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EBS 드라마 '문화사 1편' 종영

박인환·이중섭 등 명동시대 예술가 그려
동방싸롱·모나리자·은성… 당시 거리재현
"교과서에 있던 작가 모습보니 너무 좋아"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그대 명동을 기억하는가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그대 명동을 기억하는가?


28일 막을 내린 EBS의 24부작 드라마 ‘문화사 시리즈 1편-명동백작’(연출 이창용·남내원, 극본 정하연)이 장안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950년대 명동에서 활약했던 김수영 박인환 전혜린 이봉구 이중섭 김관식 등 예술가들의 궤적을 좇아가며 피폐한 한국사회의 문화적 지형도를 그린 이 드라마는 문화매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관심을 끌었다. 반세기 너머의 일이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향기로운 이름들은 문인들의 술자리에서 단골 안주감이 되고 있다.











▲ 1950년대 후반의 명동거리를 재현한 부천시 오픈세트. 드라마 ‘명동백작’의 주요무대가 됐다. 작은 사진은 ‘명동백작’의 주인공들. 아랫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진우(김수영), 정보석(해설자), 차광수(박인환), 박철호(이봉구), 이재은(전혜린) /EBS 제공


‘명동백작’은 명동거리에서 젊음을 보낸 ‘명동의 산증인’ 이봉구의 별명. 그가 쓴 ‘명동백작’(일빛)도 지난달 책으로 부활했다.

좁은 길 양옆으로 나지막한 일본식 건물이 서 있고, 대폿집과 다방이 줄줄이 이어진 명동거리. 동방싸롱, 은성, 문예싸롱, 모나리자, 청동다방….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저녁이 오면 글쟁이와 그림쟁이들이 술 마시러 드나들던 곳이다. 그 당시에는 누구라도 만나고 싶으면 이 몇몇 장소로 나오면 만날 수 있었다.

허름한 국밥집에서 박인환이 즉석 시 ‘세월이 가면’을 짓자 그 자리에서 이진섭이 곡을 붙이고 가수 나애심이 노래를 불렀다. 이 장면은 시청자 요청으로 인터넷에 다시보기 서비스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박인환 시인의 손녀 박미경씨는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 꾸준히 글을 올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박미경씨는 1편 종료 후 “할아버지에 대한 자부심, 시인들에 대한 동경과 사랑, 아름다운 명동과 ‘은성’ 아주머니의 따뜻한 인심까지도 제 마음속 깊이 들어와 버렸다”며 “할아버지가 너무 뵙고 싶다”고 썼다.

문학평론가 임우기는 “50년대는 피폐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예술의 거장들이 나온 시대였다”며 “아프고 슬픈 것 위에 꽃을 피우는 예술의 모습을 드라마로 잘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는 “자유와 낭만과 순수를 생각하게 됐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폭주했다. ‘kkw3125’라는 ID의 시청자는 “그들이 활보하고 다녔던 명동의 옛거리. 그냥 지나칠 게 아니라 역사를 생각하며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수영이 갈구하던 자유. 왜 눈물이 날까요?”라고 했다.

‘ksunnykim’라는 ID의 시청자는 “책받침 코팅을 통해 ‘목마와 숙녀’를, 음악을 통해 ‘세월이 가면’을, 그리고 교과서를 통해 김수영의 ‘풀’을 알았다. 이분들이 있었기에 한국의 현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PD는 “50년대를 헤쳐나온 시인, 소설가, 화가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한국 문화사의 첫 페이지를 열어젖힌 ‘명동시대’ 예술가들의 삶을 그렸다”며 “교과서에 실린 시나 소설, 학창시절 노래가사로 아스라한 기억속에 있던 작가들이 살아움직이는 모습을 친숙하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는 “전쟁 직후 황폐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사람다움을 지켜내려는 지난한 몸부림이 감동적이었다”며 “이들의 역사적 내력은 우리들이 살아온 정신적 힘과 근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50년대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는 60년대로 넘어간다. 12월 4일 방송되는 ‘문화사시리즈 2편’은 다큐멘터리 ‘100인의 증언, 60년대 문화사를 말한다’로 진행되며, 3편은 문학을 중심으로 영화 가요 등 60년대 대중문화를 다룬 드라마로 구성된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김승옥, ‘사색의 문장가’ 이청준, ‘영원한 자유정신’ 김지하 등 생존 문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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