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인기작가들 무릎을 맞대다

황석영·윤흥길·김훈·은희경씨… 佛측 “한국문학 폭력성에 충격”

“한국 문학의 폭력성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프랑스의 소설가 장 마리 르 클레지오는 한국의 대표적 작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농촌이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빠르게 변한 한국 사회가 몇몇 한국 문학 작품 속에서 거친 언어, 거친 주제로 표출되어 있다”면서 “한국 영화에도, 사진에도 이미지에도 자주 나타나는 그 폭력성을 잘 이해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6일 저녁 파리 14구의 유서 깊은 프랑스 문인협회 강당에서 ‘한불 작가 토론회’가 2시간 동안 열렸다. 한국문학번역원과 프랑스문인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한국측에서 황석영, 윤흥길, 김훈, 은희경 등 프랑스어로 책이 번역된 4명의 작가가 참석했다. 프랑스 작가로는 프랑수아 타이랑디에 프랑스문인협회장을 비롯, 소설가 르 클레지오, 카트린 레프롱, 르네 드 세카티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날 양국 작가들은 특히 한국 문학의 ‘현실 참여’ 성향을 프랑스 문학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 26일 저녁 파리 14구의 유서깊은 프랑스문인협회 강당에서 한국 작가 4명과 프랑스 작가 4명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훈, 은희경, 프랑수아 타이랑디에, 르 클레지오, 진행자 오리안 장쿠르, 황석영, 윤흥길, 카트린 레프롱, 르네 드 세카티. /파리=강경희특파원
파리에 체류 중인 작가 황석영은 “몇몇 특수한 사람이 참여문학을 한 건 아니다. 한국의 삶의 조건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주점(酒店)에 가면 낯선 남자가 자기 얘기를 꺼내며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30권은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보통 사람들 대부분이 전쟁의 상흔, 독재의 어두운 기억들을 갖고 있다.”

프랑수아 타이랑디에는 “한국 문학에서 보여지는 폭력성은 어쩌면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폭력성이 아닐까 한다”며 “현대는 집단의식보다, 고립된 개체화를 통해 점점 자기 자신에게로 빠져든다. 대화를 촉발하는 사슬이 부족해 고립되고 격리된 개인이 세계와 직면하는 문제다. 이는 한국도 겪는 문제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르네 세카티는 “독재 체제하에서 살아온 작가는 그렇지 않은 작가와는 문학과 다른 관계를 맺는다. 검열이라는 압박 상황에서 자유를 찾았기에, 프랑스나 일본보다 한국 문학이 정치 상황에 훨씬 빨리 반응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한국 작가들은 오늘의 한국 문학을 순수/참여 문학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비(非)참여성이나 비역사성을 강조한 순수문학은 엘리트의 것이고 참여문학은 민중의 문학이라고 구분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극히 어리석은 분류였다.”(김훈) “한국 사회는 획일적, 도덕적 강요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됐다. 사회에 많은 가치관이 혼재하고, 문학적 다양성도 섞여 있어 이 다양성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은희경) 윤흥길은 “사회집단을 중시하는 참여의 흐름이 지속되다 보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문화의 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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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9-2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작가들에게 이런 것 요구하면 안될까요.
강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반납해 달라구요.
어케 안되겠니... 하고요.

춤추는인생. 2006-09-2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김훈선생님이다...^^

stella.K 2006-09-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리도 좋으실까...!^^

2006-09-29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9-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정말 너무 심하구랴! 언능해줘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