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들 ‘마음의 혼수’를 준비하자

대화법부터 性교육 수업까지 ‘결혼의 기술’ 조목조목 배워

▲ “공부 열심히 했더니 행복지수가 A+ 예요.”오사라, 주광수씨 부부는 예비결혼학교는 물론 결혼초반부부 학교까지 섭렵한 모범 신혼부부다. /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4월에 결혼한 고등학교 교사 한경선(29)씨는 작년 가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6주 과정의 ‘결혼아카데미’를 수강했다. 문득 ‘나는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이 생겼고, 결혼한 친구 중 3분의 1이 이혼한 것도 계기였다. 부인은 물론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와도 헤어져 사는 회사원 조영수(가명·42)씨는 “나도 결혼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공부했더라면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혼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왜 아내가 그토록 내게 서운해했는지 이해하게 됐지만 이미 늦었다. 대입을 위해 무려 10여 년을 공부하지만, 인생의 가장 큰 사건인 결혼에 대해서는 ABC도 모른 채 모험을 나섰다.”


◆ 화려한 예단보다 중요한 것
예비 부부들 사이에 요즘 ‘결혼 공부’가 한창이다. 부부·가족문제 상담소를 비롯해 종교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결혼준비학교 프로그램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오사라(27)씨 역시 “마음의 혼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예비신랑 주광수(35)씨와 함께 부천의 한 문화센터가 진행한 예비부부학교에 다녔다. 예물은 커플링으로 대신했다. 결혼 후에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마련한 ‘결혼 초반 부부교육’을 들었다.

덕분에 이 부부에겐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실천하고 있는 4가지 지침이 있다. 첫째, 편들어주기. 상대의 말이 틀렸든 맞았든 귀 기울여주고 지지해준다. 둘째, 확실한 가사 분담. 아내가 주방과 요리를 맡고 남편이 세탁과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담당한다. 셋째, 프라이버시 존중하기. 장난으로라도 서로의 일기장은 보지 않는다. 넷째, 존대말 섞어쓰기.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된다.

◆ MBTI부터 성감대 공부까지

각종 결혼준비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건 역시 의사소통의 기술이다. 높은뜻 숭의교회에서 예비부부학교를 진행하는 김추인씨는 “상대를 질책하기 위한 유(You) 메시지가 아니라 ‘내 생각은 이렇다’는 식으로 차분히 말하는 아이(I) 메시지로 대화하는 훈련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잘 싸우는 법도 배운다. 오사라씨는 그 비결을 ‘직·솔·부’로 요약했다. “직접 말하고, 솔직히 털어놓되, 부드럽게 싸우라는 것이죠. 배우자 특유의 화해의 제스처를 파악해둔 뒤 제스처가 왔을 때 외면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에요.”결혼준비학교의 하이라이트는 서로가 자라온 환경과 어린 시절을 알고 이해하는 시간을 ‘공식적으로’ 갖는 것. MBTI 같은 성격검사로 시작해, 자신의 성격을 형성시킨 부모와 형제자매들에 대한 이해, 유년기와 학창시절에 받은 크고 작은 상처까지 공유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성(性) 교육’도 진행한다. 자신의 몸의 특징과 서로의 성감대를 쪽지로 교환할 때는 쑥스럽기 그지없지만, 부부의 ‘아름다운 성’을 일궈가는 첫 작업. 남녀의 성에 대한 성경적 이해도 알아두면 유익하다. “성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유일한 창조사역”이라는 게 사랑의교회 박성수 목사의 설명. “성은 사랑의 표현이며 그 사랑 가운데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일이 얼마나 거룩하고 고귀한지 일깨워줍니다.”


◆ 결혼공부, 데이트 코스로 넣으세요
한경선씨는 결혼아카데미를 수강할 때 “넌 왜 그렇게 유별나게 사니?” “뻔한 거 아니냐”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래도 한씨는 친구들에게 열심히 권한다. 바빠서 결혼준비학교에 갈 시간이 없다면 애인과 ‘자율학습’을 하면 된다고도 조언한다. “결혼에 관한 좋은 책들을 읽고 독후감을 쓴 뒤 토론해보는 거예요.”

참고로 한경선씨와 오사라씨가 읽은 책은 ‘결혼의 기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 ‘결혼은 안미친 짓이다’ 등이다. 중요한 건 혼자 강의를 듣고, 혼자 책을 읽어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예비 부부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이해해야 실속있는 마음의 혼수가 완성된다.

조선일보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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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5-1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예습해도 실전과 다른 공부....ㅎㅎㅎ

stella.K 2006-05-1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런가요? 그래도 해 보고 싶긴한데...ㅋ

비로그인 2006-05-17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보고 싶어요.

stella.K 2006-05-1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련하시겠슴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