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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평점 :
그럴 때 있으시죠? 하고 묻는다면, 무슨 소리지? 하고 한 번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그럴 때의 앞 부분에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요. 또는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이 말을 들으면 어쩐지 다음 말로 이어지는 말이 될 것만 같은, <그럴 때 있으시죠> 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김제동입니다. 저자의 이름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MC. 개그맨이라고 나옵니다. 텔레비전의 토크콘서트의 사회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러 권의 책에서 이름이 검색되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방송의 사회자로 김제동씨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받아줍니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말하기도 합니다. 눈이 작고 안경을 썼고, 어쩌면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자신의 외모로도 친근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방송과 공연을 통해 만난 분들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오셨을지도 모르겠지만, 텔레비전 화면으로 만나는 저자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면서, 때로는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하는 정감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글은, 수 년에 걸쳐 트위터 등 SNS에서 썼던 짧은 글과 이어지는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종이 위에 쓰여진 글자지만,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사투리나 사투리의 억양이 섞인 그 목소리로 마이크를 들고 '그럴 때 있으시죠? '하고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찾아옵니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 목소리를 들었고, 말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고, 구어체로 술술 써나간 문장이 그런 효과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답이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가까이 와닿는데에는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요즘 사람들이 고민하는 많은 것들, 그러니까 가족, 친구, 취업 등등 시대의 불안과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내용이라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어쩐지 조금은 내 이야기 같은, 그리고 내 고민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럴 때, 있으시죠? 하고 묻는 이 책 안에는 그런 고민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는, 저자의 재치와 따뜻함이 담겨있습니다. 저자의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기억,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기억들이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다시 재구성됩니다. 누나 다섯에, 어머니, 그리고 이제는 더 많아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명절이나 어른들의 생신같은 날에 모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처럼, 어느 집이나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고 사는구나, 같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어느 집이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쓰더라도, 누가 어떤 빛과 어떤 느낌으로 쓰고 말하는지에 따라 듣는 사람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친근하게 말하고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누군가 안고 있는 고민은 그 사람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고민을 나만이 안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답을 찾기 어렵고, 막막한 느낌이 듭니다. 때로는 정말 나만이 그런 고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만, 사람들은 때때로 비슷한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아요? 하고 물어보거나, 또는 가까운 사람에게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답이 정답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고민을 듣고, 생각하고, 또한 답을 찾기 위해 애씁니다. 이 책 역시, 웃고 재미있게 읽는 사이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연말이 조금 남았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새해가 됩니다. 연말이 되면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송년회를 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정신없는 시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만날 사람이 없어 쓸쓸한 시기가 되는 분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는 조금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을지도 모르고요. 그런 때,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를 걸어오는 이 책,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아쉬운 일들 저무는 해에 보내고, 새로운 일들 희망으로 가득찬 새해에 이루고 싶습니다. 지나간 일들은 그 때는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추억이 됩니다. 지금 이 시간이 힘들더라도 나중에는 저자처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