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웨덴 영화는 낮설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많이 접하게 되는 영화는 우리 영화를 비롯해 허리우드와 아시아 메이져 영화, 서유럽 몇 개국으로 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볼 영화들이 너무 많아 권역을 넓히지도 못하겠다. 그나마 스웨덴 영화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 수년 전 <렛 미 인>의 선전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이렇게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권 영화를 낮설어 하는 건 그것이 주는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배우들 역시 특별히 아는 바가 없어서는 아닐지? 그나마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미카엘 니크비스트란 배우는 다소 풍채도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친근감마저 준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노미 라파스란 배우는 코에 피어싱을 하고 몸에 문신을 한 것이 전사 같은 모습을 했다. 좋게 말해 전사지 세상에 대해 잔뜩 적대감을 품은 모습이다. 이런 역을 맡은 배우를 단번에 좋아하기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긴 2009년도 영화를 가지고 왈가왈부한다는 게 시대에 뒤쳐진 느낌이긴 하다. 그동안 스웨덴을 비롯한 동유럽권 영화가 우리나라에 나름 꽤 소개되지 않았을까? 그러니 이제와 낮서니 어쩌니 하는 건 내가 게을렀음을 자인하는 것 밖엔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뒤늦게 나마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했던 건 문학동네에서 최근 다시 복간된 <밀레니엄> 시리즈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와 원작이 다소 다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영화는 원작을 바탕으로 했을 테고, 영화를 보고 책으로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영화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던가.
총 4부작이라지만 한 부, 한 부에 붙힌 제목도 범상친 않아보인다. 그에 따라 영화는 현재 3부작만 나온 모양인데 네*버 평가에 따르면 1부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흥행은 보지 못한 것 같다.
뭐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은 하다. 내가 또 스릴러라지만 퇴폐적인 요소는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마냥 좋아라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했다는 건 잘 만들었단 말과도 같은 말이다.
앞서 여자 주인공에 대해서 언급을 했지만 이 여자 확실히 좀 자신을 사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남의 삶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막 사는 것 같다.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성적 취향도 양성애를 보이는 것도 같고, 나중에 남자 주인공과 섹스 후 다음 날 남자가 해 준 음식을 먹는데 토마토 케첩을 얼마나 많이 뿌려 먹던지. 병의 반 이상이 앉은 자리에서 없어졌다. 그것도 알고 보면 설탕 덩어리라던데. 그뿐인가? 기회있을 때마다 담배를 피워댔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이야 젊어서 모른다지. 늙으면 다 독되고 병 된다.
그런데 난 이 영화에서 딱 두 장면에 꽂혔다. 하나는 여자가 어디를 가는데 하필 한 패거리의 건달들한테 걸렸다. 그것도 무슨 지하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부딪친게 화근이었다. 건달들 4명과 싸우는데 남자 4명은 여자 17명과 맞먹는다. 즉 17대 1과의 싸움. 그런데 여자 주인공 리스베트 결코 밀리지 않는 싸움을 한다. 물론 여기저기 다 터졌지. 남자 장정 넷이 휘두르는데 멀쩡하면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터지는데도 끝까지 악랄하게 싸워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 그건 비교적 영화 초반에 흘렀는데 순간 이 영화 끝까지 봐야겠다는 굳은 다짐이 생기더라. 세상 보기 좋은 구경 중 하나가 싸움 구경이라지 않던가? 싸움은 역시 백중세로 이기는 것 보다 힘들게 이길 것 같지 않은데 이기는 게 보는 맛은 더 있다. 측은하기도 하고 어째쓰가 하는 짠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더구나 남자들이다. 아무리 건달이라지만 쪼잔하게 여자와 지나가는 문제로 시비가 붙어 싸울 생각을 하다니. 몇 마디 하고 지나가도 되겠더만. 그래서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 더 있지. 똥파리라고.
그런데 이 리스베트 갈수록 더 매력적이다. 스스로 문제해결을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사실 그녀는 범죄자로 교도소는 나왔지만 보호관찰 대상이다. 근데 그녀를 보호관찰하는 관찰사가 천하에 다시없는 변태 시정잡배다. 리스베트의 약점을 노려 돈을 갈취하고 성상납을 요구한다. 하지만 리스베트는 처음엔 순순히 당해주는 척하지만 역으로 헛점을 노려 다시는 나쁜 짓 못하도록 철저한 응징을 한다. 오죽하면 그의 살에 나는 변태라고 문신을 다해줬을까? 당연 아프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데 보는 나도 처음엔 어머머머 얼마나 아플까 하다가 이내 쾌재를 부르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또 그런 나를 보고 스스로 놀랐다. 아니 내가 남의 고통을 보고 이토록 쾌재를 부르다니. 착각이겠지만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모기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죽이는 차칸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남의 고통을 보고 쾌재를 부르는 걸 보면 그렇게 회개를 해도 미쳐 다 쫓아내지 못한 악마의 본성이 남아 있음이다. 어떻게...ㅠ
물론 같은 여자라면 아무리 천벌을 받을 죄를 지었어도 그렇게까지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필 내가 이 영화를 본 때가 모든 것은 깔떼기로 통한다는 미투운동이 한창인 요근래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는 느낌이 어땠겠는가. 마침 이 영화 전편에 깔린 내용 역시 성폭력이다. 아무튼 리스베트가 자신의 보호관찰사에게 나는 변태다란 문신을 새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렇게는 못할망정 앞으로 모든 여자들에게 전기충격기 착용 의무화를 법으로 지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여자들은 어떻게 그 많은 세월을 남자들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아무런 법적 대응도 보호도 못 받고 살아왔던 걸까? 지금이야 미투운동 때문에 성폭력이 얼마나 줄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또 한풀 꺽이면 언제 어디서 고개를 들지 알 수가 없다. 그럴 때도 세상이 달라졌겠거니 하고 맘놓고 살아도 되는 걸까? 알다시피 성폭력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한테 당한다. 남성들의 짐승 같은 본능은 어쩔 수 없다고쳐도 거기서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모든 여성들이 이 영화의 리스베트처럼 전사가 되야하는 걸까? 그럴 수 없다. 그럴 때 전기충격기 하나 정도는 몸에 품고 달려드는 짐승의 모가지나 거시기에 전기충격을 가해 자기 몸 하나 정도는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노련하면 신고 시간까지 확보하면 더 좋고. 아무튼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구.
영화 속 리스베트를 보면서 여성도 강해질 필요는 있겠다 싶다. 지금 남자들 중엔 미투운동을 꽤나 못 마땅하게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평소 때 뭐하고 이제와 미투운동한다니까 생난리냐고. 글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 여자들도 이렇게 해 보는 것이 이번 생엔 처음이라. 확실히 영화속 리스베트처럼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야할 것 같다. 정말 그런 세상이 왔을 때도 그런 말 할 수 있는 남자들이 얼마나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영화는 퇴폐적이면서도 우아하고, 뭔가 묵시적이도 한 것이 보는 맛이 남다르다. 책으로 볼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 그런데 주인공 이름이 독특하긴 하다. 리스베트라니. 뭔가 리스펙트의 이미테이션 고유 명사 같기도 하고. 우린 앞으로 이런 전사 같은 여자를 존경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