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만해문학상에 소설 ‘황진이’ 쓴 홍석중씨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 소설가가 국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창비사는 제19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북한 소설가 홍석중(洪錫中·63)씨를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수상작은 장편소설 ‘황진이’(평양 문학예술출판사 발행). 홍씨는 대하역사소설 ‘임꺽정’의 작가인 벽초 홍명희(碧初 洪命熹)의 손자로, 1941년 서울에서 출생했으며 48년 조부를 따라 월북했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기녀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상전과 종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소설의 기틀로 삼고 있다.

북한 소설가가 국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문단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상 자격과 심사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최근 남북교류 행사가 빈번한 사회 분위기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창비는 “남북한 당국의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수상자를 초청하고 상금(1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통일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북측에서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만해문학상 운영위원 겸 심사위원인 이선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올해 심사 규정 일부를 변경해 ▲등단 10년 이상 ▲‘한국어로 된 모든 작품’이란 구절을 삽입해 해외동포와 북한작가들의 문학적 업적도 평가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상의 심사 대상은 지난 3년간 출간된 시·소설·평론 작품으로, 최종 심사는 이선영·정희성·오생근씨가 맡았다. 이 교수는 “북한 작가라고 해서 가점을 주지 않았으며, 예심에서 올라온 9편의 작품을 엄밀히 심사해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황진이’를 최종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만해문학상 최종심에는 김혜순 시집 ‘한잔의 붉은 거울’,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시영 시집 ‘은빛호각’, 정현종 시집 ‘견딜 수 없는 것들’, 공선옥 소설집 ‘멋진 한세상’, 윤흥길 연작소설 ‘소라단 가는 길’, 은희경 소설집 ‘상속’, 황광수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 등이 경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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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2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잉크냄새 2004-07-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초 홍명희의 손자라니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mira95 2004-07-2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모여서 통일로 가는 길이 보이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