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삶도 표백 될지 모른다. [표백-장강명]

 

 

요즘 핫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은 나이 어린 남자친구의 모임에 나간다. 어린 여자 친구들을 동반한 친구들에 기죽었다가 취업을 못한 그녀들에게 존경의 눈빛을 받는다. 취업을 못해 결국 대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면접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얘기에 그녀는 자신이 나름 성공한 사람의 모습으로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라이브"의 정유미도 매번 면접시험에 떨어져서 결국 경찰관이 되겠다며 다시 공부를 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20대들의 고민이 잘 녹아 있었던 부분이었다.

취업난은 많은 이들에게 큰 고민과 고통을 주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많은 해결방안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앞으로도 많은 청춘들이 힘들어 할 것이고 그것으로 때로는 '죽음'을 택할지도 모른다.

 

 

 

소설 '표백'도 그런 젊은 청춘들이 녹아 있다. IMF 이후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이들도 여전히 겪어 내야 했던 좁디좁은 취업과 삶의 방식에 갈등을 겪는다. 주인공도 복학을 한 후 고민에 빠졌었다. 다시 공부를 해서 더 훨씬 좋은 학교로 옮길 것인가. 다른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늘 비슷한 또래들의 고민과 함께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그 주변인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끝낸다. 그들의 결과는 왜 꼭 죽음이어야 했을까. 88만원 세대들의 고민의 끝은 죽음밖에 없었을까.

 

 

그들은 자신의 삶의 희망이 없다는 듯 학교를 다녔고, 취업을 준비했고 졸업을 했다. 주인공도 큰 희망 없이 공무원 준비를 했다. 그런 주인공 주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세영연은 5년 후에 자살 할 것을 요구 했다. 그녀의 허무맹랑한 얘기에 동요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느 날 한명씩 죽음을 알리게 되었다. 그들은 희망 없는 88만원의 시대를 부조리한 시대에 부조리한 방식으로 '표백'해 버렸다.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사라졌다. 때로는 그들의 사라짐을 지켜보며 갈등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P 332

 

 

이 소설이 장강명이 소설가로 살아가도록 만든 책일 것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을 지닌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참 잘 읽히는 장점을 가졌지만, 그 깊이에 대한 의문은 독자 각자의 몫이겠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큰 점수를 줄 수 없지만 그의 발견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주고 싶다.

 

 

그들은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표백되어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싶었던 세연의 계획과 다르게 자신들에게 찾아온 무료하고 무기력한 시대 가고 나면 분명 그것을 다시 뒷받침해 줄 힘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에너지를 만들어서 나아가고 싶어 했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 할 것인지는 이제부터 고민하면 된다. 그들의 삶이 더 이상 표백되지 않길 바란다. 나의 지금의 무료한 시간이 분명 앞으로의 내 삶을 뒷받침 해 주었으면 좋겠다. 절대로 그렇게 표백되어 끝나지 않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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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4-1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이랑 댓글부대 읽었던 기억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