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길게 쓸 작정입니다. 내내 마음 속에 품어왔던 "욕설"에 대한 못마땅함을 쓰려합니다. 사실 저는 욕을 전혀 입에 담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후배에게 화를 내며 "이런 개자식!" 한 번 했다가 "그럼 우리 아버지 0 0 0씨가 개야?"하며 바로 주먹이 날아온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아주 가벼운 욕을 해도 상대방은 굉장히 기분 나빠하는 독특한 억양을 지녔나 봅니다.

 

영국에 늦깍이 유학을 다녀 온 한 선배가 징검다리 홈페이지 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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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이곳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을 상대로 유학연수 비지니스를 시작한 친구와 식사를 함께 했었다. 이 친구는 최근에 한국의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아이들 약 20여명을 모집해서 약 4주동안 이곳에서 영어 연수를 실시한 바 있다.

모처럼 만난 친구의 얼굴이 무척이나 근심섞인 표정이고, 더군다나 목소리까지 쉬어 있었다.

"지난 번 연수는 어땠어?"
"말도 마, 질렸어.. 완죤히 질려 버렸어.."
"무슨 말이야?"
"한국애들한테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렸다니까!!!"

굉장히 마일드하고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지난 여름에도 약 30여명의 아이들 연수단을 경험하곤 부부가 다 병원신세를 질 정도로 고전한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대충 감을 잡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이번 애들도 그렇게 극성이디?"
"말도 말라니깐.."

쉰 목소리에 약간의 짜증까지 섞여 있었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westminster사원엘 갔었는데, 한 10명의 아이들이 진입금지지역 안에를 들어가서 천방지축 날 뛰는 바람에 경비원들이 달려오고 그곳에 있는 여행객들 한테 얼마나 면박을 당하고 창피를 당했는지 말이야. 그리고 줄을 서라고 해도 도무지 말들을 들어 먹질 않어. 새치기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툭툭치고 말이야."

이곳에서는 사람의 통행을 멀리서 아주 조금만 방해해도, 정중하게 "sorry"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을 치고, 새치기하고 했다하니 이야기만 전해듣는 나도 얼굴이 화끈 거리기 시작한다.

"그것 뿐인 줄 알어. 위탁 영어 교육 받는 영국학교에 가서는 온갖 악기들을 부숴 버리고, 문짝을 걷어 차고 다니고, 괴성을 질러 대고 하는 통에 그 곳의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이번 위탁 연수가 마지막이라는 통보를 결국 받게 되었지."

나는 좀 의아해서 질문을 던진다.

"네가 너무 무르게 한 것 아니야? 혹은 네 지도력이나 통솔 방법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구 말이야?"

" 너도 알잖아. 내가 이곳에 온 이래 지난 15년동안 교회학교 선생님으로서는 베테랑이라는 거 말이야. 이곳 한인교회에서 초,중등학생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가르쳐왔는데 말이야.
그런데 이곳에서 크는 애들하고 한국애들 하고는 완전히 달라. 무슨 다른 족속들 같아. 한국의 애들은 무슨 미쳐 날뛰는 망아지 같다니까"

"그리고 왜 그렇게 애들의 말이 거칠어 졌는지 모르겠어. 입만 열었다하면 욕이야. 예컨대, 이년 저년은 욕도 아니래. XX같은 년, X같은 거.. 등등등.. "

그말을 듣자니, 지난 8월 한국으로 돌아간 딸들이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빠 왜 그렇게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하는지 모르겠어. 말 끝마다 욕이래니까"
나는 말하기를..
"그런 애들하곤 함께 있더라도, 절대 섞이면 안된단다."
"아빠 그럼 놀 아이들 찾기가 힘든 걸"
". . . . . ."

이것이 최근 한국의 어린이들에 대해서 내가 접했던 단면들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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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선일보 청소년학교에서는 절대로 욕을 못하게 합니다. 욕을 하면 몹시 혼을 냅니다. 한편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욕이 얼마나 상대방을 모독하는 언어인지를 일깨우고 가르칩니다. 이제부터 바로 욕설의 본디 뜻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무심코 쓰는 저속한 단어에 대해서도 얘기 하고자 합니다. 중학 때 물상선생님, 대학국어 강사님, 대교출판에서 근무하시던 L 부장님 등의 열강을 통해 우리 욕설의 의미를 많이 깨달았음을 밝힙니다.


[씨팔]

"니미(네 어머니) 씨팔(씹을 할)"이 줄어 "씨팔"만 남았습니다. "니미", "니미랄(럴)", "닝기미"... 다 같은 뜻이죠.  이 함축적인 단어의 본디 뜻은 "너희 어머니와 성관계를 할"이라는 뜻입니다. 영어의 "Mother Fucker!!"의 의미와 동일합니다. 인간으로서 가장 패륜적인 행위를 일컫는 이 말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나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좆만아]

"젖"에서 "좆"이 나왔답니다. 그저 남자의 성기를 일컫는 말이 어떻게 하찮다는 의미의 욕이 됐을까요? 저는 "좇만아"라는 욕으로부터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본디말로 늘이면 "야! 이 쥐좆만한 아이야!"라는 얘기이지요. 본적은 없지만 쥐의 것이 작기는 작을테니까요. 무지막지한 상대 비하 언어입니다.

 

[좆도]

원래 "좆도 방위"지요. 군대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파주 법원리에는 군인을 상대로 하는 술집이 많이 있었답니다. 술집 아가씨들도 군인들을 상대하다 보니 당연히 계급에 민감하겠죠. 어느 날 방위병 한 무리가 술집에 놀러 갔는데 아가씨들이 다짜고짜 "방위 주제에...."하고 깔봤나 봅니다. 화가 난 방위들이 일갈, "(내 처지가 방위지)좆도 방위냐?"

 

[육시랄]

육시 (戮屍)는 부관참시()와 같은 뜻입니다. "육시를 할 놈"이라는 뜻인데 죽은 사람의 관을 쪼개서 다시 목을 베는 끔찍한 처형을 당할 것이라는 지독한 저주의 욕설입니다. "오사랄"과 쌍벽을 이룹니다. 오사 (誤死)는 명(命)대로 죽지 못한다는 역시 저주의 말입니다.

 

[개~]

"개~"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대개 나쁜 것, 하찮은 것을 가리킵니다. 인간에게 사랑받는 개가 왜 평가절하 되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개의 아무데서나 교미하는 모습이 우리 조상들의 눈에 거슬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만두 못한 눔" 하고 욕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엄청난 모욕입니다.

 

[엿먹어라]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좆먹어라"였습니다. 또는 남사당에서 여자의 음부를 가리키는 은어가 "엿"이라고 하는데 역시 마찬가지의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기는 "더럽다"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디 뜻은 "네 성기나 빨면서 가만히 있어"이죠. "조지나"라는 욕설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건 너무합니다.  

 

 

꽤 오래 전에 "비버리힐스 캅"이라는 영화에서 에디머피가 주절대던 "F"로 시작되는 일련의 대사를 듣고 뜻은 잘 몰랐지만 꽤 저속함을 느꼈는데 이젠 우리 오락영화에서 한순간이라도 욕이 안나오면 영화가 되질 않습니다. 욕설이 무슨 서민들의 친근함을 나타내는 언어로 착각하나본데 위에서 밝혔듯이 욕은 그저 남을 심하게 비하하고 저주하는 버려야할 우리의 언어입니다.

욕을 내뱉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구요? 저는 그저 화장실에 가거나 눈물 한 방울 흘리겠습니다. 

 

* 다른 의견 있으시면 가르치신다는 마음으로 댓글 달아 주세요.

출처:글기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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