는 많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의롭고 싶어서가 아니었지만 분명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행했던 일들이 오히려 나를 괴롭히게 되었다면 앞으로 용기 있게 똑같은 일에 나 설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내어준 마음에 생긴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괴로워 다른 것들을 포기 하고 싶었을 그녀에게 권해준 그 책을 통해 그녀는 용기를 얻었고 <정성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너는 거기에 진실을 담은 것이라고, 그것은 누가 봐도 높이 살만한 일이며, 너는 잘못 살지 않았다고 P80> 다시 마음을 전해 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힘을 얻는 수많은 '한 사람'에게 나 또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당신이 들고 있는 화분이 비어 있다고 한들 좌절하지 말라. 거짓으로 피워낸 꽃들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땀방울이 가득하다. 핑의 화분이 그러하듯 당신의 화분 또한 실은 텅 빈 것이 아니다. 당신의 화분에는 진실이 가득 담겨 있지 않은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삶.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P81
비록 책 한권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모두 치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상처 받음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는 것 그것으로도 위로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동안 읽지 않고 있었던 그림책들을 꺼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