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벼르고 별러서 장마당(중고샵)에 갔다.
이미 얘기했지만, 내가 가는 곳은 알라딘과 예스24가 이웃해 있는 곳이다.
전에 언젠가 알라딘에서 내가 팔 책이 하필 너무 많이 나와있어
받아 줄 수가 없다고 빠꾸 맞은 적이 있다.
속으로, 흥, 내가 여기 아니면 팔 때가 없을 줄 알구..?
그리곤 예스24로 갔다. 갔더니 어서옵쇼다.
역시 예스24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완전 역전이 되었다.
옛날 생각만 하고 예스24에 먼저 갔다.
낑낑매고 6권 가져 갔는데 보람도 없이 반타작만 했다.
한 권은 증정본이라는 것을 모르고 가져갔고,
한 권은 변색되어 받아줄 수 없다고 했고,
나머지 한 권은 재고가 너무 많아 받아줄 수 었다는 것이다.
이걸 또 집으로 가져 가자니 기운이 빠졌다.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알라딘에 들려 보았다.
다행히도 두 권 모두를 받아줬다.
이럴 땐 어디든 내 책을 받아 주는 곳이 있다면 장땡이다.
이번엔 알라딘이 보너스도 주더라.
얼마 전 갔을 땐 그런 거 없었는데.
책도 팔기 좋은 길일이 있는 가 보다.
그걸 알고가면 좋을 텐데.
팔고 책 구경을 했는데 김영하의 최근 소설이 몇 권씩 나와 있었다.
그건 예스24도 마찬가지다.
1년쯤 된 책이라면 모르겠는데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이
뭉터기로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좀 마음이 쓰렸다.
그래도 이렇게 중고샵에 나와 있는 것이 날까?
중고샵에도 나와있지 못하고 폐지 공장으로 가는 책들은 얼마나 많을까?
언젠가 읽은 책의 운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책을 받다가 비록 중고샵이지만 그렇게 오프에 나와 책을 보고
있으면 현깃증이 날 것 같다.
예전에 온라인은 꿈도 안 꾸던 시절 그렇게 나와있으면 좋은 책이 많이 나왔다고
좋아한 적도 있었는데 왠지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보고 있으려니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이 많은 책들이 다 좋은 주인 만나 이쁨을 받아야 할 텐데...
하긴 별 걱정도 다한다 싶다.
모르긴 해도 중고샵의 매출이 새책의 매출 보다 압도적으로 많지 않을까?
중고샵이 서점을 먹여 살린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오히려 새책이 이쁨을 못 받을까봐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닌지.
마치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뒷방으로 밀려난 본부인처럼.ㅠ
말이 좀 그런가?
그렇다고 중고샵이 애첩은 또 아니지 않는가?

그냥 나올까 하다가 이 책이 자꾸 땡겨 사 가지고 왔다.
그동안 알라딘 여기 저기서 손창섭느님 찬양이 심심찮게 목격이 되어서.
사실 출판사도 같고 목차도 같은 데 내가 사 온 책은 겉표지가 저렇게 되어있지 않다.
거의 새 책인데 오래돼 가장 자리가 누렇게 변색이 되어있다.
중고샵 판매 가격은 3천 2백원.
20세기 한국소설을 재조명하는 나름 창비로선 꽤 공들인 책인 것 같은데 밀리고 밀렸다 결국 중고샵 귀퉁이 하나를 차지한 것 같다.
내가 언제 우리나라 문학을 훑는 건 고사하고 핥기라도 했을까? 괜히 우리나라 문학에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두껍지도 않으니 조만간 빨리 읽도록 해야할 것 같다.
북엔드도 샀다. 오래 전에 이걸 선물로 받은 것 같기도 한데 책꽂이처럼 칸막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이 책상에서 자꾸 빗금처럼 세워져 있다. 나중엔 책의 변형까지 온다. 사이에 끼워넣어야 할 것 같아 샀다.
내가 산 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중 돼지 캐릭턴데 온라인에선 검색이 되지 않은 거다. 안 그래도 옹색한 방이라 책 외엔 가급적 물건 쌓아 놓는 것을 금하는 주의라 굿즈 상품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근데 오늘은 큰맘 먹고 이렇게 사 봤다. 모쪼록 쓰임새가 좋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