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사랑을 짚고 따라가다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장편소설 '마리 퀴리의 지독한 사랑'
임정희 옮김|노블마인|312쪽|9000원
마리 퀴리<사진>는 노벨상을 두 번 받았다. 공동 수상자였던 남편 피에르 퀴리가 먼저 죽었다. 그 후 마리는 극심한 사랑에 빠진다. 노벨상은 스캔들로 바뀐다. 영예로울수록 추문은 빨리 퍼지는 법.
그러나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자신이 일군 학문과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마리 퀴리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마리는 남편 피에르가 사고로 죽은 후 피에르의 제자였던 폴 랑주뱅과 죽음보다 더 치명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폴은 유부남이다. 그래서 사랑은 비운이 된다. 원래 세기적인 사랑은 퇴폐와 비운이 있기에 세기적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그건 사랑도 아니다.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마리는 “영광의 정점에서 수직으로 파멸한다”는 현기증을 자신의 운명에 묶는다. ‘위대한 프랑스 과학자’에서 ‘폴란드 출신의 불결한 유대인 여자’로 추락한들 어떨 것인가.
이 소설은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재구성하고, 철저한 자료 조사로 검증을 거쳤다. 그러나 스웨덴 작가 엔크비스트는 약간의 허구를 집어 넣는다. 마리 퀴리가 조수로 맞아들이는 블랑슈라는 여인이다. 블랑슈는 라듐 실험의 후유증으로 팔다리를 잘라내야만 했다. 몸뚱이만 남아 있다가 결국 죽고 만다. 블랑슈는 노랑, 검정, 빨강 세 권의 노트를 남긴다. 그 노트에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와 마리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은 그 노트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폴은 결국 마리와 헤어진다. 그리고 마리는 죽는다. 그녀는 남편 피에르의 곁에 묻힌다. 불명예도 끝이 나고, 비운도 끝이 난다. 적어도 당사자에게는 그렇다. 사람은 그렇게 태어나고, 사랑하고, 죽는다. 그것이 모두의 운명인 것이다.
이 소설에는 퀴리 부부와 함께 알버트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 지그문트 프로이트, 요제프 바빈스키 같은 정신의학자들, 악셀 문테나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같은 작가들, 잔 아브릴 같은 그림 모델들이 등장한다. 모두 한 세기를 풍미했던 실존 인물들이다. 그들이 엮어내는 과학적 지식과 역사적 사료들은 이 소설을 읽는 덤이다.
한 독일 신문은 이렇게 평했다. ‘이 소설은 미로와 같은 작품이다. 미로에 들어선 사람이 출구를 찾기 위해 한손을 계속 벽을 따라 짚고 가야 하듯이, 이 소설에서도 독자들은 계속 사랑을 짚고 따라가야 한다.’
엔크비스트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 30여 권이 소설을 발표했으며, 유럽의 중요 문학상을 휩쓸었던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