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인 대통령 집무 이틀째였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관이 내민 서류에 사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순간 옛 생각이 났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 역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아는데, 그가 내민 서류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인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심심찮게 본 적이 있다. 

 

사람이 겉보란이라고, 아무래도 같이 있으면 노 대통령 보단 문 비서실장이 더 멋있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 난 한 후배와 그의 중후한 매력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가 대통령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농담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만이던가? 세월이 흘러 그는 정말 대통령이 되었다. 농담처럼 했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중후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난 사실 이번 투표 때 그를 찍지 않았다. 심상정을 찍었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이유로 심상정을 찍었다는 사람이 많아 조금은 놀랐다. 될 사람은 어차피 될 것이니 다른 사람을 찍겠다는 이유. 그래. 될 사람은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벌써 공약을 이행해 가고 있다. 첫 지시 사항이 일자리 창출이였다지. 그도 중요하지만 미세먼지 대책이 난 더 반가웠다. 물론 낡은 원전을 그것도 일시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얼마의 효과를 보겠냐고 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1~2%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박근혜 정부 시절엔 다루지 않았던 사안이었다. 그래도 1~2%도 효과는 효과이고, 시작치고는 결코 작은 효과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집무를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에서 보겠다고도 했다.

난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국민과 더 가까이 있겠다는 의지의 천명이기도 한데, 알다시피 광화문엔 세종대왕의 동상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 피그말리온의 효과라고 그는 매일 그 두 분의 동상을 보면서 애민을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공관이 2019년에나 완공이 된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임기 중반에 들어가는 싯점일 텐데 다소 늦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의 임기가 이제 겨우 일주일을 넘어가고 있다. 새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중요하긴 한데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기대하는 건 현상황에선 적절한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5년은 새로운 정부로선 숨가뿐 5년이 되겠지만, 국민은 그저 지켜 볼 5년이다. 지금부터 잘 할 거냐, 못할 거냐를 묻는 여론 조사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지금은 잘 할 것이다 내지는 잘해 줬으면 좋겠다가 압도적일 수 밖에 없다.

 

김영삼 정부 출범 때 지지율이 거의 98% 육박했으나 임기가 끝났을 때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원래 대중은 일희일비하는 것이 많다. 지금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 중엔 앞으로 조금만 잘못해도 비난을 퍼부을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끝까지 일편단심 할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면 그건 대통령의 복일 것이다. 그러나 그저 먼 발치서 지켜 볼 국민이 그 보다는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사랑은 꼭 뜨겁고 정열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심한 것 같아도 묵묵히 지켜봐주고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것도 사랑의 한 방법이다. 난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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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1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래 유승민을 찍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표가 분산되면 문, 홍 둘 중 하나가 유리하다는 예측이 있었어요. 정말 투표날에 고민 많이 했어요. 문을 찍을까, 유를 찍을까. 결국 문재인을 찍었어요.

stella.K 2017-05-17 14:5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랬구나. 나도 많이 흔들렸다.
나도 유승민을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 불쌍하잖아.ㅋ
박근혜 때문에 여자 대통령이 앞으로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있기도 해서 안 될 거 알지만
누구든 빠른 시일안에 나오라는 의미에서 심상정 찍었어.
물론 대통령이란 중차대한 자리에 남자 여자 가르는 게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성의 리더십도 못지 않은 거잖아.
남자에 가려지면 좀 우울한 것 같아.

그런데 새 대통령께서 아직 여성 인사를 내정한 게 없지?
누구를 입각시킬까?

qualia 2017-05-17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김영삼 정부 출범 때 지지율이 거의 98% 육박했으나 임기가 끝났을 때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

→ 저게 사실인가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요컨대 우리나라 국민들은 뭐랄까요 철학적 일관성이라든가 뚜렷한 정치적 신념 같은 게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줏대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김영삼은 3당 야합으로 자신의 민주주의적 지조와 신념을 스스로 뒤엎어버린 사람이죠. 그렇다면 최소한 그 당시 군부 쿠테타 독재 세력에 투쟁하는 편에 섰던 사람들은 변절자 혹은 기회주의자 김영삼한테 반대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변절자 혹은 기회주의자치고 역사에서 성공한 정치인은 극히 드물죠. 김영삼 정권이 필패하리라는 건 3당 야합 당시 불을 보듯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당시 저는 변절자 혹은 반역자 혹은 기회주의자 김영삼 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얼마나 절망하고 분노했는지 모릅니다. 해서 결코 대승적인 견지에서라도 도저히 김영삼 정권한테 지지를 보낼 수 없었습니다. 저와 같이 좌절감과 배신감과 분노로 커다란 정치적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김영삼 정권 출범 당시 지지율이 98%라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라 봅니다. 그 여론 조사의 통계적 수치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무철학적인 정신 구조가 도저히 이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한국인들의 원리원칙 없는 정신 구조, 다시 말해 무철학, 무신념, 무신조, 무지조 성향은 문재인이 정권을 교체한 지금 시점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해서 무철학, 무신념, 무신조, 무지조의 반대편에 있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투쟁해 이번에 정권을 바꾼 것은 백만년래 천우신조의 기적이자 축복라고까지 생각될 정도입니다. 정치적 신조라든가 철학적 입장은 결코 손바닥 뒤집듯이 손쉽게 바꿀 수는 없는 것인데, 어떻게 해서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 지지율이 98%에 이르렀다는 것인지, 저 자신 한국인이지만 도저히 한국인들의 정신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한국인들의 속성을 볼 때, 문재인 정권도 앞날을 예단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금 각종 문비어천가가 쏟아져나오고 있는데요. 뿌리 깊은 한국인들의 무철학, 무이념적 속성을 경계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tella.K 2017-05-17 19:24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땐 한국인에게 철학과 신념이 생기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 체계가 있다면
언제가 한번은 성공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데
저마다 정권을 잡겠다는 야망만 있지 그 이후엔 다 난관에 부딪히는 거죠.
반대파에 의해서 말입니다.

김영삼의 수치는 제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요.
최근에 본 대통령에 관한 책에서 그렇게 본 것 같거든요.
어쨌든 수치는 꽤 높더군요. 그건 초반에 금융실명제 카드를 비롯한
몇 가지 공약 때문인 것 같은데 어쨌든 끝은 허망했죠.
김영삼뿐이겠습니까? 그나마 그분이 돌아가셨으니 망정이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권의 매타작을 하잖아요.
그나마 박근혜는 이미 시작된 거고 이명박은 어떨까요?
종복 이념은 어떻구요.
보수가 득세하면 종복 이념이 유지되지만 진보가 이기면 상황은 달라지겠죠.
이런 것도 결국 우리나라의 해묵은 문젠데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 것 보단 미래를 내다보고 해야할 텐데...
어쨌든 이렇게 시작된 거 잘이나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일뿐
제가 특별히 문빠는 아닙니다.
누구 말마따나 이제 좀 노빠, 문빠, 친박이니 비박이니 이딴 편가름
하지 말고 정치다운 정치를 해야 할 텐데...

stella.K 2017-05-17 19:47   좋아요 0 | URL
아, 님!
그리고 그 높은 지지율이라는 게 그런 것도 있잖아요.
잘할 것이다와 잘 해 줬으면 좋겠다를 한통가리로 보면
그렇게 높게 나올 수도 있는 거죠.
설문은 그냥 설문일뿐 시작하는 마당에 그에 뭐 그리 대단하겠습니까?
끝이 중요한 거죠.ㅠ

페크pek0501 2017-05-18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년 뒤 대통령이 퇴장하면서 국민의 박수를 기분 좋게 받게 되길 기대합니다.
제발 욕먹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길 바라게 됩니다.

2017-05-18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8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9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