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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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r None이거든요. 100페센트 흑이 아니면 100퍼센트 백을 원합니다.중간 회색빛이 없고요. 그게 미성숙한 사람의 특성인데요. 일종의 경계성이나 자기애성 인격장애 이런 건데, 사람한테 뭔가 좋은 점을 발견하면 그 사람을 굉장히 이상화해서, '저 사람은 꿈에서 만나던 나의 짝', 이러다가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운 점을 발견하면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 평가절하)에 들어가는 거죠. 살망하고 떠나가고. 그런데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서 끝없이 사랑을 추구하고, 대상을 추구하거든요. 계속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이런 것을 반복하다 보면 굉장히 공허해집니다. 나중에는 그런 것에 대한 방허로 감성적인 애착을 갖고, 쿨하게 즐기는 것으로 나가게 되는 거죠. -161쪽

미국 드라마 <섹스&시티>에서 "나는 사랑에 빠진 내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라고 하는 건데요. 사랑에 빠진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자기 모습을 마치 영화를 보듯이 즐기는 거거든요. 헤어져도 쿨하게 그것을 이겨나가는 자기 모습을 봐야 하는데, 질질 짜고 울고 있는 자기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거죠. -162쪽

출구를 자꾸 만들어줘야 그쪽으로 해서가 되지, 안 그러면 인터넷으로 숨어버리거든요. 그러면 오히려 더 왜곡되고, 꼬이게 되고, 공격성만 나타나게 됩니다. 승화라는 출구를 못 찾는데, 사실 판타지라는 것들이 굉장히 필요하죠. 어른들이 꿈을 꾸지 못하고, 상상력이 결여되고, 점점 틀에 묶여가고 이러면 사실 아이들까지 매말라져 가거든요. 예술은 그것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아주 건강한 통로인데, 우리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아직은 겁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168쪽

지: 막장드라마라고 욕하면서도 독한 캐릭터가 나오면, 특이한 설정들이 나와야 사람들이 보지 아노습니까?
김: 그게 왜 그러냐 하면 그 작가들이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끌어들이는 특성이 있어요. 약간의 히스테리컬하고 그런 사람들이 사람한테 관심을 끌어들이듯이 그런 드라마가 사람들의 심리를 묘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거든요. 욕하면서 봐요.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내부에 있고, 감각적으로 자극시키기 때문에 욕하면서도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는 거죠. -169~170쪽

실은 다음에 준비하는 책이 공포에 관한 것이거든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주된 정서가 공포기 때문이에요. 정치도 공포를 통해서 사람들을 통치하고, 사실은 경제도 불안을 자극해서 물건을 팔고, 교육도 공포를 통해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전반적으로 지배당하고 통제당하고, 감시당하면서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정서 같습니다.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죽자 살자 노력하거든요. 행복이라든지 인간적이라든지 이런 것에 눈을 돌릴 수도 없고, 오직 자기밖에 안 보이거든요. 욕망은 승화시킬 수도 있고, 퍼져나갈 수도 있고요. 욕망이 날들 보기에 좋지 않으면 다른 멋진 욕망으로 바꿀 수도 있고, 척이라도 할 수 있는데, 불안은 옆에 있는 사람을 못 봐요. 자기밖에 못 보고, 오로지 그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 서바이벌이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성공이 문제가 아니고 생존이 문제가 되는 거죠. 그래서 더 절박한 거고요. -178쪽

모든 것을 히틀러에게 투사시키면서 자기네들은 자유로워지니까 모든 행동이 가능해지는 거거든요. 집단심리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하게 갈 수가 있는데, 그래서 저는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 극도로 드려워요. 왜냐하면 이성을 미비시킬 수 있거든요. 판단력이나 책임감은 외부의 딴 사람에게 맡겨둘 수가 있고요. -182쪽

우리 사회는 어른이 없어요. 어른이 없는 게 가장 큰 불행인 것 같아요. 어른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죠. 적당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그런 문제들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이순신 장군도 감옥에 보내고, 유배시켰잖아요.(웃음) 누가 올라가면 떨어뜨려야 되거든요. 그게 아버지에 대한 양가감정에서 기원하는 것 같은데, 이것을 중재시킬 수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사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권위가 나타나야 하는데, 사실은 그런 것이 조금만 나타나게 되면 다른 진영에서 물고 늘어지고, 파괴시켜버리니까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거죠.-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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