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 여자 

 

 

 사실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남자에 대해서 다뤘다면 <다른 남자> 보단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아닐까? <다른 남자>는 중단편 모음집이라고 한다.  

부자, 부부, 친구 등 우리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빛과 그림자를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관계와 소통의 문제로 접근했다고 하니 흥미롭다. 하긴 사랑을 감성적으로 다루는 거 이제 좀 진부하지 않나? 물론 그래도 잘 다룬 작품이 있으면 여전히 보기야 하겠지만. 

<어떤 여자>는 공신력있는  대산세계문학총서의 91번째 책이다. 이미 한 차례 출판된바 있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역시 뚝배기보다 장맛이라지만 구판 보단 이번에 새로 옷을 확 바꿔입고 나온 책이 훨씬 자극적이고 끌린다. 특히 여 여자의 입술. 젊었을 때 나도 저런 립스틱 바른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바르라고 하면 못 바른다. 왜 그럴까? 나 좋으면 하는 건데. 누구 눈치 볼꺼 있나? 왜 사람들은 빨간 립스틱을 바르면 쥐 잡아 먹었냐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묻고 싶다. 쥐 잡아 먹어본적 있냐고? 암튼 내가 저런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 건 그냥이다. 별로 바를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런데 저책 읽고 싶긴하다. 일본 작가의 책이다.범상치 않아 보인다. 특히 아리시마 다케오라는 작가는 여자 작가인 줄 알았는데 남자란다. 그러고 보니, 두 남자가 하나는 남자를, 또 다른 작가는 여자를 썼다는 것이 묘한 조응을 이룬다.    

여기서 잠깐, 최근 옷을 새롭게 갈아 입은 책중 가장 눈에 띄는 책이 있다면 김영하 콜렉션이 될 것이다. 특별히 '콜렉션'이란 이름을 붙여주니 작가의 품위가 달라 보인다. 

 

 

 

 

괜히 안 사보던 책도 사 보고 싶고. 갠적으론 나선형 계단을 좋아하는 편이라 저 두번째 책이 끌리긴 한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표지가 대체로 음산해 보이긴 하지만 묘한 끌림이 있다.         

우는 여자 대 슬퍼하는 사람  

 

 아직도 저책만 보면 '미친 여자'란 이미지가 더 강하다. 왜 하필 하고많은 제목 중 저 이름을 택했을까? 그래도 김화영 교수가 번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책은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애도하는 사람>은 이책처럼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도 없을 것이다. 하나같이 묵직한 여운을 말하던데 그것에 이끌려 나도 결국 사 보기로 했다. 마침 중고샵에 나온 것이 있어 낼름!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대 디스토피아의 통렬한 비판

  
 이 두권의 책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프랑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신데렐라>는 왠지 끌리지는 않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벤트를 한다지만 그래도 조금 주저하게 만든다. 아직 이렇다할 리뷰가 올라오지도 않았고.  

끌리기는 오히려 <덕 시티>다. 사람의 얼굴대신 세마리 오리를 그려넣은 발상도 재미있고, 풍자 소설이라고 하니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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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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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배우들 - Actr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이재용
주연 : 윤여정, 이미숙 등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의 한국판 창간 표지를 찍기 위해 우리나라에 나름 내로라 하는 여배우들 여섯이 모였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그것도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계를 잘못 보고 약속 시간 보다 훨씬 일찍 촬영 장소에 나타난 윤여정. 처음 보는 디렉터 앞에서 그 실수를 만회해 보고자 하지만 거짓말엔 별로 능수능란하지 못한 윤여정이 고현정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한다. 하지만 고현정이 윤여정의 호출에 금방 가겠다고 말은 하지만, 전날 밤늦게까지 '무릎팍 도사' 촬영 하느라 말과 같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최지우 역시 촬영 때문에 며칠 밤을 세우고 파김치가 된 상태라 촬영장 까지 가기가 쉽지않다. 더구나 성격 역시 소심하고 까탈스러워 누구와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 아니다. 그 쟁쟁한 배우들과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냐며 걱정을 하고, 그래서 혼자 따로 찍어 합성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합성 사진은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사람이 예쁜 옷은 다 입고  찌꺼지를 입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돌이켜 촬영장으로 간다. 그러고 보면 최지우도 천상 여자는 여자다.  

이미숙은 아마도 '에덴의 동쪽'을 찍고 분장도 지우지 못한 채 나타나고, 김옥빈 역시 미적미적 거리며 나타난다. 그래도 가장 멋있는 등장은 김민희의 등장이 아닐까? 표범 무늬 자켓에 헬멧을 쓰고 모터 사이클을 타고 나타났다.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이중 가장 늦게 나타난 것은 사진 예쁘게 안나오면 어쩔까를 걱정했던 한류 스타 최지우. 그도 그럴 것이 일본 그녀의 팬들이 보그 촬영한다는 건 어떻게 알고 나타나 사인 공세니 어떻게 이를 마다하랴? 이를 두고 고현정이 질투 아닌 질투로 촬영 내내 최지우에게 비아냥 거리고 이죽거려 화를 돋군다. 

사람들 몇명이 모이고, 어떤 사람이 모이건 저마다 태도나 행동 패턴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마냥 공주여야만 하고, 어떤 사람은 싸움 닭이고, 어떤 사람은 뺑덕어멈처럼 이죽대고, 어떤 사람은 이 모든 것과 상관없이 자기할말 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겉도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영화 초반에 내 눈에 띄인 건, 그 모임의 막내, 김옥빈이다.  

쟁쟁한 선배들이 모였던만큼 조금 주눅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딴엔 열심히 후배 노릇 하겠다고 선배가 커피 찾을 때 얼른 커피를 뽑아 오고, 담배를 피겠다고 라이터를 대령해 보지만 늘 누군가에 의해 한발이 늦는다. 행동이 아무리 재도 말을 따라갈 수 없는 법. 그럴 땐 말부터 하고 행동을 하면 좋으련만  그런 예쁜 짓도 쑥스러워 못하고 겉도는 분위기다. 그날의 컨셉이 '보석 보다 아름다운 그녀들(?)'이란다. 그날 촬영 일부를 끝내놓고 표지 촬영을 위해 그녀들이 착용할 악세서리가 와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일본에 폭설이 내려 시간이 지연 돼 한정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고만다. 그때 김옥빈이 우연히 윤여정과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는데, 자기는 인생이 그냥 재미가 없고 말한다. 심지어 남자친구를 사귀었을 때도 재미가 없었다고. 그러니 김옥빈이 그 촬영장에서 그처럼 행동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성 싶다. 그러자 윤여정은 벌써 그 나이에 인생이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한다. 물론 윤여정의 할머니 같은 걱정도 동감은 하지만, 그런 김옥빈을 어찌할 것인가? 단지 좀 아쉽긴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건 다만 그녀의 몫일 것이다. 또 누가 아는가? 그런 사람이 늦게 철들어 나이 40줄쯤 타면 인생이 너무 재밌다고 환호성을 칠지? 지금의 내 나이에 인생이 재미없는 줄 알았다면 그렇게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원래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고 하지 않던가? 김옥빈에게도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배우. 그것도 여배우.  확실히 멋있는 것 같다. 여자로 태어나서 한번쯤 배우해 보고 싶다는 생각 안해 본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도 어렸을 때 한때나마 배우를 꿈꿔 본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아는 누가 배우의 뜻풀이를 해 주는 바람에 새롭게 깨달았다. 배우할 때 '배'자가 사람 인(人)에, 아닐 비(非)를 쓴단다. 즉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 정말 그러네. 이것은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자가 또 넉넉할 우다. 넉넉히 또는 기꺼이 사람이 아니기를 선택한 것. 이것이 배우의 뜻일까? 즉 나는 없다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철저히 작품에 맞혀진 존재들. 드라마든, 영화든 그속의 일부로 거듭나야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기에 배우는 작품으로만이 얘기되어질 수 있는 존재란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은 할 수만 있으면 '무릎팍 도사' 같은데 나가서 자신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는지도 모른다. 이즈음 그런 배우의 꿈을 접고 영원한 시청자로 나앉은지 오래된 나는 그것도 하나의 컨셉이고, 트릭 같아 마냥 편하게만 봐지지 않는다. 왜 배우들은 카메라 밖에서 조차 멋있어 보이는 걸까? 질투난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기도 하니 배우는 확실히 인간은 아니긴 아닌성 싶기도 하다. 그러니 그들은 또 얼마나 외로운 존재들일까? 남의 욕망에 붙어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영화는 아예 사람들의 그런 관음증을 속시원하게 까보이는 영화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리얼리티쇼. 그러면서 그속에서 출연진 역시 여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솔직하게 얘기하게 만들었으니 그들도 나름 작업을 하면서 재미있고, 속이 시원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최지우와 고현정이 신경전 끝에 싸우는 것도 볼만했지만, 역시 이 영화의 백미는, 악세서리를 기다리는 동안 즉석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면서 질펀하게 나누는 대화들이 아닌가 싶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어떻게 앉는 대형이 이미숙, 윤여정, 고현정이 나란히 앉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 자연히, 이혼한 여자가 배우로 살아 가기는 얼마나 어려운가를 얘기하다 눈물을 터뜨린다. 이 셋중 가장 오래 전에 이혼했을 윤여정이 영화내내 자신은 언제 이혼했는지 기억도나지 않으며, 지금은 자신이 처녀로 늙는 줄  착각하고 산다고 우기다가 결국 이 부분에서 자신을 오픈한다. 자기는 분명 (전 남편에게)차임을 당했는데 모든 사람은 내가 차버린 줄 안다고. 그것이 제일 억울하다고. 그런데 언젠가 한번은 극작가 김수현씨가 그랬단다. 못 생긴 놈한테 차였다는 말보다 네가 찼다는 말이 더 낫지 않냐고. 그러자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나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거 당연한 거 아냐? 이렇게,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봐줬으면 하는 것과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는 건 거리감이 있다. 일반인도 그런데 하물며 배우들일까? 그래도 비교적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역시 이혼은 당차게 보이는 여배우들에게도 넘지못할 산인가 보다. 

이 영화를 찍던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실제로 눈이 내렸었나 보다. 최지우와 고현정이 싸운 것 때문에 전체 분위기가 싸한데 눈이 온다고 어쩌면 그리도 좋아들 하는지 소녀적 감성이 그대로 베어나온다. 또한 그때 스텝 하나가 계단 복도에서 핸드폰으로 애인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을 넋을 놓고 지켜본다. 이들에게 이렇게 순간을 즐길 줄 아는 매력이 너무 예쁘게 보여 보는 나도 흐뭇하다.  

오기로 한 보석은 끝내 오지 않았다. 분위기는 최고였지만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그녀들은 다음에 이부분만 다시 찍기로 하고 일단 헤어지기로 한다.  그것이 실제 상황인지 아니면 컨셉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석이 끝내 오지 않은 것은 확실히 잘한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악세사리는 그 사람을 빛나게 해 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경우가 너무 많지 않은가? 이 영화는 당연 여배우들이 빛나야 하기 때문에 보석이 나오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헤어졌으니 끝이 아니라 ing다.

이 영화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일종의 페이크다큐류일 것이다. 그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핸드 헬드 카메라를 사용했고. 배우들은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사실적'이 아닌 '사실의'연기를 한다. 솔직히 이제 고백하건데 내가 끝끝내 배우가 되지 못한 건 이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고, 하거나 말거나한 얘기지만.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멋있게 보여지기도 하겠지만 자연스럽기도 해야할 것이다. 그러니까 배우지. 



촬영장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보여줄게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100분여의 러닝 타임을 무리없이 보여주고 있다. 중간에 편집한 걸 보면 이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하루는 무한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재밌고, 유쾌한 영화다. 이들의 편집된 이야기도 궁금하고, 이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  

끝에 촬영 후기로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터뷰가 실렸다. 고현정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배우라는 움직임이 자유스럽지 못한 직업이라 이렇게 나와서나 사람들을 만나고 교제 할 수 있으니 그래서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고. 확실히 이들은 카메라 앞에 아름답고 사랑스러 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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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3-0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섯명 각자의 매력이 있더군요.
역시 여배우는 여배우였어요!
저도 이 영화 좋게 봤어요. 이미숙과 윤여정 땜에 많이 웃었구요.^^

stella.K 2010-03-09 10:5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리뷰 봤어요. 뭐 님에게 필적할 수는 없지만
이거 보고 리뷰 안 쓸 수가 없더군요.
빠뜨렸는데, 윤여정인가? 이미숙이 그런 말 했잖아요.
나는 인간답게 늙지 않고 여자답게 늙고 싶다는 말과
아내같은 남편 원한다고. 정말 많이 공감했어요.
그리고 어쩜 저 젊은 여배우들 머리 찰랑거리는 게 매력적이던지!ㅎ

카스피 2010-03-0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활 안 봤지만 재미있을것 같네요^^ 단체 사진속 고현정씨 모습이 넘 장난꾸러기 같네요 ㅎㅎ

stella.K 2010-03-09 10:59   좋아요 0 | URL
이거 꼭 보세요. 유쾌하고 매력적여요.^^
 
박수칠 때 떠나라 - Murder, Take O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탄탄한 구성, 돋보이는 연출력, 장진식 유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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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0-03-0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좋았었는데! 실컷 웃다가 후반부에 뜨악하고 마지막에 눈물 한 방울. 장진 감독은 연극적인 상황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의 무대는 너무나 연극 같았거든요. ^.^;

stella.K 2010-03-08 18:28   좋아요 0 | URL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장진은 연극부터 밟고 올라온 사람이잖아요.
전 예전에 장진이 뭐가 좋지? 했는데 요즘엔 내가 이 사람을 잘못봤구나
미안해 하는 중이랍니다.ㅜ
 
찬란 문학과지성 시인선 37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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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를 잘 읽지도 않으면서, 또한 아주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찬란'이라...뭔가 찬란하단 말인가? 왠지 그 앞에 '유치'란 말을 조어로 넣어줘야만 할 것 같다. 난 그렇게 해서 그 단어를 받아들이곤 했으니까. 그만큼 나의 삶은 이 '찬란'이란 단어를 한번도 찬란하게 받아 들이지 못할만큼 유치하고 허접했는지도 모른다.    

시인의 시는 대체로 어려웠다. 시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으니 어려울 밖에.

'찬란'은 무엇일까. 시인은 말한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다고. 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여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태.  

그러나 내가 읽어 본 시인의 작품들은 그런 것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오히려 너와나, 그것과 이것, 현재와 과거가 만나지지 못한 '찰라'의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다. 표제작을 볼까?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
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
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 중에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고, 지금껏 많이 살았다 싶은 것과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찬란이란다. 시인이 말한 이 두 가지는 사실 해와 달이 포개어지는 개기일직처럼도 느껴지지만 이건 그저 인간의 의식에서나 가능할 뿐 실제에서는 결코 만나지지 않을 것이다. 

그뿐인가? 시인은 '생활에게'란 시에선 이렇게 말한다. 

일하러 나가면서 절반의 나를 집에 놔두고 간다
집에 있으면 해악이 없으며
민첩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은 다행한 일
(중략)
반죽만큼 절반을 뚝 떼어내 살다 보면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도 없으며
(중략)
그중에서도 살아갈 힘을 구하는 것은
당신도 아니고 누구도 아니며
바람도 아니고 불안도 아닌
그저 애를 쓰는 것뿐이어서
단지 그뿐이어서 무릎 삭는 줄도 모르는 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난 이 시가 그 난해한 시들중 그나마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그것은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히 자극적이다. 그 시절 나는 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 싫어 학교에 있으면서 집에 있는 나를 상상하며 학교에 있는 시간을 버티곤 했다. 글쎄, 그 의식은 꽤 오랫동안 나를 지배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지금까지 종종 여기에 있으면 저기 있는 나를 상상하고, 저기에 있으면 여기에 있는 나를 상상하며 내가 어딘가에 있음을 견뎠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어느 곳에도 나는 없었던 것 같다. 온전한 실존주의자로 살아 간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가? 나는. 그래서 무엇을 갈구하고, 누구를 갈망하기에도 나는 온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나이 먹어간다. 시인의 말마따나 무릎이 삯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대체로 허무와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더불어 전생과 회귀를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위의 시들과 더불어 <절연>이란 시는 또 후자의 것을 내포하기도 한다. 

어딘가를 향하는 내 눈을 믿지 마오
흘기는 눈이더라도 마음 아파 마오
나는 앞을 보지 못하므로 뒤를 볼 수도 없으니
(중략)
묶지 않은 채로 꿰멘 것이 마음이려니
잘못 알어 밉게 녹는 것이 마음이리니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한 번 보았기 때문
심장에 담았기 때문
(중략)
지독히 전생을 사랑한 이들이
다음 생에 앞을 못 본다 믿으니
그렇더라도 눈을 씻어야 다음 생은 괜찮아진다 믿
나니

많이 오해함으로써 아름다우니
(이하 생략)    

이 시는 어느 시각장애자를 모델로 쓴 시 같기도 하다. 어찌보면 헬렌 켈러를 연상케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전생과 회귀를 미망하는 마음이 나타나 있기도 하다. '많이 오해함으로써 아름다우니'이 말이 참 희망적여 보인다. 그래도 시각장애자의 오해와 비시각장애자의 오해는 다를 것이다. 전자는 실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좋고, 아름답지 않을까를 생각하겠지만, 후자는 두 눈을 다 가지고도 온갖 추문의 상상을 하는 존재들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시각장애자 보다 나을 것이 뭐가 있는가? 빛을 보기 원하는 그들과 매일 빛을 보고 빛속에 살아 가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지 못한다면 말이다. 이것을 깨닫는 빛이 번쩍거리는 순간 어디쯤에 시인이 말하는 '찬란'이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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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3-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률의 최근 시집이군요.
제가 얼마전부터 자꾸 '찬란한'이라는 낱말이 맴돌았는데 말에요.

stella.K 2010-03-08 10:4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사실 시를 읽은지가 하도 오래돼나서 모처럼 읽었는데 어렵더군요. 이 허접한 리뷰를 읽어주시다니 그저 감읍할 다름이옵니다. 흐흑~
 
별별 이야기2 - 여섯 빛깔 무지개 - If You Were Me - Anima Vision 2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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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총출동하여 함께 제작한 이 영화는 동성애자, 장애인, 일하는 여성과 육아, 남자들의 사내대장부 콤플렉스, 외모지상주의, 이주 여성의 문제 등 자칫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인권의 문제를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을 동원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국가 인권위원회에서 만든 거라고 우습게 보면 안될 것 같다. 뭐 그다지 세련된 것은 아니지만 실험성이 강하고 작품을 만든 감독들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작품들이고 독특한 실험성들이 좋아 지루하지 않게 볼 수가 있다. 특히 나 같이 에니메이션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 볼 땐, 이 분야의 발전이 주목할만 하다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 이 작품을 선전했던 것을 TV에서 얼핏 본 것도 같은데 워낙에 형식적 공지하는 정도에서 그쳐 결과 역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한번쯤 보고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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