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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사진 철학의 풍경들

 

“똑같은 피사체를 찍었는데 ‘내 사진은 왜 다른 사람의 사진보다 감각이 떨어지나’ 고민하게 되고, 똑같은 곳을 갔는데 ‘왜 나는 저런 장면을 못 보고 찍었나.’를 고민하게 된다. 시선의 차이가 있음은 당연한 것인데도, 보는 눈이 없다고 한탄하고 감각이 없어도 자책하기도 한다. ”(P15)

 

언젠가 삼청동에 갔더니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놀랄 수 있는 경우를 보았다. 삼청동의 그 좁은 길을 사이에 누고 남녀 짝으로 있거나 그렇지 않은 동성들까지도 모두 비싼 DSLR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마침 어느 쪽 동아리에서 출사를 온 것인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까지 찍는 것을 보니까 우리나라 카메라 보급률에 놀랄 수밖에 없더라.

개인 미니 홈피의 시대가 열리면서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제 일상의 모든 모습은 작품이 되었고 기사가 되었다. 아무렇게나 찍는 사진도 시간이 지나면 나름의 의미를 간직 한 채 작품으로 남을 때가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사진 찍는 횟수는 늘어나고 있고 간혹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감각의 여부까지 깊이 있는 의미를 나누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사진을 찍는 감각은 필수지만 이 감각은 상당부분 학습을 통해 배양되고, 꾸준한 노력과 학습으로 감각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노력의 방법까지 책속에서 예시해주고 있다. 참 친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사진 한 장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 속에서 철학을 꺼내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진이 요구하는 감성미학 혹은 감각적 감성을 어떻게 계발되고 어떻게 배양되는지 많은 텍스트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이런 철학은 사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철학이 사진에게 주는 분명한 선물은 사유를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멘토로서의 역할이다. 존재와 사간에 대한 사유의 개념에 대한 얘기가 사실 좀 어렵게 다가왔는데 이럴 때는 사진 한 장에 쉽게 이해되는 부분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사진을 수없이 찍으며 열광하는 것일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삶고 마주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빠져 있고 열광한다. 모든 것이 사진을 위해 준비되고 사진 찍기를 기다린다. 결국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재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P83)

사라진다는 것은 과거가 되기 때문에 남아 있는 미래가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는 것은 시처럼 받아들여진다.

 

사진과 철학이 만나는 것을 인식의 풍경, 사유의 풍경, 표현의 풍경, 감상의 풍경, 마음의 풍경으로 챕터를 나눠 설명한 저자의 사진 철학을 살펴 읽는 동안 이토록 쉽고 이해가 쏙쏙 들어가게 만들어진 책은 참 오랜만에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수많은 강연을 통해서 이뤄진 결과물이겠지만 가끔 이론서라고 칭하는 것들은 얇아도 몇 페이지를 읽고 나면 지루해 더 이상 읽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너무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진을 이해하는 초보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입문서와 같은 길 안내서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를 읽었는데 그 표지에 있는 변기 사진을 이곳에서도 보았다. 뒤샹의 <샘>이었다. 아는 사진 한 장 나오니 어찌나 반갑게 그 페이지를 맞이했는지. 역시 아는 만큼 받아들여지는 부분의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브제라는 말과 함께 예시된 뒤샹의 사진과 작품 얘기는 대중예술책을 읽은 그동안의 가장 큰 나의 발견이었다. 몇 권 읽고 나니 나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면 사진을 찍고 싶어져야 하는 것일 텐데 이상하게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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