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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간혹 그런 책들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워 다 읽기가 아쉬워지는 책들. 혹은 너무나 지루해서 다 읽지 못하는 책들. 어렵고 무거운 주제 때문에 절반을 읽지도 못하는 책들. 그리고 점점 현실을 알아가는 것이 두렵고 힘들어서 더 이상 읽지 못하는 책들.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는 후자에 속한다. 책을 한 장씩 읽어내는 일이 너무나 힘겨웠다. 아직까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워서 끝까지 읽어내는 일이 너무나 두러웠던 책이었다.

 

80년대에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늦은 밤, 아니 더 일찍 귀가를 하는 여성들을 봉고차에 납치하여 100여만 원에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단들의 뉴스였다. 돈에 팔려간 여성들은 모두 사창가나 시골 유흥주점에 넘겨지고 심지어는 서울 하늘에서 납치되어 서울 미아리 사창가로 넘겨지는 젊은 여자들의 얘기에도 놀라서 집에서는 절대 밤에 나가지 말 것을 당부했었던 엄마의 말들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잠잠해진 얘기들이어서 그저 그런 일들이 없겠거니 했었다.

몇 년 전 <테이큰>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당연히 없는 것이구나 했지만 그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때 딸들만 키우고 있던 선배가 늦은 밤 두 부부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한숨만 쉬면서 나왔다고 한 얘기가 떠올라 오싹해졌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의 가학적인 장면들에 대해 그런 말을 했었다. 영화 속보다 현실이 훨씬 더 가학적이고 잔인하지 않은가. 그렇다, 현실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이면은 훨씬 더 잔혹하고 가학적이고 놀라울 뿐이다.

 

원래의 제목 <NOT FOR SALE>인 제목은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사람을 팔아 돈을 챙기고 부유해지는 이 세상은 영화 속 그 어떤 장면보다 잔인하고 피비린내가 난다.

19세기를 통해 이미 노예제도는 폐지되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듣게 되는 노예라는 단어자체는 아주 먼 얘기를 꺼내는 일과 같다고 생각되어졌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노예’라는 단어만 숨겨졌을 뿐 그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뉴스에 나온 베트남 여성이 50대의 남성에게 시집을 왔지만 집안에 매일 갇혀 매를 맞고 모진 학대를 당하다 죽은 얘기들도 성노예로 팔려 온 것과 다름없다.

 

이 책은 사실적인 사실과 약간은 가미된 얘기들로 또 다른 문학의 탄생을 보여주었다.

과거에 있었던 인신매매로 인한 노예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신매매와 성노예로 팔려나가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가장 많은 어린 여자아이들이 성노예로 팔려나간다는 캄보디아의 스레이 네앙의 얘기를 시작으로 책의 서문을 연다. 스레이 네앙은 열두 살 때부터 늙은 여자의 노예로 팔려서 살다가 나중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모르는 남자와 마주하게 되는 성노예로 팔려나가는 얘기를 들려준다. 처음부터 읽는 동안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아내들이 사원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다가 탈출을 하자고 조르는 그 아내들이 너무나 세상물정 모른다고 생각했던 남편들이 아내들이 욕정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모두 아내들을 탈출 시키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려진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사람들에게 가혹한 것인가.

내가 살고자 다른 사람들을 수렁으로 넣으며 살아가는 이들은 또 어떤가.

처녀성을 잃었으니 이제 걸레가 되었다며 이제 그런 일을 하며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그 여자 또한 피해자이었지만 어느새 가해자로 탈바꿈하게 만들어 놓는 더러운 그물속 물고기와 같다. 하지만 그녀의 그 삶도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연민이 스며들 수 밖에 없다. 
 

인신매매는 중국, 태국, 캄보디아등 저소득층의 나라에서 이뤄지는 줄 알고 있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니 참 세상은 모두 자신의 것만 가져가려는 세상인가 싶어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문득 식당에서 음식을 날라주었던 중국인 여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어디서부터 이곳으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임금은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것일까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주인을 살펴보게 될 것 같다.

타인을 위한 배려가 어떤 것일까. 정말 많은 생각들이 왔다가 사라졌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데 누가 더 우월하며 월등하더라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든 서로를 사고 팔 수 없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진리가 살아있는데도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꽃들을 죽이며 살아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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