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한 권의 책은 어느 것보다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해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것, 알려주고 싶은 것을 책이라는 멋진 것을 통해 전해보는 건 어떨까?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될 테니까.


1. 블루 혹은 블루 (야마모토 후미오/베텔스만)

누구나 ‘혹시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블루 혹은 블루』는 그런 생각에서 태어난 흥미로운 소설이다. 도플 갱어 덕분에, 평소 꿈꿨던 다른 삶을 살아보는 주인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블루 혹은 블루』, 살아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것을 알려준다.


2. 미술 전시장 가는 날 (박영택/마음산책)

세상 곳곳에 널린 미술 전시장은 사람에게 참으로 귀중한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른다. 『미술 전시장 가는 날』에서 그것을 배워보자. 서울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책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할 수 있다.


3. 아 유 해피? (박상규/한길사)

산다는 건 이렇게 따뜻하기에 아름다운 건 아닐까?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모은 『아 유 해피?』,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갈 즐거움을 알려준다.


4. 미쳐야 미친다 (정민/푸른역사)

정민 교수가 역사 속에서 ‘대상’에 ‘미쳐서’ ‘경지’에 ‘미친’ 이들을 모았는데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세상의 시선으로는 마이너일 테지만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는 누구보다 당당한 그들의 모습, 그 자체가 용기를 준다.


5.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사드로비치 그라닌/황소자리)

시간이라는 녀석에 발전소를 세운 남자 류비셰프, 시간 사용하는 방법은 물론 시간을 사용하는 의미에 대해서 역사상 등장했던 누구보다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6. 2010대한민국 트렌드 (LG경제연구원/한국경제신문)

오늘만 보지 말고 내일도 보자. 그리고 내일모레도 보고 1년 뒤도 보고 5년 뒤도 보자. 물론 쉽지 않으니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이 녀석이 정말 괜찮은 도움을 준다.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센스’를 키워준다.


7.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위즈덤하우스)

베스트셀러이기에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알려주기에 추천한다. 행복이란 것을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가?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는 그것이 틀렸다고 말한다. 대신 지금 이 글을 보는 거리만큼이나 행복이 가까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쉽게 깨닫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그것을 쉽게 알려주니까.


8. 칼에 지다 (아사다 지로/북하우스)

아사다 지로의 역작, 『칼에 지다』는 뭉클한 아버지의 ‘부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비난받더라도 가족을 위해 수모를 견디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무라이의 생에 투영한 『칼에 지다』, 지친 그분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9. 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청어람미디어)

청춘의 아름다움이 뭐냐고? 미치는 거지! 음악에 미친 청춘을 그린 『청춘, 덴데케데케데케』에서 청춘을 보자. 그리고 그 청춘에 전염되어 청춘을 불태워보자. 그것을 가능케 하는 불꽃이 가득 담겨있다.


10. 즐거운 불편 (후쿠오카 켄세이/달팽이)

‘불편’이 즐겁다고? 불가능해보이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아주 멋진! 자전거타고 다니기, 먹을 것 직접 재배하기 등 다소 불편하지만 만족감 100%를 보장하는 실전 경험담이 수록된 『즐거운 불편』,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겪는 허구적인 만족감과 질이 다른 기쁨을 준다.


11.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강서재/위즈덤하우스)

강서재를 따라서 돈을 모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녀의 열정을 본받을 만 하다. 목표를 정하고 미친 듯 매진한 그녀의 정신, 언제 봐도 멋지다!


12. 7인7색 (지승호/북라인)

지승호의 인터뷰집 『7인7색』은 한 권이면 충분하게 만든다. 무엇을? 국제 질서, 문화, 노동, 사회, 정치 등 오늘날 한국의 주요 쟁점을 파악하는 깜냥을 얻는 데 말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7인7색』 한 권이면 충분하다.


13. 가상역사 21세기 (마이클 화이트, 젠트리 리/책과 함께)

좀 사실적인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다면 『가상역사 21세기』만큼 멋진 도움을 주는 녀석도 없다. 21세기가 지난 시대에 21세기를 돌아본다는 환상적인 설정을 지닌 특별한 역사책으로 설정은 공상 같지만 내용은 참으로 사실적이다. 내용도 즐겁고 분량도 두툼하니 두 배의 뿌듯함을 보장한다.


14.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세종서적)

삶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진다면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에서 그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자. 누구의 삶이나 ‘위대’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삶에 힘을 줄 뿐만 아니라 지금 있는 곳이 ‘천국’이라는 멋들어진 사실까지 알려준다.


15. 전작주의자의 꿈 (조희봉/함께읽는책)

전작주의자란 무엇인가? 작가의 모든 글을 읽고 작가도 모르는 화두를 끄집어낼 수 있는 놀라운 독자를 말한다.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전작주의로 시작해보는 것이 어떤가?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 숨겨져 있다.


16. 부모님 살아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고도원/나무생각)

잊지 말자.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할 수 있다는 것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녀석에게 도움을 청하자. 가슴을 훈훈하고 뿌듯하게 방법들 45가지가 있으니 충분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테다.


17.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다밋)

인터넷에서 잡다한 의학상식을 얻어봤자 아무 쓸모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서민 교수라면 충분한 도움을 준다. 대중을 위한 최적화된 의학가이드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어느 집이나 한권씩 갖춰야할 도우미 중에 도우미다.


18. 생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문예출판사)

니나의 삶, 주어진 삶을 극복한 삶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 그녀의 삶은 누군가의 가슴을 격동적으로 흔들기에 충분하다. 살아온 ‘생’의 의미와 앞으로 맞이할 ‘생’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생의 한가운데』, 인생의 나침반이 된다.


19.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왕주/효형출판사)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영화를 보자. 물론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를 옆에 끼고서. 그러면 아마추어 철학자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최고의 철학입문서라는 수식어가 참으로 멋지게 어울린다.


20. 여행자의 로망백서 (박사, 이명석/북하우스)

여행의 로망을 뭉게구름처럼 만들어주는 『여행자의 로망백서』.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단, 일상을 접고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들지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21.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오래된 미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윌든』의 작가 소로우가 쓴 편지들을 모아둔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나의 답을 얻어 보자. 책을 펼치고 나면 나를 둘러싼 공기들이 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22. 나는 사진이다 (김홍희/다빈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테크닉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테크닉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나는 사진이다』에서 그것을 배워보자. 없어서는 안 된다.


23.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고든 리빙스턴/리더스북)

너무 늦게 깨닫는 것이 많다는 것,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테고 그 때문에 큰 아쉬움에 넋을 잃은 적이 있을 테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에서 그것을 배우자. 늦기 전에 당장 배우자.


24.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스튜디오본프리)

마징가 z 지하기지를 만들어보자고? 어처구니없는 것 같지만 진짜로 그것을 계획해보는 이들이 있다. 황당한 상상력에서 시작한 놀라운 건설업의 힘을 보여주는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추억을 되새기는 즐거움과 현실로 돌아오는 추억을 맞닿는 황홀함이 담겨 있다.


25.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이철수/삼인)

이철수의 그림엽서를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그것을, 아주 그것들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사랑하지, 이 작은 것들을. 이철수의 그림엽서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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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3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1-0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54님, 네. 당연히 받았으니 써야죠. 운영진이 괜찮다고 하시니 저도 한번 오프모임 나가보고 싶네요. 언제고 나가시게되면 같이 가요.^^ 제 본명 불러주시니 야릇하네용. ㅋㅋㅋ.
 

 

이타성에 기반해 인간을 탐구


타인의 얼굴-레비나스의 철학
강영안 지음|문학과지성사|333쪽|1만8000원

엠마누엘 레비나스(1906~1995)는 서양의 자아 중심적 철학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윤리학을 제1의 철학으로 내세우는 독특한 ‘타자성(他者性)의 철학’으로 현대 철학사에 큰 자취를 남긴 프랑스 철학자이다. ‘시간과 타자’를 번역한 바 있는 강영안 서강대 교수가 ‘주체와 타자’ 문제를 중심으로 레비나스의 초기 철학에서 후기 철학에 이르기까지 주요 저작의 텍스트를 세밀하게 파고 들었다.

레비나스는 그 어떤 철학자보다 일상적 경험이 갖는 심대한 의미에 천착했다. 잠, 불면, 음식, 노동, 타인의 얼굴, 거주 등이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인간 존재의 애매성에 대해서 열린 눈을 가진 철학자였다.

저자에 따르면 레비나스의 철학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메시지의 하나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고려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책임을 갖는 삶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되게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레비나스에 대한 저자의 20여년의 연구가 녹아든 역저이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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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심오합니다 레비나스 저도 메모해 두어야 겠네요
 

 

[김광일 기자의 책 읽어주는 남자] 연애도 안해보고

인생을 논하지 말라

'여우들이 궁금해 하는 늑대들의 진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51가지'

‘작업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구미호 작전을 펼치는 건 스리헌드리드식스티화이브 데이즈에 가능하지만 그래도 엑스-마스 겸 연말입니다. “당신 아버지는 도둑이 틀림없어.” “왜요?” “밤하늘의 별 두 개를 훔쳐다 당신 눈에 넣어 놓았잖아.” 꼬끼오 느끼~표지만, 폼므롤 레드와인이 석 잔쯤 들어갔을 때는 이마저도 필을 꽂습니다. “정말 피곤하시겠어요.” “왜요?” “오늘도 하루 종일 제 머리 속을 돌아다니셨잖아요.”

이명길 지음 ‘여우들이 궁금해 하는 늑대들의 진실’(선영사), 그리고 앨런 존스 지음 ‘사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51가지’(휴먼하우스), 두 권을 권해드립니다. 뭐, 그렇고 그런 책들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진실은 통속적이라는 것요. 유행가 가사에 훌쩍거려본 적이 있는 분들은 심심풀이 땅콩을 씹다가 우주를 뒤집어놓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여우를 위한 책에는 늑대를 움직이는 연애기술 2가지, 매력있는 여우가 되기 위한 5가지 기본법칙, 늑대에게 은근히 접근하는 법, 매력있는 여우의 스킨십 차단 방법들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또 화난 늑대 달래는 방법, 늑대들과 싸울 때 알아야 할 10가지 전략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충고 한가지. “다음에”, “나중에”, 라고 하면서 불확실한 뻐꾸기(멘트)를 날리는 남자를 버리라고 하네요. 그냥 인사치레랍니다. 모든 남자들은 관심 있는 여자에게 언제 한번 보자, 는 식의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을 불행하게 할 늑대를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1편 보다 더 재미있고 즐거운 2편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다”(123쪽), 하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약간은 청교도적 충고와 일화로 감동을 선사하는, 꼭 알아야 할 쉰한 가지 이야기는 연애의 필드 매뉴얼이라기 보다는 인생학 원론서에 가깝습니다.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한편씩 읽기 편하게 만든 책입니다. 떠나버린 그녀가 혹시 백인 노예시장에서 아랍 왕자에게 팔려간 것이라고 오해하지는 말랍니다. 당신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생각까지 바꿔 보려고 덤볐기 때문에 그녀는 떠난 것이랍니다(22쪽). 투병 때문에 머리가 빠져버린 그를 위해 같이 삭발을 할만큼 아픔을 공유하는 사랑도 권해줍니다. 앨런의 충고는 건강합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기라고 합니다. 카르페 디엠은 ‘삶을 즐겨라’는 뜻의 라틴어인데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쪽 방면으로 진짜 권하고 싶은 고전은 롤프 브레드니히 지음 ‘위트 상식사전’(보누스), 그리고 마리오 바르트 지음 ‘남자들은 절대 모르는 여자의 언어’(이레)입니다. 출간된 지 조금 됐는데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래동안 올라 있을만큼 대중적으로 검증된 책들입니다. 여자로 태어나서 좋은 점 29가지, 그리고 남자로 태어나서 좋은 점 41가지가 적혀 있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당신을 보면 우리 아빠가 생각나.” 하고 말하면 그것은 “어머 뚱보가 다 됐네.”라는 뜻이랍니다.

어쨌든 사립학교법과 배아줄기 논쟁으로 초저녁부터 개기다가 운때를 놓치지 말고, 어서 뽀샤시한 뻐꾸기를 날려보십시오. 근데, 요즘 옥황상제가 천사들 인원점검에 나섰다고 합니다. 왜요? 책을 좋아하는 천사들이 모두 지상에 내려가 책읽어주는남자를 읽고 있다고 하네요. 블로그도 모르나….

김광일 기자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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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1-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ㅜ.ㅜ

하늘바람 2006-01-0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인생을 논하기엔 연애가 너무 시시했답니다

stella.K 2006-01-0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에이~야클님 연애 안해 봤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인생을 논하시오!
하늘바람님/인생의 고수시군요. 음...!

하루살이 2006-01-0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다물고 살아야겠군요, 흑흑.
올해는 묵언정진...

2006-01-03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1-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루살이님! 반가워요. 올해 시작한지 3일 밖에 안됐습니다. 벌써부터 묵언 정진하실려구요? ㅋㅋ
 

미국을 움직이는 건 연방대법원 판사들


블랙먼, 판사가 되다
린다 그린하우스 지음|안경환 감수|안기순 옮김
청림출판|368쪽|1만8000원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아시오?”

미국정치를 전공하는 한 학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흔히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로 알고 있지만 사실 미국을 움직이는 건 연방대법원 판사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돌이켜보자.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플로리다 주의 개표 결과에 따라 백악관의 주인이 결정될 상황. 연방대법원은 “더 이상 재검표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고 판결을 내린다. 재개표 요구, 지리한 법정 공방, 국정 공백으로 불안했던 정정(政情)은 그날로 종결됐다.

민주당 고어 후보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무조건 승복한다. 만일 그가 승복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그건 미국정치를 모르는 이야기다. 혹 불만이 있을지라도 연방대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않으면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비(非)국민으로 간주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에는 아홉 명의 판사가 재직한다. 판사 한 자리의 임명을 둘러싸고 종종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유는 국가의 운명이 이들 ‘아홉 명의 늙은이’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24년간 연방대법원 판사로 재직했던 해리 블랙먼(1908~1999)에 대해 쓴 전기다.

블랙먼 판사는 1999년 사망하기 직전 5000만 건 이상의 공적인 자료와 개인 자료를 미국 의회도서관에 기탁했다. 1585개 상자에 담긴 자료는 높이가 무려 183m에 달했다. 퓰리처 상을 탄 뉴욕타임스의 연방대법원 출입 기자인 저자는 5년 후 공개된 자료를 통해 그의 일대기를 썼다.

낙태의 자유, 소수민족 우대정책, 사형과 성차별 등 미국사회를 흔든 논쟁에 대한 블랙먼 판사의 견해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단지 그의 의견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를 통해 미국사회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새만금 사업 등 우리도 법원(헌법재판소)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많아졌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과연 정치의 영역에서 논의한 정치의 결과를 법이 재단할 수 있는가. 법 만능이 또 다른 재앙을 부르진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논의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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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 > 새해에 부치는 시 한 편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   지   우 -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零下에서
                    零上으로 零上 五度 零上 十三度 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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