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공주의 남자> 빼놓고 뭐 볼만한 게 있나 싶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은 소치다. 요즘 김선아 나오는 드라마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지성이 나오는 드라마도 있으며, 유승호 나오는 드라마도 있다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공주의 남자'가 단연 으뜸은 아닌가 싶다.  

요즘 김선아의 연기가 주가를 올리는가 본데 난 왠지 이 여자의 연기에 더 이상의 기대가 가지 않는다. 이 여자의 연기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가장 화려할 때 쫑을 낸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성이 나오는 '보스를 지켜라'는 찌질남으로의 변신이 나름 성공적인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몇회부터 봐도 이해가 다 된다. 최강희의 연기도 아직은 쓸만하고. 그런데 몇회부터 봐도 이해가 다 되는 바로 이 가벼움 때문에 별로 볼 생각이 없다. <무사 백동수>는 너무 만화 같아서 싫고. 무엇보다 최민수의 연기를 보는 것이 난 어느 샌가 부담스러워졌다. 이 사람은 도대체 나이는 먹어 가고 어떤 연기가 맞을지 모르겠다. 멜로만 해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순재나 송재호 같이 평범한 아버지 역할을 해낼 것 같지도 않고. 그나마 남은 건 코믹 연기인 것 같기도 한데 존심이가 허락될런지도 모르겠고. 

아, 그러고 보니 다 S 본부의 드라마들이다. 참고로 우리집은 그짝 방송이 잘 안 나온다. 그러니 내가 S 본부의 드라마를 이따위로 평가하는 것도 그다지 공정하지 못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공주의 남자>. 제목만 들었을 땐 2류 멜로 같다는 느낌이 들어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말만 듣지 않았어도 안 봤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뭐 그리 이야기가 나올까 싶기도 한데 24부까지 한단다. 박시후를 보는 맛에 계속 볼 것 같긴하다.  

그런데 내가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이 드라마 자체가 아니다. 말한다면 오히려 드라마의 잔혹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다. 뭐 드라마의 잔혹성이 이 드라마뿐이겠는가? 사극이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 드라마 역시 김종서와 김승유를 죽여야 하는 계유정난의 공신들과 왈자패들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별로 사람의 말로 들리지가 않는다. 마치 피에 굶주린 늑대나 살인까마귀의 낮은 울부짖음 그런 소리로 들린다. 물론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실재로도 그들이 저랬을까? 좀 끔찍하다는 느낌이 든다. 뭐 그만큼 드라마 작가들이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소리겠지.  난 이렇게 사극을 보면 쓰잘데 없는 것에 관심이 가고 상상력이 발동이 된다. 여튼 드라마 작가 만세다!

 지난 월요일 아침 아침 뉴스를 보니 모 기자가 새로나온 책을 소개하는데 이 책을 소개한다. 드라마처럼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갖는 것도 없다나?  작가 소개가 재밌다.    

나이 40줄에 늦바람이 든 사람.
대학 졸업하고 대세에 떠밀려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지’ 고민에 빠짐. ‘가짜 현실’이 강요하는 ‘눈먼 속도전’에 정신줄 놓지 않기로 결심함. 청명한,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대면하기 위해 무작정 글쓰기 시작. 일상에 물든 편견과 거짓, 타인의 시선을 씻어내기 위해 드라마를 주목함. 그 후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나누는 ‘드라마앓이’를 2년간 지속해옴. 이 책 <드라마 읽어주는 남자>는 늦바람의 첫 번째 열매임.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부제가  ‘개념탑재’ ‘희망충전’ 드라마 애호 지침서란다.
 

나는 드라마를 안 보려고 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항상 커피외엔 중독되는 것을 지극히 경계하는 삶을 살아왔다(믿거나 말거나). 그래도 드라마를 보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긴 했다. 드라마를 분석하고 해체해 보고 싶어진다. 거기에 걸맞는 책이 아닌가 싶어 일단은 보관함에 넣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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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8-2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도 공남 즐겨 보시는군요, 저 역시 요즘 꾸준히 보는 드라마가
공남이에요, 그런데 다음 달에 개강이면 본방사수 못하게 되어서 아마도 스마트폰으로
봐야할 거 같아요. 스쿨버스 와이파이 안 터지는데 과연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stella.K 2011-08-25 21:36   좋아요 0 | URL
와우, 그렇게 늦게까지 공부하시는 거예요?
그렇구나.ㅜ
토욜날 재방도 하던데.
아님 나중에 끝나면 다운 받아 한꺼번에 몰아서 보시던가,
아님 저 같이 IP TV를 설치하면...!ㅋㅋ
암튼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 학기 올 스트레이트 A 맞으시길!^^

무스탕 2011-08-2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남 몇 편을 본방사수하다 요즘은 조금 시큰둥이에요. 그러니까 전엔 티비앞에 정좌하고 앉아서 봤는데 요즘은 왔다갔다하며 할 일 하다 보다..
(지금도 티비 보다 서재 보다 그러고 있어용~~ ^^)
울 엄니는 '공주의 남자보다 성균관 스캔들이 더 재미있어. 이건(공남) 만화보다도 유치해' 그러면서 계속 보십니다. 하하하~~~

100일 프로젝트가 조만간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지는군요. 멋지십니다, 스텔라님!!

stella.K 2011-08-26 10:35   좋아요 0 | URL
ㅎㅎ 에이, 그래도 무사 백동수 보단 나을 듯 싶기도 한데요.

100일 프로젝트 이제 마지막 고지가 보이니 더 죽을 맛입니다.
빨리 끝냈으면 좋겠어요.ㅋㅋ

hnine 2011-08-2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는 안보니 잘 모르겠고 위의 책 소개를 읽고 관심이 가서 보니 저자가 제 남동생이랑 동갑내기에 출신 학교도 같군요 ^^ 40대는 또다른 방황이 시작되는 시기인가봐요.

stella.K 2011-08-26 10:37   좋아요 0 | URL
아, 동생이 계셨군요.
40대는 사추기라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hnine님은 사추기 아니신가요?
전 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살아요.
단지 기운이 딸려서 질풍은 하겠는데 노도는 못하고 있다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