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이 전문기자의 여성탐구] 그녀들, 돈·성공을 읽는다

20대女 타깃 ‘계발서·소설’ 100억대 시장 창출
경제적 독립·섹스 등 담아내
“욕망에 충실하라” 코드 먹혀

“외박은 해도 지각은 하지 마라.”

“돈 있는 여자는 아름답다.”

“21세기 신데렐라는 공주가 아닌 CEO를 꿈꾼다.”

20대 여성들에게 요즘 가장 잘 먹히는 ‘인생 조언’이다. 이념보다 현실이, 추상적 가치보다 구체적 목표가 중요하다는 20대 여성들의 성공 욕망이 연 매출 100억원에 이르는 새로운 출판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

‘파워풀’해 보이기 위해 비싼 몽블랑 만년필을 쓰고 취업과 결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성형 수술도 당당하게 권장한다. 경제적 독립, 섹스, 생활에서 자신의 욕망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20대 여성들의 감성과 욕망을 담아낸다.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자기계발서’와 ‘아가씨소설’로 불리는 칙릿(Chick lit)이 올 상반기 대박 상품으로 등장했다. 인문-교양 도서가 1만부 팔리면 성공한 것이라는 우리 출판 시장에 10만부, 30만부씩 팔리는 20대 여성 ‘성공담론’ 시장이 생겨났다.

“절대 남자 보는 눈을 낮추지 말라”는 데서 시작, “서른에 재산세를 내는 즐거운 상상을 하라”고 현실적 선택을 강조한 ‘여성생활백서’(안은영지음·해냄)가 출간 두달 만에 15만부를 넘어섰다. 7월 말 베스트셀러 비소설부문(북새통 집계) 2위다. 여성 자기계발서의 본격 신호로 꼽히는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남인숙·랜덤하우스중앙)가 30만부를 기록했고 ‘서른살 경제학’ ‘스무살과 서른살, 열정의 온도가 다르다’ 등 20대 여성을 겨냥한 자기계발서가 연쇄반응을 쏘아내고 있다. 자기계발서로 최근 가장 성공한 ‘10년 후 한국’(공병호·해냄)이 출간 2년 만에 30만부를 기록한 것과 비하면 올해 20대 여성 자기계발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20대 여성 성공담’의 또다른 모습은 럭셔리 브랜드와 쇼핑, 섹스, 일이 분방하게 얽혀 들어가는 소설로도 나타난다. 런던, 뉴욕을 무대로 한 20대 여성들 이야기다. 영미권에서 ‘칙릿’이란 이름까지 얻은 이 분야 소설로는 4부작 ‘쇼퍼홀릭’(소피킨셀라·황금부엉이)이 1년 동안 20만부 넘게 팔린 데 이어 지난 5월 나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렌와이스버거·문학동네)가 두달여 만에 10만부를 훌쩍 넘겼다. 7월 말 베스트셀러 소설부문 2위다.

온라인서점 매출 1위인 YES24의 구매 동향 분석을 봐도 이들 20대 타깃의 계발서·소설은 정확히 과녁을 맞히고 있다. ‘여자의 모든 인생…’ 구매는 70%가 20대 여성이고 ‘악마는…’의 49%, ‘쇼퍼홀릭’의 57%가 20대 여성 고객이다.

박선이 전문기자 sunny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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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유밀레 같은 황당한 사기극은 다시 얼어나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비로그인 2006-08-0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발견한 희한한 책들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이정일 (지은이) | 휴먼비즈니스
>저자 강연회도 하던데 가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갔음.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은이) | 랜덤하우스중앙 >리뷰써서 얻은책이라 제 주위가 30대 여자들만 있어서 27살 직장인에게 선물했는데 읽지도 안했다고 하데요..


stella.K 2006-08-0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유밀레요? 왜 나는 몰랐죠?
담뽀뽀님/이런 류의 책 잘 고르면 읽을만 하기도 하지만 대신 정말 잘 골라야해요. 그죠?^^

비로그인 2006-08-0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중에는 이런 종류의 책만 읽는 경우도 있는데 보기에는 글쎄..아예 처다보지도 않는다는 경우도 여자도 있고...
유밀레가 서울대 다닌거 빼고는 속인게 많아서 평이 안좋죠. 낸시랭을 제2의 유밀레 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좀더 두고 봐야죠..
 

 

‘사람가죽 책’ 국내 첫 발견

17세기 네덜란드 서적… 서울대, 8일 공개키로

사람 가죽(人皮)으로 제본된 책으로 추정되는 17세기 유럽의 희귀본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돼 8일 서울대 도서관에서 공개된다.

서울대는 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Gedenkwaerdig bedryf der Nederlandsche Oost-Indische Maetschappye, op de kuste en in het keizerrijk van Taising of Sina(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중국 제국에서 행한 기념비적 임무)’란 책이 DNA 분석결과 인피 도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1670년에 출판된 이 ‘인피 도서’는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이자 역사가, 번역가인 다퍼 박사(O. Dapper)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사절단과 동행하며 기록한 중국소개서로 지리책이다. 이 책에 실린 중국인과 동식물, 건물, 다리, 탑 등에 대한 동판화는 당시 중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밝은 색깔의 책 표지는 붉은빛이 도는 소·양가죽과 확실하게 구분되며 두께도 동물가죽에 비해 얇다. 서울대 장석일(張錫一) 사무관은 “구전(口傳)으로만 전해오던 사람가죽 책이 국내에서 확인되기는 유일한 것으로 안다. 표지 색깔로 볼 때 17세기의 백인 유럽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오는 8일 ‘인피 도서’를 포함해 30여개의 희귀본 등 200여권을 중앙도서관 4층 특별전시실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김영진기자 hello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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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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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다루는데 있어서 '각색'이란 작업과정이 있다. 이를테면 소설을 희곡이나 시나리오로 바꾸는 작업. 또는 시나리오를 소설로 바꾸는 작업을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각색을 맡은 이는 필히 '윤색'이란 과정도 함께 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 작업자의 스타일과 독특한 해석 등이 가미가 될 때 필히 따라오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줍잖은 실력으로 그런 작업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따라오는 작업동기란 기존의 작품을 패러디 한다든지 짜깁기를 하겠다는 발상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다가 재수없으면 원작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할 수도 있다. 물론 난 아직 그 정도의 실력은 갖추지 못했기에 그런 일은 당해보지 않았다.ㅋ.

이 작업을 하려면, 적어도 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을 때 그 이야기에 대해 '의심'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과연 이게 다인가? 이 이야기에 문제점은 없는가? 뭔가 다르게 보고, 다르게 쓸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나라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써 보겠는가? 하는 물음이다.

어치피 해 아래 새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물론 원작자는 기분 나쁠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새롭게 요리 해 먹는다는 건, 원작자의 작품에 대한 기본 정신을 반대해 침해 당하는 것 같아 용납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더구나 원작자가 보수적인 사람이면 더 더욱 그렇겠지.

하지만 달리보면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사라지는데, 그 원작의 혼령들이 살아 남아서 몇 세기가 지나도록 사람들의 입에 끊임없이 회자되고 변신을 시도한단 말인가. 나에게 그런 원작 하나쯤 있어 내 후대의 사람들이 울거 먹어 준다면 가문의 영광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난 이 책이 궁금했다. 내가 무슨 페미니스트 신봉자여서 연구 텍스트로 삼으려고 이 책을 읽으려 했던 것이 아니다. 위에서 밝혔다시피 기존의 이야기를 누군가 다른 시각과 각도에서 썼다는 그 발상의 전환이 궁금했던 것이다.

내가 페미니스트냐 아니냐를 떠나서, 나도 기존의 이야기나 영화가 거북하고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왜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고, 못 생기고 약한 것들은 일찍 죽어나가는가. 또는 잘 생기거나 똑똑한 사람 또는 부자는 면죄부를 받아 그들만의 우생학적으로 강자를 만들고 그들만의 제국을 만들기를 바라는가? 이런 건 이야기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얼마나 비평등적이고 속된 것인가.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윤색되어져서 인간의 기억의 칩에 저장되길 서슴치 않는다. 만일 원작자(또는 제작자)가 상업적인 목적에서 이런 죄를 범하길 서슴치 않았다면 반성해야 한다.      

인류가 발전하려면 反을 잘할 줄 알아야 한다. 오래 전 영화관에서 <슈렉>을 보고 나온 그 감동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는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 책도 그렇고, <슈렉>을 비롯한 같은 성질의 것들을 추구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떠올린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답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씨 착하고 예쁜 공주는 멋진 왕자님을 만나 왕궁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데요."로 끝맺는 이야기를 읽고 자란 왕자와 공주들이 오늘 날 심각한 병이 들어 헤어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고, 온갖 신드룸이란 신드룸은 그 옛날 우리가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모두 19세기 이전의 이야기들인데 그 망령은 끊이지 않고 21세기에도 떠돌고 있다. 우린 그저 재미있게 읽었을 뿐인데.

이야기가 우리의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엄청난 것이다. 그게 뭐 별건가 싶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하나의 신화가 되기도 한다. 그 신화가 인간의 무의식을 일깨우기도 하고 인간의 재해석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끊임없이 자기 변신을 시도해 내성에 인이 박힌 인간을 끊임없이 새롭게 해야한다. 

나는 그같은 작업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민담, 신화들을 수집해 새롭게 재해석하고 다시 썼다. 물론 저자는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글을 썼기 때문에 한정적이란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다른 각도에서 다르게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은 높이 살만 하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것은 나의 게으름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작가의 작업적 과잉이라고 해야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2권에 주로 많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원작과 작가의 작품이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지 몰라서 그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작가가 이야기 시작 전에 해설을 따로 해 놓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왠지 충분해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그닥 동화를 접해보지 않아서일까?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괜찮은 독서체험인 것마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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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8-2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설공주> 2권도 나왔어요? 몰랐네요.
맞아요. text를 모르면 패러디가 재미없죠. 그래서...2권은 안 읽을래요.ㅎㅎㅎ

stella.K 2006-08-2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생각하셨습니다. 하하.
 
 전출처 : 로쟈 > 구제불능 책중독자의 편력기

어제 낮에 구내서적에서 본 책인데, 한 도서광 내지는 책중독자의 도서편력기를 다룬 <책사냥꾼>(동녘, 2006)이 출간됐다. '책사냥꾼'이란 비유 자체가 유별난 건 아니고, 나로서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 이런 류의 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가령 <젠틀 매드니스> 같은 책을 생각해보라).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교양미술서들이 팔려나가는 것처럼 이런 류의 편력기들도 팔려나가는 것일까? 츨판/도서 평론가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아무튼 나로선 동류의식을 느낄 만한 저자의 책이어서 반갑다. 한겨레의 리뷰를 옮겨놓는다.

한겨레(06. 08. 04) 구제불능 책중독자의 도서편력기

-책에 미친 사람은 곳곳에 있다. 책이 그러한 것처럼…. 맛이 간 사람들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어한다. “어? 미친 녀석이 여기 또 있네” 하면서. <책사냥꾼>(동녘)은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의 방송인, 작가이자 책 수집가인 존 백스터(1939~ )의 회고록. 말이 좋아 회고록이지 평생을 책에 중독되어 산 구제불능 노인의 주절주절 수다다. 그런데 참 재밌다!

 

 

 

 

-도처의 책은 도처로 그를 끌고 다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파리를 주유하게 만들었다. 그가 처음으로 중독자의 대열에 발을 디디기는 1978년 런던. 스위스 코티지의 벼룩시장을 어슬렁거리다 그레이엄 그린의 희귀본 어린이책이 단돈 5펜스에 얻어걸렸다. 그와 더불어 전설적인 서적 판매상 마틴 스톤을 만나 평생지기가 되었던 것.

-1980년대 초반 그가 수집한 그린의 책은 거실 벽을 넘쳐 침실 벽을 침범했다. 한번은 알파벳 순으로, 한번은 연대순으로 책을 새로 배치하면서 완상하다가 어느 순간에 다가온 깨달음. 한때 커다란 기쁨이었던 어린 새가 거대한 뻐꾸기가 되어 자신의 에너지와 돈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1982년 6월24일. 그는 책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책수집 열정이 식겠는가. 텅빈 책꽂이가 더 큰 유혹이 되었다. 1990년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창고에 보관하던 책을 파리에 모아 책으로 성을 쌓고는 장엄하게 선언한다. “이제 모두 완성되었다.”

-그는 “책을 수집하는 목적은 순전히 책을 손에 넣는 그 순간에 느끼는 전율 때문”이라며 그 순간을 삼각주의 수로에서 물고기를 낚는 순간의 손맛에 비유한다. 그가 추구해 마지 않던 그린마저 “지난 30여년 동안 내가 꾼 가장 행복한 꿈은 헌책방에 대한 것이었다”고 할 정도이니….

-책을 따라 읽다보면 자연스레 문학거장들의 세계로 끌려들어가고 책사냥꾼들이 희귀본을 찾아 헌책방, 벼룩시장, 경매장, 오래된 빌라를 누비는 과정에 합류하게 된다.(임종업 기자)

06. 07. 04.

P.S. 리뷰만으로는 너무 단촐하여 '책중독'이라면 전혀 남의 얘기가 아닐 만한 번역가이자 출판평론가 표정훈씨의 칼럼 '책사냥꾼'도 옮겨놓는다. 이 '사냥꾼들'의 세계에 대해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잘 정리해놓고 있다.

 

 

 

 

-책사냥꾼들이 있다. 그들의 사냥터는 실로 전방위적이다. 요컨대 서점은 그들이 활동하는 사냥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서점은 그들에게, 사냥감을 미리 풀어 놓은 뒤 사냥꾼들에게 돈을 받고 운영하는 곳 정도에 불과하다. 무척 편하기는 하지만, 사냥감을 발견하고 손에 넣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이 떨어진다.

-책사냥꾼이 보통의 사냥꾼들과 다른 점은, 사실상 일상 생활의 모든 장면들 속에서 사냥감을 물색하는 안테나를 접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는 물론이거니와, 오랜만에 방문한 친구집 서가라던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때 눈에 들어오는 주변의 서점이라던가,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라던가, 버리지 않고 쌓아 둔 몇 년 전 신문더미라던가..... .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냥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이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일단 사냥감을 발견하고 나면, 책사냥꾼의 몸과 마음은 바빠진다. 우선 과연 그 사냥감이 사냥에 나설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서점이 주요 무대라면, 사냥감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다양한 체널을 동원해야 한다.

-우선 그 사냥감을 손에 넣은 적이 있는 주위 사람에게 직접 물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기록해 놓은 사냥 일지('서평'이라는 이름의)를 찾아 볼 수도 있다. 다른 나라 말로 집필된 사냥감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저자, 서평, 인터넷 서점에 올라 온 다른 사냥꾼들의 일지, 기타 등등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다면, 각종 도서관을 방문하여(직접 방문이던, 인터넷을 통한 방문이던) 그 책의 소장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서관 이용의 경우, 치사한 사냥 방법이기는 하지만 불법 복사 및 제본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사냥감이 천연기념물에 해당하는 경우, 그러니까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구할길이 없고 오직 한 군데 도서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경우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해도 책사냥꾼의 양심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이 보통이다.

-책사냥꾼이 보여주는 이런 종류의 양심 몰수가 과연 윤리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사항인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불법 제본, 그러니까 박제로 만들어 획득한 사냥감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쾌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책이라는 사냥감은 그 속살뿐만 아니라, 가죽과 털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사냥당한 적이 있는 사냥감을 모아 놓고 파는 곳, 그러니까 이른바 중고서점이라는 사냥터는 각별한 사냥의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도 그곳은 일반 서점과는 달리, 우연성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사냥감이 갑자기 등장할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 그러니까 중고서점은 일종의 밀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경우에 준비된 실탄(돈)이 없으면 곤란하다. 실탄을 장전하기 위해 뜸을 들이는 동안, 누군가 다른 사냥꾼이 선수를 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진정한 프로 책사냥꾼이라면, 어디를 가든지 사냥을 위한 여분의 실탄을 장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냥에 성공한 다음 할 일은 역시 사냥감의 속살을 맛보는 일인데, 이 단계에 불충실한 사냥꾼들도 적지 않다. 요컨대 서가에 진열해 놓기만 하고 좀처럼 그 속살의 맛을 보지 않는 경우라 하겠는데,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언젠가는 맛보리라 생각하며(마치 뱀술, 과일주 등을 큰 유리병에 담아 놓고 바라보는 애주가의 눈길과 비슷) 흐뭇하게 바라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지만, 역시 책이라는 사냥감은 직접 맛을 보아야 제격이다.

-책사냥꾼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사냥감을 직접 만들어 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없지 않다. 요컨대 다른 사냥꾼들의 후각을 자극할만한 사냥감을 만들어 풀어 놓고 싶다는 생각. 일본의 어느 저명한 동양학자(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책을 소개하고자 마음먹기도 했었는데.)의 책에 대한 신조랄까 그런 것이, "책을 구입한다. 구입하면 반드시 읽는다, 읽고 나면 반드시 쓴다"였다는데, 가히 책사냥꾼의 입신의 경지라 할만하다.

-요컨대 책을 사고, 그것을 읽고, 읽기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렇게 쓴 글이 모이면 책으로 출간하여 팔고.... 뭐 이런 순환 과정인 셈이다. 여하튼, 책사냥이라는 일은 강박 관념에 가까운 집착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서, 갑자기 읽고 싶은 생각이 든 책이 있는데, 분명히 서가 어느 곳에 있기는 있는데 정확히 어느 곳에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자신의 서가 전체를 여러 번 살펴 본 적이 있는 사람, 그러나 결국 찾을 수 없어서 잠못 이룬적이 있는 사람. 오래 전에 절판되었으나 반드시 구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도무지 구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아 괴로워한 적이 있는 사람, 한 달 생활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우연히 만난 훌륭한 사냥감에 주저 없이 투자한 사람, 실탄 부족으로 인해 괴로워하면서 사냥감을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그러니까 훔치는 일)하고 싶다는 치명적인 유혹에 시달려본 적이 있는 사람, 그런 등속의 사람들(*이런, 이 모두에 해당하는군!).

-탐미주의 또는 유미주의라는 말도 있지만, 탐서주의 또는 유서주의라는 말도 가능할지 모른다. 탐미주의자의 의식 상태를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한다면, 탐서주의자의 의식 상태 역시 그러할 것이다. 심하게 말한다면 "책의 노예"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스스로 노예가 되고 싶어 하는 상태, 그러니까 일종의 약물 중독과 비슷한 상태라는 점이다.

-문자의 금단 현상,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문도 들어오지 않고 변변한 책이나 책방 하나 없는 산골에서 사흘 이상을 견디지 못하는, 일종의 문명병이라고 할 수 있을 법도 하다. 사실상 치유 불능에 가까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내릴 수 있는 처방 아닌 처방은 아마도, "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한 시한부 말기 암환자" 가족에게 의사가 건네는 이런 말밖에 없을 것 같다. "집에 모시고 가셔서 드시고 싶은 것 마음껏 드시게 하십시오."(*아니, 사냥꾼 얘기가 어이해서 말기 암환자에 대한 비유로 마무리되는가? 하긴 간혹 정신병원에 가보란 소리를 듣는 나보다는 좋은 대우를 받겠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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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책에 대한 추천 글이 장난이 아니네.




 

책을 다 읽은 후 이탈리아 여행 티켓을 사러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USA 투데이

쓰러지지 않는 도시 베네치아는 불행과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 워싱턴 포스트

부드러운 존 베런트의 목소리는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한껏 드러낸다. - 뉴욕타임스

베네치아를 가보지 않는 이들은 호기심에, 가본 이들은 다시 가고픈 열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네치아에 대한 수많은 문학작품과 더불어 또 하나의 가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 인디펜던트

뭐 추천 들이야 항상 그렇긴 하지만 이건 유난히 관심이 간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가 40여 년의 글쓰기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과 창작 기술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열 권의 창작집과 백오십 권의 번역서를 내는 과정에서 얻은 체험, 스무 살 때부터 습작을 하면서 읽어 온 서양의 글쓰기 지침서들과 그후 접했던 뛰어난 작가들의 문체와 기법 등을 소개한다.

일기, 독후감, 자서전, 소설 쓰기 등의 과제를 주면서, 독자가 직접 체험을 통해 글쓰기 원칙과 요령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창작과 출판의 전 과정과 작가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 직접 그린 삽화가 함께 실려 있다.

그런데 렛츠 룩 잠깐보니 진짜 땡긴다. 근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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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0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과악의정원을 쓴 작가가 쓴 작품이지요^^

하늘바람 2006-08-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다 저도 땡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