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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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때 있으시죠? 하고 묻는다면, 무슨 소리지? 하고 한 번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그럴 때의 앞 부분에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요. 또는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이 말을 들으면 어쩐지 다음 말로 이어지는 말이 될 것만 같은, <그럴 때 있으시죠> 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김제동입니다. 저자의 이름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MC. 개그맨이라고 나옵니다. 텔레비전의 토크콘서트의 사회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러 권의 책에서 이름이 검색되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방송의 사회자로 김제동씨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받아줍니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말하기도 합니다. 눈이 작고 안경을 썼고, 어쩌면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자신의 외모로도 친근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방송과 공연을 통해 만난 분들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오셨을지도 모르겠지만, 텔레비전 화면으로 만나는 저자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면서, 때로는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하는 정감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글은, 수 년에 걸쳐 트위터 등 SNS에서 썼던 짧은 글과 이어지는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종이 위에 쓰여진 글자지만,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사투리나 사투리의 억양이 섞인 그 목소리로 마이크를 들고 '그럴 때 있으시죠? '하고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찾아옵니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 목소리를 들었고, 말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고, 구어체로 술술 써나간 문장이 그런 효과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답이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가까이 와닿는데에는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요즘 사람들이 고민하는 많은 것들, 그러니까 가족, 친구, 취업 등등 시대의 불안과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내용이라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어쩐지 조금은 내 이야기 같은, 그리고 내 고민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럴 때, 있으시죠? 하고 묻는 이 책 안에는 그런 고민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는, 저자의 재치와 따뜻함이 담겨있습니다.  저자의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기억,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기억들이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다시 재구성됩니다. 누나 다섯에, 어머니, 그리고 이제는 더 많아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명절이나 어른들의 생신같은 날에 모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처럼, 어느 집이나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고 사는구나, 같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어느 집이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쓰더라도, 누가 어떤 빛과 어떤 느낌으로 쓰고 말하는지에 따라 듣는 사람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친근하게 말하고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누군가 안고 있는 고민은 그 사람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고민을 나만이 안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답을 찾기 어렵고, 막막한 느낌이 듭니다. 때로는 정말 나만이 그런 고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만, 사람들은 때때로 비슷한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아요? 하고 물어보거나, 또는 가까운 사람에게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답이 정답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고민을 듣고, 생각하고, 또한 답을 찾기 위해 애씁니다. 이 책 역시, 웃고 재미있게 읽는 사이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연말이 조금 남았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새해가 됩니다. 연말이 되면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송년회를 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정신없는 시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만날 사람이 없어 쓸쓸한 시기가 되는 분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는 조금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을지도 모르고요. 그런 때,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를 걸어오는 이 책,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아쉬운 일들 저무는 해에 보내고, 새로운 일들 희망으로 가득찬 새해에 이루고 싶습니다. 지나간 일들은 그 때는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추억이 됩니다. 지금 이 시간이 힘들더라도 나중에는 저자처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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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2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올해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보았거든요. 저는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었는데, 큰 기대 없이 읽었지만 좋았던 것 같아요. **님, 보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12-29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 새해에는 원하시는 바 많이 이루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16-12-29 07:5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희망가득한 새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거서 2016-12-29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김제동의 톡투유 시청하는데 방청석에 내려서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온기를 품는 분위기가 쉽게 연상되는군요. 또한 서니데이님은 따스함이 느껴지는 글을 쓰셨구요. 덕분에 눈이 내린 영하의 날씨를 녹일 만한 따뜻함을 느낍니다. ^^

서니데이 2016-12-29 08:32   좋아요 1 | URL
김제동씨는 방송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방송에서 보았던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새벽에 눈이 내렸다는데 바깥이 하얀색입니다. 오거서님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재는재로 2016-12-29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는참많은일들있었는데 모두떨쳐버리고새로운기부으로 새해좋은일들만가득하기를 서니데이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16-12-29 12:46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재는재로님도 내년엔 좋은 일과 함께 하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2016-12-29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9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 덕분에 올한해 알라딘 서재 활동하는게 지루하지 않았어요.
계속 좋아요 해주시고, 응원 댓글도 달아 주시고,
이런 것들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저도 그 따뜻함을 님에게 직접 되돌려드리지 못하더라도,
다른 많은 분들께 나눠 드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__)

양철나무꾼 2016-12-29 18:09   좋아요 1 | URL
책 좋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멋진 리뷰라니 황송하고 행복합니다~^^

서니데이 2016-12-29 18:41   좋아요 0 | URL
제게도 올해, 따뜻함과 다정함을 많이 나누어주셨어요. 힘들때, 막막할 때,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해요. 지나고 나면 잊혀지는 것들도 있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 그리고 잊으면 안되는 것들도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일들이 아니어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그런 말들이 생각나요.
올 한해 저도 많이 감사했어요.
그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릴게요.

서니데이 2016-12-29 18:43   좋아요 0 | URL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잘 쓸 줄은 저도 예상을 못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멋진 리뷰라고 말씀해주셔서, 칭찬 듣는 기분이예요. 좋으면서도 어쩐지 조금 부끄럽기도 한 그런 기분요. 고맙습니다.^^
 



저는 처음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다시 읽을 때 더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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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 도쿄대에서 우에노 지즈코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다
하루카 요코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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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저서는 아니지만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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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우리 내면에 숨은 무의식의 정체
김현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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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밤에 좋은 꿈 꾸셨나요. 사람들이 좋은 꿈을 꾸면 복권을 사고, 좋은 일을 기다리는 것. 또는 좋지 않은 꿈을 꾸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걱정하는 일. 그런 것들 없지 않습니다.  어제 꾼 꿈이 이상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다양한 꿈 해몽이 나와있습니다. 같은 일도 좋게, 또는 좋지 않게 해석한 것을 보면, 꿈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이 책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은 꿈의 해석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정신과의사이고, 이 책에는 다양한 꿈의 사례와 해석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느 날 꿈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듣고, 다시 그 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을 듣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꿈에서는 현실의 법칙과는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꿈을 꾸는 그 순간에는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 같이 있을 수 없는 것들이 함께 등장하거나, 또는 돌아가신 분들과 같이 이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또는 어떤 행동, 그러니까 밥을 먹거나, 대화를 하는, 일상적인 행동 역시 꿈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평소 의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도 어느 밤의 꿈에는 펼쳐집니다. 그 사람이 절대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무서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순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꿈 속에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하는 많은 장치가 등장합니다. 꿈이 앞날의 일을 예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내가 안고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을 복잡한 이야기로 만들어냅니다. 때로는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 또 다른 나에게 전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나를 통해서 안정감을 찾기도 합니다. 그러한 꿈 속의 많은 것들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 어디쯤에서 펼쳐지는 자신이 출연하고 감독하고 제작하는 영화와도 같은 점이 있지만, 우리 자신이 꿈 속의 세계에서 마음대로 다룰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꿈을 꾸는 그 순간에는 마치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던 것들이 눈을 뜨고 일상적인 일을 조금 하고 나면 금방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고, 오래 지나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지난 밤에 꾼 꿈때문에 친구나 아는 분에게 전화를 걸기도 합니다. 실제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만, 그럼에도 지난 밤의 꿈은 실제보다도 더 생생한 느낌을 강하게 남길 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꿈에 나오는 것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내게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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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9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의식의 의식화 현상이 꿈일까 싶어요..^^.꿈에 조상님이 길한 번호라도 점지해주신다면..그꿈은 용꿈^^..

서니데이 2016-10-19 21:19   좋아요 2 | URL
네. 이번주 로또번호 적어주시면 좋을텐데, 종이에 쓸 때까지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비로그인 2016-10-21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꿈은 참 신기하고 재밌어요.
서니데이님 좋은 꿈 꾸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16-10-22 01:30   좋아요 1 | URL
네. 나 혼자 꾸는 것 같은데, 비슷한 꿈을 꾸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신기해요.
고맙습니다. 알파벳님도 좋은 꿈 꾸세요.^^

바람의피부 2016-10-22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의식이 반영된꿈이 은유라면 적나라한 꿈을 많이 꾼다면 그건 무의식과 의식이 가까운 것일까요? 그게 항상 궁금했어요

서니데이 2016-10-22 01:33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저는 이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답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케이스에 따라 다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같은 꿈을 두고도 해석이 그래서 서로 다른 것 처럼요.
바람의피부님 원하시는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드리지 못해서 아쉽네요.
좋은밤되세요.^^
 
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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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이와이 슌지 감독의 새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러브레터>, <4월이야기> 와 같은 작품에서는 첫사랑과 스무살의 반짝이는 느낌을 잘 살렸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번에 새로 찾아온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는 영화와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은 인물의 묘사가 조금 더 섬세하고, 이전의 일들을 조금 더 자세히 쓴 부분이 있어서 이해하기 좋은 점이 있을 수 있겠고, 영화는 배우의 연기와 대사,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되어 그 순간 이들의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과 영화 두 가지가 서로 한 이야기를 상호보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나가와 나나미, 스물 두 살의 여성입니다. 시간제 교사로 중학교에 파견사원으로 일합니다. 조용한 성격이고, 자기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SNS중에서는 마이너인 플래닛을 씁니다. 클램본 이라는 이름으로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인사를, 그리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느 날 인터넷의 맞선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처럼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을 올립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일생의 과정, 평범하고 안정적인, 어쩌면 이상적인 삶에서 멀어지지 않고 순행하기를 원했지만, 어쩌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때로 운명은 알 수 없는 일들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나나미가 만난 사람들, 일어나는 일들은 마치 동화속의 주인공이 만나는 이상한 사건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의문의 서비스업을 하는, 란바렐의 친구로 자신을 소개하는 아무로 마츠유키가 있습니다. 나나미를 도와줄 것 같으면서도 자주 함정에 빠뜨리는 그는 돈만 주면 뭐든 해줄 것처럼, 모든 의뢰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나미는 이혼당했고, 집에서 쫓겨났고, 가짜하객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고, 동화속 버려진 저택같은 크고 엉망인 집의 입주 가정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SNS의 이름은 실제의 이름과 달라서 어느 날 바꿀 수 있습니다. 나나미는 클램본에서 캄파넬라로 이름을 바꾸었고, 립반윙클이라는 이름의 마시로를 만납니다. 조금은 과장되어 있는 즐거움과 기쁨을 표현하는 마시로, 잃었던 표정을 되찾아가는 나나미. 실제의 결혼식에서는 굳은 얼굴로 입고 있었던 웨딩 드레스도, 마시로와 함께 입으면 기쁨과 생기넘치는 표정으로 바뀌는 나나미.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친절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던 그래서 대가를 주고 싶다고 말했던 립반윙클은 떠났습니다. 그리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잠이 든 나나미는 눈을 뜹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빈 자리를 느낍니다. 이들도 그랬습니다. 서로 이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떠난 사람에 대한 슬픔을 표현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방식이라서, 더 미안해서 그런 눈물을 흘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인 <립반윙클의 신부>는 미국작가 워싱턴 어빙의 단편소설인 <립밴윙클>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산에서 이상한 사람들의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2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아내는 죽었으며, 나라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도 클램본, 캄파넬라 등도 동화나 다른 책에서 가져온 이름이고, 아무로 마쓰유키나 란바렐은 <기동전사 건담>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입니다. 찾아보면 더 많은 이야기에서 온 것들이 있겠고, 이 이야기를 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이 영화가 흰색과 검정의 이야기가 아닌 컬러풀한 영화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영화는 다채로운 계절의 빛으로 반짝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이어지고 만들어지는 세계를 가상의 세계라고도 말합니다만, 때로는 우리가 실제 얼굴을 보면서, 실제 이름을 알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어쩌면 얼굴이 보이지 않고, 진짜 이름을 쓰지 않아서 더욱 솔직한 말들을 적기도 하는 세계, 언젠가 내 옆을 지나가도 알 수 없었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계. 랜선의 어느 쪽에 있을지 모르지만, 이 커다란 세상에 살아가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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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0-14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 님의 내공이 느껴지는 리뷰인 것 같습니다. 편안한 글을 읽으면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왠지 제가 소설을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찡하네요. 에고…

서니데이 2016-10-14 23:43   좋아요 4 | URL
쓰다보니 평소보다 조금 길었는데, 편안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영화가 음악이 괜찮았어요. 클래식도 많이 나오는 편이고요. 소설은 또 다른 느낌이 있고요. ^^

[그장소] 2016-10-14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인 줄 모르고, 대체 저 제목이 뭐지? 광고는 또 뭐고 !! ㅎㅎㅎ 그랬다죠, ^^;;
잘 읽고 가요!^^

서니데이 2016-10-14 23:48   좋아요 2 | URL
광고.^^; 이 책과 영화가 같이 나와서 소개로 써서 그랬나봐요.
그장소님 좋은밤되세요.^^

[그장소] 2016-10-15 03:4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영화만 있는줄 ~^^

쿼크 2016-10-15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브레터를 처음 봤을 때 해적판 cd로 봤었죠... 해적판이라 한 이유는 cd인데... 화면이 지직 거리고 설산이 보라색...ㅋㅋㅋ... 그렇게 봤음에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네요.. 여주인공 이름을 꽤 오랫동안 이와이 슌지로 알고 있었죠.. 4월 이야기에선 좀 실망... 립반 윙클의 신부는 나중에 재밌게 봤으면 하네요.. 영화 소개 잘 읽었습니다..~~

서니데이 2016-10-15 00:31   좋아요 0 | URL
러브레터가 1995년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때는 일본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이라서 아마 지금처럼 볼 수는 없었을거예요. 러브레터 여주인공이 나카야마미호 였던 것 같은데, 맞나요.?? ^^; 그래서 예전에 그 영화를 보셨던 분들이 영화관에서 크고 좋은 화면으로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이 계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쿼크님 좋은밤되세요.^^

쿼크 2016-10-15 00:3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나카야마 미호.. 보이쉬한 매력이 묻어나는 영화였죠... 당시 제 눈에 하트가 뿅뿅..ㅎㅎ

감은빛 2016-10-15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러브레터」나 「4월 이야기」 참 재밌게 봤어요. 아마 홍보업체에서 만든 4월 이야기 티셔츠도 있어서 제가 한때 자주 입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니데이 2016-10-15 01:43   좋아요 0 | URL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중에서는 그 두 작품이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4월이야기에서는 마쓰 다카코가 나왔던 것 같은데, 4월이 봄이라서 그런지 환하고 좋은 느낌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어요.^^

감은빛 2016-10-15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와 우산과 여주인공의 표정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제가 입고 다녔던 그 4월 이야기 티셔츠에도 우산을 든 여주인공의 표정이 나와있었던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6-10-15 01:52   좋아요 0 | URL
네. 아마 영화의 포스터도 말씀하신 그 사진일 것 같은데요. 4월이야기도 러브레터도 지금 다시보면 느낌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페크(pek0501) 2016-10-16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 님의 숨은 재주를 알게 되는 글입니다.(나만 몰랐나? 혼잣말ㅋ)

잘 읽고 갑니다.

서니데이 2016-10-16 14:47   좋아요 0 | URL
조금 길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리뷰를 자주 쓰지 않아서 그런가요.^^;
pek0501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비로그인 2016-10-17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과 영화의 장점이 있죠.
원작이 책이면 서로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서니데이 2016-10-17 20:46   좋아요 1 | URL
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차이가 있으니까요.
조금 길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르케스 찾기 2016-10-22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시간 짜리 영화를 1시간이나 가위질하여ㅠ 2시간으로 상영을 했으니,,, 책 내용은 고사하고, 감독의 의도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남은 영화였어요ㅠㅠ
아가씨도 일반판보다 감독판이 두 여인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잘 나타냈 듯, 내부자들의 감독판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긴 커녕 더 짜임새 있게 완성된 것 처럼,,,
이 영화도 감독판이 다시 개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ㅠㅠ
공들인 좋은 소설에, 좋은 감독이 공들여 만들어 낸 작품을,, 상업적인 계산에 의해 가위질 당한 채로 던져져서,,,
개인적인 바람은 일반판과 감독판이 동시에 개봉되어 선택권을 관객에게 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기업 상영관만 있어 지나치게 상업적인 영화, 지나치게 미국 중심의 영화만 하루 스케줄 모두와 상영관 대부분을 몇개씩이나 잡고 있으니,,,)
세상에는 많은 나라와 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삶이 있는 데,,,

원작 책과 영화를 나란히 소개해 주신 리뷰가 참 좋으네요.
잘 읽고 갑니다 ^_^

서니데이 2016-10-22 03:03   좋아요 0 | URL
저는 잘 몰라서 3시간 상영의 바로 전날에 봤는데, 그 다음날 부터는 2가지로 상영되는 것 같아요. 제가 보았던 2시간 분량의 영화로도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3시간 원작을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자연광을 살려서 찍은 색감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영화의 상영관이 다른 영화에 비해서는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조금 길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르케스찾기님 좋은밤되세요.^^

마르케스 찾기 2016-10-22 04:53   좋아요 1 | URL
그 곳은 3시간 확장판도 같이, 2가지 모두 개봉했나 보군요.
전국 영화관을 검색하고 뒤져서,, 3시간 원본 영화 개봉관을 찾느라고 찾았건만,, 안보여서ㅠ
좀더 일찍 리뷰 올려주시지ㅠㅠㅋㅋ
여긴 그나마 2시간으로 가위질한 작품도 번개불에 콩 볶듯 상영하고 금방 내렸거든요ㅠ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면,
꽉찬 상영관에서도,
팝콘을 들고 오는 사람도 없이,
관객들 숨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히,
앤딩이 다 올라가도록 퇴장하는 사람도 없고, 감독이 만든 그대로 가위질 따윈 전혀 없는 원본 그대로를 관람할 수 있어서ㅋㅋ
전주, 부천,,, 영화제를 찾아 다녀요ㅋ 부산국제영화제가 얼마전 끝나서,,,

좋은 아침, 맞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