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재의 달인 명단에 내가 올라가 있어 좀 놀랐다.
올해 별로 열심히 활동한 것도 아닌데 웬열...! (이거 응팔에서 감탄사 비슷하게 쓰던데 그 시절 정말 이렇게 쓴 건지 아니면 응팔 차체에서 급조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근데 재밌긴 하다.ㅋ)
뭐 생각지도 않은 일이라 기분은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모르긴 해도 올해 서재의 달인 대상자를 대폭 늘인 건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러다 보니 나도 슬쩍 올라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니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막상 되고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난 그때 이후 알라딘을 잠시 떠나있기도 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슬쩍 다시 돌아왔고 다시 돌오긴 했지만 예전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서재의 달인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올해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서재의 달인이라니.
주는 거니 받긴 하지만 서재의 달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없다. 서재의 달인이 되면 플래티넘 등급 주는 거야 서재의 달인이 처음 생길 때부터 늘 있어 왔던거고, 내가 책을 한꺼번에 많이 사는 것도 아니라 별로 해당사항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머그컵과 달력, 다이어리를 준다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좀 선물 내용이 식상하다.
그렇지 않아도 서점과 출판사들이 제휴해서 독자에게 준다는 게 머그컵 아니면 텀블러, 수첩이다. 그뿐이면 차라리 다행이다. 스틱 커피 한 상자만 사도 그 안에 그런 거 다 끼워 판다. 원래 집에 있었던 것과 함께 컵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래서 어느 날 마음이 착잡해지면 청소한다고 이런 것들 싹 다 정리할 날이 돌아 올 것이다. 뭐 컵이 필요해지면 또 서재의 달인되면 되는 거니까.
다이어리는 메모를 잘 하는 성미가 아니라 다이어리도 잘 안 쓰게 된다. 그동안 책 주문하면 수첩도 따라 오는 경유가 있어 모아 논 것도 꽤 된다.
달력은? 내가 처음 알라딘을 이용했던 그해 연말에 이거 받고 좀 놀랐다. 별로 성실 고객도 아닌데 왠열. 근데 그 달력이 참 예뻤다. 이왕이면 벽걸이 달력이면 좋았을 텐데. 요즘엔 벽걸이 달력 많이 사용 안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눈이 점점 나빠져 가는 사람들에겐.
내가 마지막 서재의 달인이 되었을 때만해도 알라딘은 다이어리가 아니고 만 원씩 상품권을 줬었다. 난 그게 제일 좋았다. 얼마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선물인가. 근데 어느 해부턴가 다이어리로 바뀌었다. 이거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품권으로 달라! 아니면 상품권으로 다 못 주겠으면 다이어리와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던가.
하지만 이런 거 다 무시해도 좋다. 내가 새해 알라딘에 바라는 거 있다. 제발 소외감 좀 느끼지 않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 잘 난 리뷰와 페이퍼에 주는 당선작 제도 바꿨으면 좋겠다. 주간 단위로 주던 걸 월 단위로 주더니, 편 수를 늘려도 부족한 판에 줄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몰아주기는 여전하다. 물론 소문나게 글 잘 쓰는 알라디너들 있는 거 안다. 하지만 리뷰에서 페이퍼에서 몰아주면 열심히 썼는데도 당선 안 된 안 되는 사람은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왜 책 많이 읽고 성실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안 되는 건가? 그런 사람이 되야지 어떻게 글 잘 쓰는 사람에게만 당선작을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난 지금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전에 알라딘은 이런 마인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좋은 글에 대한 욕심이 생겼는지 글 잘 쓰는 사람에게만 당선의 월계관을 씌어줬다. 그런데 이 글 잘 쓰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이 또한 난 도무지 모르겠다.
몇년 전, (아마도 내가 마지막 서재의 달인이 됐던 그 직후였던 것 같은데) 난 이 문제를 당시 몇몇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알라디더와 함께 제기했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평하는 건 좀 주관적인 일이 아닐까? 편 수는 제한되어 있고, 열심히 쓰긴 했는데 알라딘을 만족시키지 못해 간발의 차이로 당선이 안 된 사람은 왜 안 된 건데? 그리고 그 간발의 차이로 된 사람은 어떻게 써서 된 건데?
요즘 취준생들 회사 면접 보고 탈락됐을 때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알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마땅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한다. 비슷한 일이 알라딘에서도 있지 않을까? 어떤 메뉴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때 이후 독자선정위원회를 매 분기마다 뽑던데, 처음 난 이것이 생기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것 같아 나름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이즈음 생각해 보니 이것도 참 내가 순진했다 싶다. 이 독자 선정 위원회라는 것도 알고 보면 알라딘이 당선작 제도를 공고히 하고, 선정의 공정성을 위한다는 명분만 있을 뿐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 건가?
그 독자 선정위원회가 되면 한달에 3만원씩을 주는데 소위 말하는 알바비다. 하루에 올라오는 리뷰며 페이퍼가 얼마나 많은데 3만원이란 말인가? 물론 다 심사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건 누가 봐도 아니다 싶은 것도 많으니까. 요즘 책값도 비싼데 그렇게 해서 책값 벌면 그도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알라딘이 이왕 알라디너들을 위한다면 진심으로 위해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매수를 하는가? 그런 것 없이도 알라디너를 위해야 진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지, 서로 윈윈한다는 명분하에 그래 가지고 위상이 세워진다고 보는가?
그리고 일개의 서점이 출판사도 아니면서 글 욕심은 내서 뭐할 건가? 물론 이렇게 말하면 서점을 비하시키는 것으로 오해 받을까 염려스럽긴 한다. 나는 알라딘을 절대로 깎아 내리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알라디너들이 글을 잘 쓰고 못 쓰고가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글을 쓰느냐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적립금 몰아주기를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솔직히 그렇게 평가를 한다면 글을 잘 쓰는 알라디너에게만 당선의 영예를 주면서 꼴랑 2만원, 4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더 많이 줘야 한다. 그 알라디너가 어디 그 한 편만 글을 잘 썼더냐?
물론 지금의 모양새가 된 것엔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그렇다면 독자 선정 위원회는 누가 누가 글을 잘 쓰느냐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누가 성실하게 쓰고 누가 불성실하게 쓰는가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선정에 반영하도록 해야한다.
즉 절대평가가 되야하는 거지 상대평가가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매달 10일이면 선정작을 보곤 하는데 보고나면, 이것도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또 다른 폐단이지 싶어 씁쓸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알라딘이 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컨텐츠면에선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나 싶다. 가장 대표적인 건 북풀이고. 그런 좋은 것을 두고도 칭찬을 듣기 보다 욕을 먹어서야 쓰겠는가?
모르긴 해도 지금 반니앤루니스가 엄청난 기세로 인터넷 서점의 맹주로 떠오를 모양인가 보다. 누가 봐도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거긴 거기나름대로의 한계는 있어 보인다. 고객은 언제나 똑똑하다. 그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지 보면 알게 되겠지.
그리고 새해 알라디너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좋은 글, 좋은 댓글만 오고 갔으면 좋겠다. 얼마 전, 개그맨 이윤석이 TV에 나와서 말실수를 했는가 본데 물론 신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걸 가지고 네티즌끼리 하차를 해야하네 말아야 하네, 또 그것도 부족해 이윤석이 종복세력이라는 둥 거의 끝간데 없이 몰아간 모양이다. 물론 그것에 대해 류근 시인이 한 방 먹이는 글을 페이스북에 쓴 걸 보고 거기선 웬만해서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는데 아마 내 기억으론 첨으로 눌렀던 것 같다. 그런 거 보면 사람들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윤석이 그렇게 공격당할 때 어떤 마음일까 헤아려 보았다. 나도 공격을 당해봐서 아는데 그거 생각 보다 트라우마가 깊고 오래 간다. 오죽하면 어떤 사람은 그것 때문에 자살까지 할까. 전에는 누군가 알라딘에서 소요를 일으키면 무조건 시끄러워 스스로 알라딘 금족령을 내리곤 했는데 이 공격 받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이젠 너무 이해가 가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공격하는 사람들은 어떤 반박 논리를 펴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 심하면 모독에 비아냥으로 일관하고 협박까지 하는 것도 보았다.
같은 알라디너끼리 거기까지는 나가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언제부터 그를 잘 알았다고. 물론 어느 특정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과거에 경험해 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서재질을 하루 이틀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내년에도 서재에 좋은 글 많이 올리게 되는 한 해가 되길 나에게나 서재인들에게나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