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기자는 보는 것을 말하고, 작가는 아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왠지 뉴스는 그것을 송출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욕망을 드러내고, 앵커의 목소리는 뭔가 볼멘 소리로 들리는 것은 어찜인가? 오히려 그것이 가져 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그것들을 보면서 그동안 부정 청탁 및 뇌술수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얼마나 있는 것들 위주로 재편되고 흘러왔는지 새삼 알겠다 싶다. 워낙 만연해 있어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마치 직격탄을 맞은 양 하는데 뉴스 보도를 그렇게 밖에 못하나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사실을 보도한다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부정 청탁 및 뇌물수수의 기회가 없어졌으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지난 여름, 각 언론 기자들 삼성측으로부터 받아 먹은 것이 없다고 이건희 회장 사생활이나 폭로하고 하루만에 기사 내린 걸 보면서, 삼성도 삼성이지만 이렇게 아직도 거지 근성에 생양아치 짓을 하는 기자들이 있구나 싶어 좀 놀랐다. 물론 그게 어디 거지 근성 하나만으로 말해질 수 있는 사안이겠는가? 기사도 담합하는 거 아니겠는가? 어떻게 일제히...
며칠 전 아는 지인을 만났다. 그 지인은 남편과 함께 작년부터 우리가 알만한 쥬스 체인점을 운영 중인데, 얼마 전 그 브랜드가 언론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가득이나 시중에 유통 판매되는 쥬스가 과당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인식이 안 좋은데, (파는 건 어떨지 몰라도) 실제로 과당을 쓰는 건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침 근처에 같은 체인점이 있어 들어가 그녀가 추천하는 쥬스를 마셔보기로 했다. 스몰 사이즈의 사과와 케일을 갈아 만든 쥬스다. 주문할 때 시럽을 빼달라고 부탁하란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했고, 잠시 후 주문한 쥬스가 나왔길래 마셔 봤다. 시럽을 빼서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원재료의 맛 그대로를 느낄수가 있었다. 그러고도 2천원. 그녀는 다 그런 식이란다.
그 쥬스 브랜드는 당시 무려 네 개 방송국을 타고 심층 보도식으로 전파를 탔는데, 순 썩은 재료 가지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설탕이나 잔뜩 넣어 판다는 식으로 방송을 하더란다. 당연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과연 기자들이 그렇게 보도할 근거와 권리가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신생 기업이고, 싸게 파는 것이 죄인 것이다. 물론 그래서 주위에 잘 나간다는 커피숍 체인들을 잠식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지나치게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소비자를 우롱한 것은 왜 말하지 않고, 착한 가격에 건실한 신생 기업을 홍보는 못해 줄 망정 그런 식으로 모독을 하고 음해를 하는지, 그들이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이 뭔지 모르겠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대뜸, 그 회사 사장이 기자들에게 돈을 쓰지 않았군요.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그래요 했다.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것 해 봤자 당장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지체되고 그러는 사이 사람들 기억속에 잊혀져 갈 텐데 뭐하러 하냐며 미온적인가 보다. 하지만 체인점 점주들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긴, 이제 김영란법이 시행됐으니 그런 불필요한 돈 낭비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받아 먹은 것 없다고 더 이상 그런 악의적 보도도 안할 것이고.
예전에 버스 전용도로에 도로 한 가운데 버스 정류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좀 말이 많았던가? 지금은 그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김영란법도 그러지 않을까? 그거야 공직자, 기자, 있는 기업인들이나 해당 사항있는 법이지, 먹고 죽을 돈도 없다던 영세상인들, 소시민이 무슨 해당사항이 있겠는가.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그러는데 난 김영란법 환영이다. 그것도 대환영이다. 그런 법은 벌써 30년 전에 만들어졌어야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부정 청탁 때문에 짓지 않아도 될 빚을 지며, 고통속에 살아야 했을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