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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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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 민화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그림의 화풍보다 그림을 그릴 때 화가의 마을을 더 많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이유로 그림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려 주문은 엄청 했었지만 늘 그렇듯 책들은 펼쳐지지 못하고 고스란히 책장에 잠들어있다.

 

 

너무도 유명한 황경신 작가이지만 나는 그녀의 책을 딱 두권 읽어 보았다. 많은 저서가 있지만 그토록 내게 더 많이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의 넘치는 예쁜 감성이 가끔은 뾰족하게 날서 있는 나를 너무 자극시켜 읽는 동안 괴로웠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책이 내 책장에 줄서 있었던 적이 많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눈을 감으면]의 책이 조금 멀리했던 그녀의 책들이 다시 궁금하게 만들어 놓았다.

 

 

작년에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유독 박물관과 전시관을 많이 갔었다. 그중에 오스트리아가 고향인 클림트의 그림들을 마음껏 보고 올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클림트하면 떠오르는 황금색의 색감에 놀라움을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돌아와서도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보다 클림트의 황금색만 생각이 나곤 했었다. 궁전에 전시되어 있는 클림트의 그림을 보러 온 많은 나라의 사람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한 그림만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며칠씩 그 그림을 보러 갔다는 사람들의 후기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전시회에 찾아가면 그림 앞에 5분 이상 서서 생각에 잠겨 본적이 없는 나에게 그들의 모습이 생소하긴 했다. 그들은 그림 앞에 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이 책 [눈을 감으면]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황경신 작가는 그림을 통해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을 통해 그림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이를 통해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 책의 내용에 대한 사전지식을 모르고 펼치며 읽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한참을 또 읽기를 여러 번 다음 단락을 넘어갈 수 있었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책인데 쉽게 책을 다 읽지 못했던 것은 그림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솜씨에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의 다른 이야기를 또 만들어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비 오는 날의 피프스애비뉴]의 얘기는 당혹스럽고 매혹적이어서 정말로 이런 상황으로 거쳤기 때문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력적인 웃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동생을 가진 언니가 느끼는 그 좌절감과 내 것은 모든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를 그림을 통해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처음 [옷장을 뒤지는 여자]는 충분히 그런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겨진 사람의 물건을 뒤져 흔적을 찾아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의 그녀의 낡은 뒷모습을 통해 그녀가 앞으로 겪어야 할 상실의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비밀 하나 남겨 놓지 않고 떠난 당신의 흔적을 찾는 일은 얼마나 괴로운 시간이며 앞으로 다가올 당신의 부재에 괴로운 날들일까. 황경신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뒷모습이 애처로워 열린 옷장을 닫아주고만 싶다.

그녀의 이야기는 [백합 속에서]와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당신의 부재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이렇게 또 말해주고 있다.

 

 

“ 여자는 눔을 감았다. 어떤 식으로든, 겨울은 지나간다. 여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또한, 어떤 식으로든, 사랑도 지나간다.” P66

 

 

어찌 보면 그림마다 작가가 새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사랑하는 사람의 떠남과 함께 생기는 부재에 대해 그녀는 사랑이 떠나고 다시 또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그녀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게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영 불편하고 어색했다. 그녀는 그리하여 하나의 풍경 안에 녹아 들어갔다. 텅 빈 마음에 박힌 못 하나처럼 살다가, 텅 빈 공간에 박힌 못 하나가 되었다. 쓸쓸하고 평화롭고 그리하여 마침내 완벽해진, 뒷모습이 되었다.” P115

 

 

[피아노와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있는 실내, 스트란가데 30번지] 의 그림을 통한 그녀의 이야기다. 옷장을 뒤지는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스트란가데 30번지 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당신의 흔적을 끝내 찾지 못하고 검을 옷을 입은 채 여전히 당신을 기다렸다가 사랑은 그냥 그렇게 지나간다고 말하며 끝내는 자신은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그녀가 아이를 낳고 [새장을 든 소녀]의 그 이야기처럼 사랑을 하기위한 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들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 눈을 감으면, 아득히 멀어지고 아득히 가까워진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진짜 삶이다.”

 

 

 

우리의 삶의 어느 한 부분이 이런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어느 작은 공간에 켜진 등불하나가 점점 환한 불이 켜질 것이다. 기리고 멀어졌다가 점점 다가온 등불은 내가 그리는 모습일 것이다. 눈을 뜨면 사라질, 그래서 눈을 감아야만 하는 그림 속 이야기는 계속되는 것일까.

언젠가 나는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아련하게 이런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글을 올린적이 있었다. 그 한 장의 사진은 Edward Dimsdale의 사진이었다. 가방을 들고 떠나는 여자의 모습에 문득 떠 올랐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전문을 올려 본다.

 

 

 

photo BY Edward Dimsdale

 

계절의 끝은 때로는

떠나는 여자의 뒷모습처럼 쓸쓸하다.

 

 

하고 싶었던 말을 맘속으로 정리하느라 그 날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여자. 가슴께로부터 준비했던 말이 치고 올라온다. 오늘은 꼭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지난밤 그 말을 준비하기 위해 여자는 손으로 가슴을 꾹꾹 눌렀다. 자꾸만 흐릿해지는 시야를 흔들어 생각도 흩트려 놓았다.

 

 

여자는 끝내 그날 밤 준비한 말을 다하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온다. 여자는 마지막일지 모를 남자의 손을 잡아본다. 그리고 천천히 뒤돌아 걸어간다. 여자의 걸음걸이 속도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뒤돌아 가고 있는 남자의 발소리를 끝까지 듣기 위해,하지만 미련 없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그렇게 천천히 걸음을 늦추며 가고 있다.

 

지난밤 정리해둔 말들은 낙엽이 떨어지듯멀어져 가는 남자의 발소리에 맞춰 맘속에서 떨쳐낸다.여자는 남자와 헤어진 자리에서 열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있다.

 

 

 

-본문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진 본인의 글입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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