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터뷰어로 유명한 지승호 씨가 또 하나의 책을 냈다. 아마도 그가 낸 책중 가장 최근의 책은 아닐까 싶다. 참 부지런도 하다. 이번엔 특별히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이란 부제를 달고, 김미화, 김어준, 김혜남, 김영희, 우성훈, 진중권, 조한혜정, 장하준 등 8명의 각계 각층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인터뷰 해 실었다.  

내가 이 책을 잘못 보긴 잘못 보았다. 난 이렇게 쟁쟁한 인터뷰이들이 한꺼번에 등장해서 그들의 삶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하나 같이 나라 걱정하는 소리들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라 걱정하는 거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고, 내용도 좀 뻔해 솔직히 읽으면서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저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이란 부제를 조금 일찍 발견했더라면 나의 책읽기가 조금은 즐겁지 않았을까? 어쩌 자고 난 이걸 나중에 발견해서 '책읽기의 괴로움'을 가중 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전혀 유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몇몇 인터뷰이들의 인터뷰는 상당히 유익했다고 본다. 특히 김미화씨나 김영희씨 또는 김어준씨의 인터뷰는 확실히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라고 해도 좋을 만한 김미화씨. 난 그녀가 점점 보면 볼수록 좋아진다. 그렇지 않았도 자신의 특징 중 하나를 뽑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안 좋아하면 못 견디는 성격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럴까? 확실히 그녀를 보면 사람 좋은 냄새가 난다. 그녀가 자신의 성격을 그렇게 말했을 땐 그만큼 본인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소리도 될 것이다. 사실 사람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기란 요즘 같은 세상에 흔한 성격은 아닌 성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럴까? 그녀의 소탈한 성격이 인터뷰 중에도 그래도 베어 있어 흐뭇하다. 그녀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또한 김영희 씨도 남 다르단 생각을 해 본다. 그에 관해서는 이미 '무릎팍 도사'를 통해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그의 방송에 대한 소신이나 방송의 미래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서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한편, 나름 즐거운 마음으로 읽은 대목은 아무래도 김어준 씨가 아닌가 싶다. 특별히 저자와는 막역한 사이라서 그런지, 격이 없이 대화하는 게 인상적이다. 말하는 것도 독설에 가깝고. 그러면서도 어느 부분에선 정말 맞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그의 '사랑론'(?)이나 '상담'에 관한 철학은 가히 새겨들을만도 한다. 또한 조한혜정씨의 말도 새겨볼만 하고. 나머지 우석훈이나, 장하준, 진중권이야 더 말해 뭐하겠는가? 그 이름만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솔직히 난 이 세 사람은 건너 뛰었다. 그것은 내가 그다지 경제에 관심없는 탓일 것이다.ㅜ) 

그런데 내가 이 책을 통털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김혜남씨의 인터뷰 부분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거의 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이지만, 확실히 이 분야에 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의 말은 솔깃하다. 인터뷰 중, 그녀가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불안'과 '공포'라고 했는데 갑자기 급관심이 생겼다. 특히 정치가 대중들을 공포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그녀는 경계하고 있는데 이건 확실히 새겨볼만 한다.   

   
  실은 다음에 준비하는 책이 공포에 관한 것이거든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주된 정서가 공포기 때문이에요. 정치도 공포를 통해서 사람들을 통치하고, 사실은 경제도 불안을 자극해서 물건을 팔고, 교육도 공포를 통해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전반적으로 지배당하고 통제당하고, 감시당하면서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정서 같습니다.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죽자 살자 노력하거든요. 행복이라든지 인간적이라든지 이런 것에 눈을 돌릴 수도 없고, 오직 자기밖에 안 보이거든요. 욕망은 승화시킬 수도 있고, 퍼져나갈 수도 있고요. 욕망이 날들 보기에 좋지 않으면 다른 멋진 욕망으로 바꿀 수도 있고, 척이라도 할 수 있는데, 불안은 옆에 있는 사람을 못 봐요. 자기밖에 못 보고, 오로지 그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 서바이벌이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성공이 문제가 아니고 생존이 문제가 되는 거죠. 그래서 더 절박한 거고요. (178p)  
   

 정말 그렇지 않은가? 더 정확히는 정치가 그렇다기 보다 공포가 사람을 다스리는 통제 수단이 된 것이다. 이건 확실히 위험한 것인데, 그가 언제 이것에 관한 저작물을 낼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조한혜정씨의 인터뷰도 주목하여 볼만 하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것으로 안다. 아무리 권세가 하늘을 찔러도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것에서 이긴적이 과연 이 말이 현실성 있는 말인가? 그냥 구호성에 지나지 않는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한 건데 아무튼 믿음이 가지 않는다. 

사실 변명 하나를 하자면, 내가 우석훈이나 장하준이나, 진중권에 관한 부분을 주마간산씩으로 대충 훑고만 것은 그들이 좌파 지식인의 선봉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이명박 정부가 욕을 먹고 있는 것과 관련이 없지 않다. 솔직히 너무 많은 욕을 먹으니 내가 다 민망할 정도다. 마치 내가 욕을 먹는 것 같다(그렇게 따지자면 난 김어준씨의 인터뷰도 읽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양반은 워낙에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는 존재라 나라도 그 궁금증을 피해갈 수가 없다). 욕을 먹는 쪽이 있으면 욕을 하는 쪽이 있기 때문인데, 하도 욕을 먹으니 욕을 하는 쪽도 왜 욕을 하나 듣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오늘 날의 한국의 현주소를 읽으려면 좌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처럼 논리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비해, 우파는 과대망상에 메시아 컴플렉스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나라의 앞으로를 볼 때 일정 부분 우파를 의지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요소들이 있다. 그런데 비해 좌파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러나 좌파나 우파나 둘 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나름의 진단과 전망을 내놓기는 하지만 좌파든 우파든 이렇다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설혹 제시한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기엔 강력하지도 못하다. 그러다 보니 좌우가 갈라져서 서로 너 잘 났니, 나 잘났니 하며 싸움만 한다.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난 김혜남씨가 어떤 저작물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할 다름이다.  

우리나라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없다고 한다. 다른 나라 국민은 이만큼 관심이 없다는데 왜 우리나라는 이토록이나 관심이 많은 것일까? 그만큼 정치가 불안해서일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건 집단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민족성 때문은 아닐까 싶다. 난 솔직히 그들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국민이 정치에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위에 계시는 분들이 좌우간 알아 잘 해서 말이다.(이렇게 말하면 너무 속 보이는 일일까?) 아무튼 우린 (아직) 그렇게 되기엔 너무 음흉한 구석도 많고, 투명하지가 못하다. 그래서 이렇게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젠 좀 들었으면 좋겠다. '고언'을 한다고 하지 않은가? 서로 말하려고만 하고 듣지는 않으려고 하니 읽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만 더해 갔다. 언제쯤이면 말하는 시대에서 듣는 시대가 될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0-03-2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지승호 인터뷰집 <희망을 심다>를 낭독하고 있어요.
박원순과의 인터뷰에요. 책속에 내용이 중첩되는 것이 흠이더군요.
님의 글 마지막 문장이 와닿네요. 잘 듣는 것! 많은 걸 포함하는 말이에요.
아무튼 별은 셋이네요.^^

stella.K 2010-03-29 11:2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도 객관적으론 못해도 별 네개겠지만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별점이어요. 전 솔직히 시사쪽엔 별 관심이 없걸랑요.
그건 시사 자체라기 보단 말들이 너무 많아 질린 탓이겠죠.
그래도 뭐 별 세 개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니 나름 참고가 되겠죠.^^

Seong 2010-03-3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데 너무 많은 책이 밀려있어서 조금 미뤄야할 것 같아요. 지승호 씨 인터뷰 굉장히 좋아하는데. 전 영화감독들 인터뷰와 신해철 씨 인터뷰가 좋더군요. ^.^;

stella.K 2010-03-31 12: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영화 감독 김지운 인터뷰집 생각나요.
좀 오래 전의 일인데 그거 리뷰 써서 적립금 받고 지승호 씨께
책 선물했었어요. 우리 알라디너이시긴도 한데
요즘엔 활동을 안하시네요.ㅜ
 
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장바구니담기


All or None이거든요. 100페센트 흑이 아니면 100퍼센트 백을 원합니다.중간 회색빛이 없고요. 그게 미성숙한 사람의 특성인데요. 일종의 경계성이나 자기애성 인격장애 이런 건데, 사람한테 뭔가 좋은 점을 발견하면 그 사람을 굉장히 이상화해서, '저 사람은 꿈에서 만나던 나의 짝', 이러다가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운 점을 발견하면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 평가절하)에 들어가는 거죠. 살망하고 떠나가고. 그런데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서 끝없이 사랑을 추구하고, 대상을 추구하거든요. 계속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이런 것을 반복하다 보면 굉장히 공허해집니다. 나중에는 그런 것에 대한 방허로 감성적인 애착을 갖고, 쿨하게 즐기는 것으로 나가게 되는 거죠. -161쪽

미국 드라마 <섹스&시티>에서 "나는 사랑에 빠진 내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라고 하는 건데요. 사랑에 빠진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자기 모습을 마치 영화를 보듯이 즐기는 거거든요. 헤어져도 쿨하게 그것을 이겨나가는 자기 모습을 봐야 하는데, 질질 짜고 울고 있는 자기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거죠. -162쪽

출구를 자꾸 만들어줘야 그쪽으로 해서가 되지, 안 그러면 인터넷으로 숨어버리거든요. 그러면 오히려 더 왜곡되고, 꼬이게 되고, 공격성만 나타나게 됩니다. 승화라는 출구를 못 찾는데, 사실 판타지라는 것들이 굉장히 필요하죠. 어른들이 꿈을 꾸지 못하고, 상상력이 결여되고, 점점 틀에 묶여가고 이러면 사실 아이들까지 매말라져 가거든요. 예술은 그것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아주 건강한 통로인데, 우리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아직은 겁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168쪽

지: 막장드라마라고 욕하면서도 독한 캐릭터가 나오면, 특이한 설정들이 나와야 사람들이 보지 아노습니까?
김: 그게 왜 그러냐 하면 그 작가들이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끌어들이는 특성이 있어요. 약간의 히스테리컬하고 그런 사람들이 사람한테 관심을 끌어들이듯이 그런 드라마가 사람들의 심리를 묘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거든요. 욕하면서 봐요.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내부에 있고, 감각적으로 자극시키기 때문에 욕하면서도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는 거죠. -169~170쪽

실은 다음에 준비하는 책이 공포에 관한 것이거든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주된 정서가 공포기 때문이에요. 정치도 공포를 통해서 사람들을 통치하고, 사실은 경제도 불안을 자극해서 물건을 팔고, 교육도 공포를 통해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전반적으로 지배당하고 통제당하고, 감시당하면서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정서 같습니다.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죽자 살자 노력하거든요. 행복이라든지 인간적이라든지 이런 것에 눈을 돌릴 수도 없고, 오직 자기밖에 안 보이거든요. 욕망은 승화시킬 수도 있고, 퍼져나갈 수도 있고요. 욕망이 날들 보기에 좋지 않으면 다른 멋진 욕망으로 바꿀 수도 있고, 척이라도 할 수 있는데, 불안은 옆에 있는 사람을 못 봐요. 자기밖에 못 보고, 오로지 그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 서바이벌이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성공이 문제가 아니고 생존이 문제가 되는 거죠. 그래서 더 절박한 거고요. -178쪽

모든 것을 히틀러에게 투사시키면서 자기네들은 자유로워지니까 모든 행동이 가능해지는 거거든요. 집단심리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하게 갈 수가 있는데, 그래서 저는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 극도로 드려워요. 왜냐하면 이성을 미비시킬 수 있거든요. 판단력이나 책임감은 외부의 딴 사람에게 맡겨둘 수가 있고요. -182쪽

우리 사회는 어른이 없어요. 어른이 없는 게 가장 큰 불행인 것 같아요. 어른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죠. 적당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그런 문제들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이순신 장군도 감옥에 보내고, 유배시켰잖아요.(웃음) 누가 올라가면 떨어뜨려야 되거든요. 그게 아버지에 대한 양가감정에서 기원하는 것 같은데, 이것을 중재시킬 수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사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권위가 나타나야 하는데, 사실은 그런 것이 조금만 나타나게 되면 다른 진영에서 물고 늘어지고, 파괴시켜버리니까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거죠.-18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왔다.   

예전에 그의 소설을 몇권 읽어 준적이 있다. 이를테면, <개미>나 <뇌>, 또는 <나무>,<타나타노트> 같은.(그래도 제법 읽었네)   

 

 

 

 

하지만 난 오래 전, <나무>를 읽은 후 그의 소설을 더 이상 읽지 않고 있다. 교양 과학 소설쯤으로 읽혀지고 있는 듯한데, 그는 우리나라에 제법 인기가 많은 작가다. 

몇년 전,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을 받기 1년 전, 나는 그의 <혁명>출간 기념 강연회에 간적이 있었다. 그때 새롭게 안 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아시아인인지, 한국 비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쩌다 그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히 유감이긴 하다. 한국이 그토록 좋아하는 작간데 말이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난 어쨌든 읽지 않는다. 뭐, 싫으면 그 사람을 싫어해야지 작품까지 싫어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책에서는 이렇게 적용이 되는 구나. 법에선, 그 사람의 죄를 싫어해야지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라고 한다면, 최근 안중근의 일대기를 연재하고, 책으로 출간한 이문열도 똑같이 적용해 줘야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이문열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그의 작품에 대해선 뭐라고 불평하기 힘들다. 나 역시도 그의 이번 작품은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솔직히 이문열이기 때문이라기 보단, 안중근이란 인물을 알고 싶단 욕구가 더 크다. 그런데 그게 다른 작가가 썼다면 또 어땠을까? 분명한 건, 난 이문열이 썼다고 해서 읽기를 망설이거나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 오히려 이문열이기 때문에 읽고 싶은 마음이 더 들기도 한 건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말이다. 

말이 조금 빗나가긴 했지만, 베르나르에 관해서 얼마 전 새롭게 안 사실은 그는 매일 새벽에 읽어나 하루 4시간 반씩 글을 쓴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몸에 밴 것으로 30년 이상 해 온 거란다. 습관이 무섭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글을 내는 것이겠지. 그의 작품이 어떤 평가를 얻건, 난 이런 사람 보면 존경을 보낸다.    

교양 과학 소설이라면, 이책은 어떨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작가 마크 해던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책에 대한 여러 수식어가 많지만, 옥스포드 타임즈의 드라마에 빠진 어른들과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책 앞으로 불러 앉혔다!란 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페미니즘 소설가로 알려진 이경자씨가 <빨래터>란 소설을 냈다고 한다. 이건 작가가 이제까지 추구해 온 페미니즘과는 달리 얼마 전, 위작 논란이 있었던 '빨래터'를 그린 박수근 화백과 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를테면, 아버지와 아들이란 애증의 관계를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썼을지 궁금하긴 하다.  

 

 

 

 

내가 지난 주 발견한 엄청난 가격의 소설이다.  무려 정가가 36,500원이다. 10% 디씨해도 3만4천원 대. 두께는 600쪽이 조금 안되는데. 왤케 비싼 것일까? 

그나마 이건 1권에 대당하는 것이고, 아직 2권이 나오지 않았다. 말에 의하면, 20세기의 유럽문화의 대표적 미완성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조이스나 프루스트가 생각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조이스나 프루스트만큼 읽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냥 눈도장만 찍는 수 밖에.(게다가 이책은 일시 품절이고, 4월에 다시 나올 거란다.) 

 

 

 

 책 소개를 보면, 타이타닉호 침몰 직전 최후의 성찬, 도망치면서도 갈비를 포기하지 못한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마지막 식사 등 역사 속 위대한 천재들의 음식문화 세계사를 담고 있다고 한다.  

365일 미식가 일기를 통해 풍성한 요리 레시피뿐 아니라 삶의 지혜, 문학적 쾌락, 역사의 순간에 감춰진 음식 일화 등 요리에 울고 웃었던 천재들의 성공과 재앙까지 엿볼 수 있다고 하니 급땡긴다.  

그에 비해 책표지는 그다지 땡기지는 않는 편. 

 

 

 이책은 몇년 전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이다. 사실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이책에 관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빨리, 빨리가 인간을 어떻게 만들어 놨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지난 주, 나는 예스24를 통해 책 한권을 주문 했었다. 그짝 동네도 알라딘과 똑같이 당일 배송 시스템을 자랑하고, 나 같은 경우 하루 늦은 배송을 시켰는데 무슨...개뿔! 이틀만에 도착했다. 결국 알라딘과 별반 다를바 없는 배송 시스템을 자랑한다고나 할까? 도찐개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이것에 대해 열받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처음 알라딘을 이용했을 때 이틀은 기본이었고 3,4일만에도 받았던 것으로 안다. 그 시절엔 또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느긋하게 기다렸었다. 그런데 당일배송하고 나서는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에 도착이 안되면 화가 나고, 비난하고 싶은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회사나 고객 둘 다에게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닌 듯 하다. 적어도 고객인 나로선 이것 때문에 혈압 올릴 필요 없지 않은가? 

나중에 마케팅 연구하는 사람들 <당일배송 시스템이 고객의 정서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뭐 이런 논문 하나 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건 정말 고객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를테면, 고객이 원하는 건 (전에도 말했지만) 속도전이 아니다. <마춤형 고객 서비스>였지. 아무 때 건 고객이 원하는 날 배송하는 것. 그것이 당일이건, 다음 날이건, 일주일 후건 간에 말이다. 시간까지 마쳐주면 금상첨화겠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몇년 전, 알라딘 내에선 '생일 이벤트'라는 것을 했었다. 즉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자기가 읽고 싶은 책 몇권을 올리고 생일을 빙자하여, "이책 사주세요!" 떼 쓰는 것이다. 그러면 친한 알라디너가 책을 사주고, 또 그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이벤트를 하면 서로 사 주는 것이다. 뭐 나름 재미 있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 이벤트 대열에 끼어 책 받는 즐거움을 톡톡히 누렸는데, 덕분에 쌓이는 건 알라딘 책상자였다. 그것을 보면서 이것을 한꺼번에 취합해 한날 받아 볼 수는 없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게 없어져 아쉽긴 한데, 대신 <오늘 딱 하루만 반값>이라는 것도 그렇다. 물론 나는 해당사항이 없긴 하지만, 예를들어, 내가 원하는 책을 월요일에 반값으로 살 수 있는데, 화요일에도 사야한다. 같은 배송 연짱 이틀 시키는 거 좀 미안하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배송되는 날 내가 받을 없는 상황일 수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내게 맞는 마춤형 서비스라면 좋을 텐데, 누가 시키지도 않고 '당일 배송' 스스로 자랑하고 지키지도 못하면서 대신 고객들 혈압 올리는 거 확실히 고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더 이상 이놈의 배송 문제 가지고 왈가왈부 안하기로 했다. 그냥 천천히 살아 볼란다.    

추기: 나는 며칠 전, 중고샵에서 책을 두 권 샀다. 이건 알라딘 배송이 아니고, 회원간 직거래로 샀다. 예정대로라면 토요일 도착 예정인데, 오늘 도착했다. 생각 보다 빠른 배송이다. 차라리 느긋하게 기다리니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몇번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알라딘 중고샵은 참 마음에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eong 2010-03-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크 해던의 『BOOM!』이 벌써 번역되어 나왔네요! 5월에나 출간 예정이라더니... 아, 그건 페이퍼북이었나?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마크 해던 진짜 재밌어요! 특히 『한밤의 개 사건』은 정말 강추!! ^.^;

stella.K 2010-03-25 10:12   좋아요 0 | URL
흠흠. 알겠슴다. 저도 기억하겠슴다.
그런데 Tomek님은 이하나를 정말 좋아하시는가 봅니다.흐흐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 My Blueberry Nigh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재즈같은 영화란 생각이 든다. 

오래 전, 감독의 <중경삼림>을 봐서 그럴까? 그 분위기가 많이 생각이 났다.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영상은 뛰어나지만 스토리는 평범하다. 

그런 의미에서 왕가위 감독은 아티스트라기 보단 스타일리스트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미국이라기 보단 대만이나 홍콩적 분위기에 미제 배우를 데려다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노라 존스는 아름답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 게 인도풍이란 느낌이 든다. 근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버지가 인도 음악가더라. 그러니 인도 사람이 확실한 게지. 

그리고 주드로는 확실히 매력적이란 느낌이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10-03-2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저 므흣한 포스터 좀 보라지.
저 사진은 또 어떻고! ㅎㅎㅎ
아니, 잠깐만, 근데 주드 로라구요!!!!!

stella.K 2010-03-22 11:22   좋아요 0 | URL
예. 그렇습니다만. 저 남자 분위기 있죠?^^
 
킬러들의 수다 - Guns & Talk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선입견이 무섭긴 무섭다. 흔히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는 선입견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싫어할 것 같은(또는 싫어하는)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선입견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왜 그동안 장진을 외면 했을까? 무엇보다 난 원래 '유머'를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유머를 믿지 않다니...? 무엇보다 사람을 웃기느라 엎어치고, 매치고 하는 것들이 작위적이고. 그 작위적이란 말 또한 자연스럽지 않은 뭔가의 과장을 담고 있어서 진실되지 못하다. 그러니 그 유머에 속고 싶지 않은 것이다.(그래서 난 '개그 콘서트'를 매주 보지 않는다. 물론 그 프로를 볼 때 '유머'와의 기 싸움에서 항상 이기는 것도 아니면서...) 나에게 장진은, 아니 장진의 작품들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그뿐이라면 또 괜찮다. 마초적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한때 조폭 영화가 대세였던 시절, 장진도 이에 질세라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폭을 미화시킨다는 일선의 반발도 있었고, 나 역시 그것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장신의 영화가 예쁘게 보일 리는 만무했다. 이렇게 난 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서 난 사람들에게 '장진 코드' 별로 안 좋아해.라고 제법 냉소적으로 말하곤 했다. 그러면 보통 그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은 왜 싫어하냐며 그것의 좋은 것에 관해 설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장진 매니아는 설득 같은 거 하지 않는다. 나의 냉소만큼이나 쿨하다. 그 쿨함은 어떤 의밀까? '하긴 뭐 입 아프게 무슨 설득까지...?'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니가 장진을 알아?' 하는 것일까?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또 간사하지? 어떻게 '장진 코드'가 나에겐 맞지 않는다며 콧바람을 휘날리던 내가 갑자기 장진이 좋아질 수 있다니. 그것은 작년 가을, 우연히 아는 사람과 함께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본 탓이다. 그것도 꼭 볼려고 해서 본 것이 아니었다. 보여주겠다던 사람이 자동차 극장을 가자는데 거기서 하는 프로가 유일하게 그것 하나였다. 그렇게 우연하게 장진과 새롭게 인연을 맺었고, 아, 정말 이 사람은 '꾼'이구나. 내가 이 사람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했다. 그놈의 어줍잖은 '유머'와 '조폭' 이미지만 아니었으면 조금 더 일찍 그를 좋아했을지도 모르는데. 하긴, 그게 어디 그 사람 잘못인가? 그의 '유머'를 어줍잖게 본 내가 잘못이지. 


사실 킬러가 나오는 영화인 경우, 어떤 감독이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영화는 달라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이런 류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되지만, 비교적 최근에 본 영화 중 <영화는 영화>에서의 킬러로 나왔던 소지섭의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 어딘가 모르게 우수가 깃든 킬러의 모습은 또 묘하게 여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킬러를 잘 묘사하기로는 코엔 형제나 쿠엔틴 탈란티노를 따라 갈 수 있을까? 그들이 만드는 킬러의 캐릭터는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찌질하고 치사한 구석과 나름의 카리스마와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뭔가의 언발란스적 매력을 발산한다. 그것은 또 모든 감독들이 닮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의 경우, (누가 봐도) 쿠엔틴 탈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하게 하지만, 그러기엔 아주 세련되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리 장진이라도 말이다. 그냥 이 영화는 쿠엔틴 탈란티노에게 바치는 오마주쯤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그리는 킬러의 이미지가 있다. 고독하고, 어딘가 모르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어느 부분에선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당연 사람을 어떻게 죽일 것인가에 대한 감각이겠지만), 또 그러느니만큼 나머지 부분에선 너무나도 허술한 이미지여서 생과 사의 공중 곡예를 하고 있구나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거기에 고독을 더하면 <영화는 영화>다 같은 영화가 나오는 것이고, 거기에 코믹을 더하면 <조폭 마누라>나 본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닌가?  

킬러에 장진식 재담은 확실히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더구나 장진이 즐겨 차용하는 영화 속 연극을 보는 재미는 과연 저런 조합이 있을 수도 있구나 감탄해 마지않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엔 상연(신현준), 재영(정재영), 정우(신하균), 하연(원빈). 이렇게 4명의 킬러들이 나온다. 하연의 나래이션으로 진행되는 이들의 인물됨은 앞서 얘기했던 어느 부분에선 동물적 감각을 구사하지만, 어느 부분에선 영 젬병인 극과 극을 달린다. 그들은 그 부분에선 하나 같이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이들 넷이 한 여자를 동시에 모두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가질 수 없는 대상이기에 모두 다 좋아할 수 있다는 공식 하나가 성립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지상파 방송국의 오영란이란 여자 아나운서를 좋아한다는 것. 이들 킬러들이 얼마나 얼간이냐면, 매일 같은 시간에 사이 좋게 나란히 TV를 본다. 그것은 오영란 아나운서가 앵커로서 뉴스를 전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뉴스의 내용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여자만을 보기 위해 똑 같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오영란이 사람을 죽여 달라고 의뢰를 한다. 너무 위험에 하지 않겠다는 건 이들의 엄살. 의뢰인이 오영란이란 사실을 알고 그들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오영란의 의뢰도 어렵긴 어렵다. 사람을 죽이 돼 되도록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많은 사람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죽게 해 달란다. 킬러가 사람을 죽일 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간 큰 부탁에 더 큰 간으로 응대하는 킬러다. 그것은 또한 확실히 감독의 역량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장진은 그의 주무기인 영화 속 연극 무대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영란이 죽여달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연극 <햄릿>에 나오는 주인공 역을 맡은 바로 자신의 애인을 죽여 달라는 것. '햄릿'이 끝에는 죽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만큼, 햄릿의 죽음은 그녀의 애인의 죽음이고, 그녀의 애인의 죽음은 곧 햄릿의 죽음이 된다. 얼마나 장렬하고도 멋진 피날레인가? 만일 내가 관객으로서 이것을 실제로 본다면 정말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이 피살된을 목도해서가 아니라 한편의 진짜 리얼한 연극을 보는 것이니 얼마나 재수(?)가 좋은가? 물론 그런 일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장진은 영화속에서 대리만족을 하게 해 줬다. 그만큼 장진의 상상력이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이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동시에 사방엔 이들을 잡으려고 혈안인 경찰과 검사가 쫙 깔렸다. 그들의 법망을 따돌리고 사람을 죽여야 한다니 정말 공중 곡예라도 하는 느낌이 아닌가? 하지만 영화를 보는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그런 어려움을 뚫고 자신들의 미션을 성공시키는가?를 보는 것.  

이 영화에서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오영란의 애인을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장면일 것이다. 그 장면과 효과가 뛰어나다. 그들 4명의 킬러들은 연극 뒤 죽음의 스텝이 되어서 너무나 완벽하고 또한 너무나 유유자적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다. 바로 그들이 극장에 나타나서 임무를 완수하기까지의 시퀀스는 다시 봐도 훌륭하다. 그때의 영상 효과와 흐르는 음악은 정말 압권이다. 오죽했으면 이 4명의 킬러를 잡기 위해 혈안이었던 조 검사 역의 정진영이 그들의 임무가 성공함에 따라 결국 자신는 임무는 실패했음에도 그들에게 박수를 쳐줬겠는가?     

그런데 나는 여기서 '장진식 유머'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즉 그의 유머는 언제 나오는가?다. 그의 일련의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그의 작품엔 유머가 빠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유머를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절대로 무겁지 않다. 심각하고 무거울 것 같은  장면도 유머로 빠지거나, 유머로 비튼다. 이 영화의 경우 별로 심각하지 않은 것을 일부러 심각하게 만들고, 거기에 화룡점정하듯 유머 한방울을 똑 떨어 뜨린다. 예를들면, 그렇게 예쁜 오영란이 사랑하던 애인을 죽일 때는 사랑에 한이 맺혀 정말 죽이지 않으면 안될만한 뭔가의 중대한 이유가 있을 것만 같다. 정공법이라면 그 이유를 푸는데 중점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죽이려 하는지에 관해선 관객도 모르고, 4명의 킬러도 알 수가 없다. 프로 킬러일수록 '어떻게 죽여드릴까?'에 초점을 맞추지 '왜 죽일려고 그러세요?'라고 묻지 않는다. 단지 의뢰인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춘다. 즉, 오영란은, 자신은 남자 B형은 너무나 싫어 사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것이 덫이되어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됐고 오늘 날엔 죽일 수 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이런 젠장, 남자 B형이 무슨 죄인가?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관객을 빵 웃게 만든다. 그뿐인가? 말미에 가선 우리의 큰 형님 상연이 어깨를 조 검사의 총에 맞아 피를 흘려 수혈을 해야 하는데 나머지들은 처음엔 혈액형이 뭔지 모른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B형이란 걸 기억해 냈고, 동시에 나머지 셋도 B형이라는 것을 알고 수혈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다. 어떻게 남자 넷이 오영란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B형이란 말인가? 정말 빵꾸똥꾸다. 

결국 내가 초두에 언급했던 나의 '유머'를 믿지 않는 그 믿음은 사이비인 것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나는 영화 내내 장진식 유머에 감염되어 킥킥대고 웃으며 봤으니까. 만일 장진 교주가 "너희가 나의 유머를 믿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꼼짝없이, "아멘. 믿습니다." 할 수 밖엔 없다.  

결국 안티에서 매니아는 이런 식으로 되는가 보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0-03-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장진 코미디에 꽂혔군요.
축하드려요^^
저도 이 영화, 그냥 일종의 편견으로 안 본 건데 볼까요?
원빈도 나오군요.ㅎㅎ

stella.K 2010-03-24 20:29   좋아요 0 | URL
코미디라기 보단 장진 영화에 꽂힌 거죠.
아마 모르긴 해도 이 사람은 연구 대상이 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