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페미니즘에 대해 그리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더불어 이쪽을 전공한 강사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어제 난, TV를 보다가 홍상수- 김민희 커플에 관한 편파 보도를 비판한 짧은 글을 올렸는데, 우연의 일치로 이책을 읽다 목수정의 글을 발견하게 됐다. 여기 그 일부를 소개한다.
...... 가부장제가 허물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연예계 가십 뉴스를 둘러싼 반응 속에서도 감지해낼 수 있다. 의도적으로 판 벌이듯 던져진 '홍상수- 김민희 커플 탄생'이라는 뉴스를 둘러싼 광경이 그것이다. 두 유명인사의 결합을 향해 가치 없이 행해지던 돌팔매질을 보며, 신성한 '조강지처'를 감싸고, 발칙한 '상간녀'를 향해 집단린치를 가하는 가부장제의 건재를 목도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성인 남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새로운 삶을 꾸리는 결정에 대해 사회 전체가 합류하여 가치 판단에 나선다는 것은, 도덕과 윤리를 위장한 가부장제를 수호하려는 집단적 폭력이다.
여성이 마침내 가부장제가 채워준 족쇄에서 벗어나 평등한 인류로서 세상을 함께 보듬어 나가는 주체가 되는 것이 '여성 해방이라면, 이를 위해 남성은 '남성 기득권'으로서의 가부장제를, 여성은 '남성이 허락해준 피난처'로서의 가부장제를 허물어야 한다.(268p)
그러면서 그녀는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더 정확히는 올랑드 대통령을 바라 보는 프랑스 사람들의 시각이겠지. 재밌는 사실(?)은 올랑드 대통령이 언젠가 밤마다 몰래 스쿠터를 타고 몰래 엘리제 궁을 빠져나와 밀애를 즐겼음이 들통이 났는데 놀라운 것은 지지율이 낮은 이 대통령이 그 스캔틀 이후 소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남의 (특히 정치인들)의 사생활에 쿨한 프랑스인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며, 기껏해야 '무매너의 올랑드에게 저런 핑크빛 스캔들이?' 정도로, 오히려 그를 인간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랑드의 연인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비해 우린 얼마전까지만 해도 누가 혼외 자식이 있네, 없네 들끊지 않았던가? 목수정은 프랑스가 이럴 수 있는 것은 1960~1970년데에 전방위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프랑스 페미니즘운동이 이룬 성과라고 했다.
그러므로 어제 내 말은 그런 거였다. 난 홍상수와 김민희에 대해선 원래 관심없는데, 홍상수는 외부활동은 하는데 왜 김민희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활동이 허락된다면 똑같이 허락해야 하고, 불허하면 똑같이 불허하라는 거였다. 그런데 목수정의 이 글을 읽으니 그 정도 가지고는 택도 없는 소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은 그저 언론과 대중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볼멘 소리였을 뿐, 페미니즘의 페에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사안을 봐도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는 이런 일에 조강지처를 불쌍히 보거나 들먹이며 남자를 나쁜 놈으로 몰아가는 반면, 프랑스는 일명 '상간녀'에 대해 너그럽다는 것. 무엇이 더 페미니즘에 가까운 생각인가는 각자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