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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사적영역과 공적영역
국내 블로그의 역사는 지난해부터라고 봐야겠지요. 포털사이트들이 너도나도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되었으니까요. 조선-중앙 등 언론사가 블로그를 개설한 것은 올해입니다. 불과 몇달에 불과하죠.
블로그라는 것이 시간을 갖고 천천히 확산돼 갔다면 블로그의 윤리도 어느정도 확립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윤리문제를 논의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에 블로그가 확산된 것 같습니다. 블로그의 내글이 어느날 인테넷 뉴스 사이트의 대문에 걸리고 그에대한 속보가 쏟아지고 한다면 참 당황스러울 겁니다. 실제로 그러한 사태가 있었죠. 블로그의 글을 퍼다가 올린 뒤, 그 글의 논지와는 전혀 엉뚱한 방향의 문제를 제기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는 동의 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뉴스 사이트에서 한 개인 블로그의 글을 선택해 난도질 한 데는 분명히 목적과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신문산업이 왜 망할수 밖에 없는지를 분석했는 데,뭐 개인적으로 그 논지에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그야말로 개인 블로그질에선 충분히 할수 있는 '술집 접대부처럼'이란 표현이 일파만파를 불러일으켰죠. 이러한 글이 일반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면 아무 문제없이 지났을 겁니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언론사의 블로그, 아울러 그 언론사에 종사하는 사람의 글이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 형성돼 있는 전선이 개인적 차원에서 그냥 손가는 대로 쓴 글까지도 잘근잘근 씹어 해체해 '노출증환자'로 매도해야 할정도로 치열한 것이겠지요. 여성에 대한 비하적 표현은 문제가 됩니다. 특히 공인이라면 그러한 표현에 대해 잘잘못을 철저히 따져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기자의 불로그 질이라는 것이 공적인 것이냐 아니면 사적인 것이냐에 대해 블로거들이 성찰해볼 기회를 갖지 못한채 일이 터졌다는 것입니다.
사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 사적 일기장 등 '사적 영역'임이 강조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서 수많은 주제의, 그 수많은 글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찾아보겠습니까? 그래서 컴뮤니티 형태로 운영되는 블로그의 조회수가 많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컴뮤니티 간판을 내걸수도 있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 이웃을 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컴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겠지요. 아마도 사이월드의 폭발적인 인기는 바로 사적 영역의 '엿보기'와 그 엿보기를 가능케 해준 촌수맺기라는 '교통'방법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한한 소재와 주제로 글쓰기가 가능한 포털 블로그에 비해 뉴스 사이트의 블로그는 말 그대로 '뉴스'라는 창이 개입되기 때문에 무한한 다양성은 어느 정도 제한된다고 봅니다. 물론 뉴스 사이트의 블로그에 매일매일 생각나는 대로 글을 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경우엔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아주 낮겠지요. 그만큼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애기 입니다.
그러나 기자들의 블로깅은 거의 대부분 뉴스란 '창'을 통해 본 것으로 이뤄질 겁니다. 뉴스와 관련된 글, 그것도 뉴스를 찾기위해 일부러 방문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관련 글에 클릭 버튼을 누르겠지요. 말하자면 노출도가 그것도 뉴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출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보다 훨씬 민감한 측면이 있지요.
언론사가 운영하는 기자들의 블로그에는 대개 '기자 블로그는 기자 개개인의 미디어로,기자 블로그에 나타난 생각은 신문사나 신문사닷컴의 편집 방향 및 논조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고의 경직성은 기자 블로그는 그 소속사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여기고 있지요. 그래서 혹 그 소속사의 생각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뉴스의 창'에 걸리게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실 인터넷 언론이란 그 속성상 무한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옳바른 방향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사는 그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사회의 실현을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 언론이지요. 블로그는 그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 인터넷 사이트에서 블로그의 글을 문제삼기 시작한다면 인터넷이 추구하고 있는 다양성은 갈 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종이신문과 공중파 방송의 제한된 정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만인을 위해, 블로그의 글만은 '뉴스'로 퍼나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일이 블로그의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어 준게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블로그에 글쓰기를 할때는 몇가지 원칙을 갖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기자 블로그는 공인이라 생각하고 글쓰기에 임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특히 기자블로그를 따로 관리하는 상황일 땐 더욱 그래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래 퍼온 글은 생각할 단서를 제공합니다. '일상이 아니라 일상 속의 '일부분'이도록 하고' '독서와 생각들의 결과물이어야 하고' '책에서 만나는 옛사람들과의 소통같은 글쓰기'여야 한다. '블로그에서 춤추는 입들을 단속해 나날이 진행되는 자기발언의 허를 점검하고 그 '오버'를 붙드는데 공력을 기울이라'는 말은 특히 새길만하다. 바로 아랫글은 이 '단서 제공자'의 '퍼 온 블로그 발언의 뉴스화'에 대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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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입(mouth)이나 일기장(log)인 ‘블로그 발언’이 공적인 미디어의 취사선택 작업에 의해 갑자기 ‘공론’의 위상에 처해을 때 당황하지 않을수 없다. 이럴 때 이 발언에 기존의 미디어의 '공적 권위'를 실어주는 게 맞는지, 아니면 사적인 자유발언으로 감안해 들어야 하는지 헷갈리게 된다. 물론 문갑식 기자는 '블로그를 출입하는 일부 독자'에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그것이 경쟁지의 인터넷 사이트에 대서 특필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블로그의 기술적 특성인 사적인 자유와 공공성의 혼재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저런 파문을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문갑식 블로그 발언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개인적인 발언인데 그것을 기자의 공공적인 기사로 읽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입장에서부터, 중견기자가 '어디로든 유포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블로그에다 그런 글을 올렸을 때는 이미 공적인 발언이라고 보는 입장까지 엇갈려있다. 전자의 의견에 무게를 둘 경우, 무책임한 사적 발언으로 포장된 '미디어의 의견'들이 범람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 되고, 후자의 의견에 힘을 실으면, 블로그라는 개인적인 자유언론에 족쇄를 채우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이래저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블로그의 공-사적 특징 혼합은, 어쩌면 미디어의 공공성의 위기를 재촉할 지도 모른다. 의견들은 거대한 입에 의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수천 개의 다양한 의견으로 핵분열하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회가 오기 전에, 대중매체와 일인매체 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오해와 낯선 현상들은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갑식 발언은 사랑방에서 몇 사람이 모였을 때 했던 얘기가 감나무에 걸린 마을회관의 확성기를 타고 온 동네에 퍼진 경우라 할 만하다. 본인이 당혹스러운 것이야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반상회에서 정식으로 결정되어 나온 얘기로 듣고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도 얄궂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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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원칙 10가지
수고하는 일이고 그것이 매일매일 계속되는 일이라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정신을 가꾸는 일이어야 할 텐데 이 블로그 일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혼을 황폐하게 하고 부질없는 욕심에 눈멀게 되는 기분입니다. 중독처럼 생겨난 관성이 일상을 지배해버리는 듯 합니다. 이제라도 마음 좀 가다듬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마음 속에 '블로그 원칙'을 심습니다.
1>블로그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 처음 시작할 때처럼 다시 거리를 두며 '블로그'를 헐겁게 쥐자. 블로그가 일상이 아니라 일상 속의 일부분이도록, 알맞은 자리에 이 대상을 다시 갖다 두자. 순간순간 멈추고, 쉬어라. 블로그의 기본은 마음 정리와 휴식이다.
2>블로그를 위한 블로그를 하지마라. 이 사이버 공간 속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를 위한 블로그를 하라. 블로그 속의 갈채나 소음들에 신경쓰지 말고 내 삶을 경작하는 작은 텃밭으로 블로그를 일구라.
3>내게 블로그는 독서와 생각들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이 하얀 모니터의 광선들이 야기하는 '영혼의 안구건조증을' 늘 상기해야 한다. 사유를 말려죽이는 '온라인 놀이'는 인성을 피폐하게 한다. 블로그는 한 개인이 갖는 가식없는 태도이며 사회를 향한 의미있는 입장이며 공감을 바탕으로 한 힘이어야 한다.
4>블로그는 즐거움이어야 한다. 즐겁지 않은 블로깅은 미친 짓이다. 즐거움을 만들어내지 않고 괴롭고 답답하고 쓸쓸한 생각만을 늘리는 블로깅은 헛수고이다. 그 즐거움은 타인에게서 구할 것이 아니라, 내부의 자기진작과 자기완성에서 생겨나는 것이어야 한다.
5>블로그 글쓰기는 심심풀이 독자서비스가 아니다. 독자와의 깊이있는 소통을 향한 욕망이어야 한다. 글쓰기는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기에 앞서 자기와의 대화이어야 한다. 네 글쓰기의 취지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라. 성찰도 고집도 없는 무뇌아적인 글쓰기는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다.
6>블로그는 공부하는 하나의 장(場)이어야 한다. 신문을 읽는 일, 편집을 하는 일, 세상을 바라보는 일, 사람에 대한 관점들,문제를 인식하는 틀의 분석들, 시적인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을 깊이있는 울림으로 메모해나가는 일들. 그게 블로그에서 충만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집어치우는 게 낫다.
7>블로그는 민주주의적 평화이어야 한다. 타인에 대한 따뜻한 생각들이 깊어지고, 자기와의 불화에서 화해하는 아늑한 마당이어야 한다. 이 인터넷 공론장은 상처를 치유하고 분쟁을 타결하는데 쓰여야 한다. 블로그는 평화주의다. 타인의 삶과 그의 인격을 배려하고 아끼는 '좋은 마음'들의 결집이어야 한다. 블로깅하는 마음을 늘 점검하고 온기를 높여야 한다. 블로그를 로그아웃할 때 늘 자기체온을 재라.
8>블로그 교유는 품격과 향기가 있어야 한다. 소통과 사귐은 미덕(美德)의 오고감이어야 한다. 그저 무익한 헛소리들을 늘어뜨려 삶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정신의 익우(益友)를 가려 은은하게 교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서로의 글을 알아보고 그 영혼의 그림자를 따라가며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그런 사귐이어야 한다. 책에서 만나는 옛사람들과의 소통처럼, 문자향으로 감화받고 따뜻한 공감들로 한 시대의 도반(道伴)이 되는 지란지교여야 한다.
9>블로그에서 춤추는 입을 단속하라. 블로그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세상이 바뀌어가는 와중에 홀연히 생긴 이 마당에 지나치게 자기투사를 하지는 마라. 나날이 진행되는 자기발언의 허를 점검하고 그 '오버'를 붙드는데 공력을 기울이라. 그것을 수행처로 삼아라. 절제와 자제, 그리고 겸허의 공부처로 삼아라.
10>그러나 블로그에서 하나의 희망을 가져라. 마음 속에서 잉걸불로 타오르는 문명의 전망을 가져라. 낮은 곳에서 생각을 시작하되, 높은 곳까지 생각을 밀어올리는 꿈의 전진을 담아내라. 이 일이 비록 허깨비의 춤일지라도 그 안에서 어떤 완성된 무엇을 기하라. 그 고결한 정점이 다른 문명의 토양이 될 것임을 깊이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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