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루레이] 라라랜드
데미안 차젤레 감독, 라이언 고슬링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거의 백만 년만의 영화관람를 했다. 마지막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휴가를 마치고 조만간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친구와 어제 마지막 만나서 본 영화다.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던 건 내용이 좋아서라기보다 영화 자체의 장르를 고려해서다. 뮤지컬이라지 않는가? 음악과 포퍼먼스를 생각해 큰 스크린과 사운드를 고려했던 것.
스토리는 별로 새롭지는 않다. 그냥 음악을 하는 남자와 배우지망생인 여자와의 러브 스토리를 다뤘다. 첫 장면이 막힌 대로변에서 차 안에 갇힌 사람들이 뛰쳐나와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봐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3류 뮤지션과 배우지망생이라고 하면 이미 어떤 내용일지는 감이 오긴 한다. 적어도 이들은 둘 중 하나가 성공하면 헤어진다. 그 과정을 그렸고, 역시나 여자가 성공하고 5년이란 세월이 흘러 여자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돼서 아이까지 있다. 성공 못하고 사랑만 할 땐 떠나지 않을 거라고. 항상 같이 있을 거라고 하곤 장면 하나 바뀌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렇다. 사랑은 변한다. 다행인 건 남자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며 코찔찔 거리지 않아 다행이랄까? 그렇다고 여자가 그렇게 자유분방한 스타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성공했다고 자만하거나 방탕해 보이진 않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만하면 반듯해 보인다. 물론 이럴 경우 남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동안 일하고 애 키우는데 정신이 없었는지 옛 애인을 아예 잊고 살았나 보다. 하긴 같이 사는 남편 얼굴도 기억을 못한다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옛 애인은 무슨.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자신이 일하는 극장을 가야 하는데 길이 막혀 식사나 하고 가자고 들린 곳이 하필 옛 애인이 일하는 레스토랑이다. 뜻밖에도 옛 애인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상상과 추억을 섞어가며 보여주는데 그 방식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이를테면 그곳을 지금의 남편이 아닌 옛 애인과 왔더라면, 아니 아예 자기와 집을 나섰던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 아닌 이 사람이었더라면, 내 아이가 지금의 남편이 아닌 이 남자의 아이였다면... 뭐 이런 식으로 상상을 결합해 과거로의 이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자가 남자에게 연주를 듣고 처음으로 말을 건네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과 사랑을 동시에 성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보인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러기는 쉽지 않다는 걸 그 우연히 들린 옛 애인의 레스토랑에서 씁쓸하게 깨닫는다는 거지 뭐.
말에 의하면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정도로 연주하는 거라면 이 배우는 몰랐던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건 아닐까? 그러리만치 연주를 잘 한다. 남자 주인공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했더니 <킹메이커>와 <노트북>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더라. 어쩐지.
영상이 대체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음악도 현대적이고 째즈풍이 많다. LA가 배경이라지만 몇몇 장면은 저거 우리나라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뭐 그러리만치 우리나라도 도시 조경을 잘 했다는 걸 새삼 느끼기도 한다. 특히 두 남녀가 어느 야경이 보이는 언덕 비탈길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있는데 남산 어디쯤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나쁘진 않은데 그래도 뭔가 모르게 아쉽기도 하다. 중간에 보다가 살짝 졸기도 했는데 시간이 좀 길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