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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모처럼 눈이 밝아지는 느낌의 책을 읽었다. 여행에 관한 책이 그렇긴 하다. 그곳에 직접 가 보는 것만큼  확실한 체험은 없을테지만, 누군가의 안내를 받듯 이런 책을 읽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 특별히 이 책은  저자가 건축을 위한다는 목적이 있는 여행이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발길 닿는데로, 눈길 머무는대로 가서 보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안도 다다오. 알고 봤더니 나름 대단한 사람이다. 그 어렵다는 건축을 어느 대학이나 전문학교를 나왔다는 이력없이 독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 온 사람이다. 건축가에 대해 내가 그닥 아는 바는 없지만, 과연 건축가가 천성적으로 여행을 많이해야 하는 직업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정말 열의 있는 건축가라면 어디에 유명한 건축물이 있다면 한번쯤 가보고 싶기는 할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었을까? 이렇게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을 정도라면 모르긴 해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사실 나도 오래전부터 막연하게나마 건축은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또 왠지 건축하면 거부감도 없지는 않다. 저자의 나라 일본은 어떨지 몰라도(물론 저자는 책에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일본의 건축을 그다지 좋게 평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이나 투자의 관점에서만 건축을 보기 때문에 나의 이런 시각이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자연까지 훼손하면서 건물을 짓지 않는가?  어디를 가나 건물을 짓는다고 맨땅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난 솔직히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물론 내가 골수 자연보호론자는 아니지만, 인간이란 종(種)의 몸 하나 두겠다고 저걸 저리 짓는 걸까 한숨이 나올 때가 너무 많았다. 그렇게 많은 건물을 짓고도, 내 한 몸 누일 집이 없다고 징징거리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생각해 보면 인간만이 건물을 필요로 한다. 언제 땅을 기어 다니는 짐승이, 하늘을 나는 새가 건물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그들이 어디서 어떤 집을 짓고 사는지 정확히 아는 바는 없지만, 인간이 살기 위하며 그처럼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집을 짐승은 짓고 살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몸에 맞는 집을 지을뿐 인간과 같은 건물을 짓지 않으며, 그것을 길이 물려 줄 재산의 용도로도 보지 않는다. 물론 지구상에 모든 인간이 건물을 재산의 용도로 삼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저 건물과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해 자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활용해 건축을 하는 종족도 있다. 물론 원시의 때 묻지 않는 삶을 사는 지구상 1%도 안되는 종족들이겠지만.        

그런데 인간은 언제부터 이렇게 건물에 욕심을 낸 것일까? 모르긴 해도 태곳적, 그러니까 인간이 바벨탑을 쌓을 그 무렵부터는 아니었을까? 이렇게 인간의 탐욕과 상상력을 가지고 지은 건축물들을 저자는 여행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이 책은 말하자면 세계를 여행하면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건축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통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의 건축은 갈수록 화려하고 도회적으로만 되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고자 할 때, 이런 인간의 냄새를 지우면 인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와 직결이 된다. 우리가 멋대로 후진국이라고 부르는 아시아 각국에는 이러한 인간의 냄새가 아직 선명히 남아 있다. 방콕, 싱가포르, 홍콩......,그리고 베트남의 고도 후에에서 나는 강렬한 인간의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충격적일 정도로 강렬하다.(14~15p)  싱가포르나 홍콩을 후진국으로 본다는 건 지금으로선 어패가 없진 않지만, 저자의 책이 196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렇게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저자는 도회적 건축물에 대해 이런 경계를 나타냈다. 후진국이라고 해서 반드시 건물도 후졌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보라. 옛 건축물의 탁월함은 현대의 그것을 따라 올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옥의 재발견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그것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연과 어우러지게 지었다는 것일게다. 어찌보면 건축가는 온고지신의 정신을 갖지 않으면 온전한 건축가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문득 해 보았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건축은 무엇일까? 나도 언젠가 TV에서 본, 르 코르뷔지에의 라 투레트 수도원을 보면서 저자는 빛을 생각했고, 본래 건축이란 경제성과 기술력과 합리성, 또는 건축주의 요구라는 속박 안에서 이성으로 정리하는 과정(32p)이라고 했다. 굉장히 명쾌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엔 역시 너무 어려운 과정을 넘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였을까?  저자는 건축이란 투쟁속에서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건축은 투쟁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128p).  그러니 건축가가 멋있는 직업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멋있긴 멋있다. 하지만 그 멋있음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저자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가가 그냥 만들어지겠는가? 우린 무엇이든지 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에게 '장인'이란 말을 붙이길 좋아한다. 안도 다다오가 생각하는 건축에서의 장인이란 무엇인가? 그는 원래 호사가의 성향이 깃들기 마련이지만 취향이라는 측면이 너무 과도해지면 건축으로서의 힘은 상실되고 만다. 문장으로 치자면 단단하고 묵직한 문장에 비해 미사여구를 늘어놓은 미문이 결코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표층의 미에 대한 집착만 보일 뿐이지 보는이의 심층까지 울려야 한다.(165p) 며 그의 나라 도쿄를 여행하면서 말하고 있다. 이것은 나날이 화려하고 치장에만 관심을 쏟는 오늘 날의 건축에 심각하게 생각해 볼만한 대목은 아닐까 싶다.  

올해 같이 심한 물난리에 집이고, 빌딩이고 수마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었다. 그것이 인위적으로 산을 깎고, 물길을 막고, 거기에 나태와 방종이 더해진 인간 스스로가 부른 재앙이라고 어떻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간이 지은 콘크리트 옹벽은 튼튼할 줄 알았겠지. 비도 막고 절대로 안 넘어 갈 줄 알았지. 이제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연을 이길 것인가의 건축을 짓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자연과 더불어 건축을 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저자의 이런 통찰적 구절과 오늘 날의 사안과 맞아 떨어져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또한 저자의 미술에 대한 교양과 안목도 나름 대단해 보인다. 하긴, 건축을 공부하면서 미술은 또 얼마나 통섭할 분야였을까.  하지만 이 책이 갖는 나름의 이해의 한계는 없지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건축에 대한 교양이 풍부했다면 약간의 지루함도 없지 않았을까? 그것에 대해 저자가 인용한 말을 나도 인용해 보겠다. 

"내게는 친구가 많다. 플라톤도, 네로 황제도 모두 친구다. 어떤 역사적 인물일지라도 대화를 자꾸 하다보면 친구가 된다."  

여행의 성패는 이런 가공의 대화가 얼마나 가능하냐에 달려 있다.  

결코 말하지 않는 존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현실의 대화는 또다른 깊이가 있다. 그것은 결코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124p ) 

즉 여행도 그렇지만 대화해 보지 않은 분야에 대해선 끊임없이 말을 걸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듯 싶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정말 책도 엔터테인먼트에지는구나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처음에 받고 약간은 당황했다. 그것은 표지를 거꾸로 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띠지 역시 따로 떼어낼 수 없게 표지 혼용일체형이고.  한마디로 건축을 공부하면 기하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기하학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책에 저자가 직접 찍었는지 아니면 편집 때 따로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이 많은 거야 당연하다곤 해도, 이 책은 어딘가 모르게 과유불급인 요소가 있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종이가 고급스럽게도 코팅이 되어있고, 백색과 흑색의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움을 더하고자 했지만, 회색 바탕에 검은 글씨. 또는 회색 바탕에 흰글씨 몇 페이지가 군대군대 나온다. 이건 보기엔 좋아보일지 몰라도 눈의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저자도 이미 말한 것처럼, 이는 표층에만 매어 있고 심층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좀 더 인체공학적 특성을 살려 어떻게 하면 독자가 편안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좀 더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원리에 충실한 책을 만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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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8-2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건축학도 친구 하나 있는데.. 원하는 소양을 길러 원하는 건축도면을 그리고 집을 지을 수 있는 그 아이 미래를 언제나 빌어주어요.ㅎ

이 책 살까말까 몇 번 했는데 가격이 좀 나가서 망설여졌어요. 제가 건축학도도 아니구요. 서평단 도서였죠? 건축을 잘 모르는데 너무 전문적인 책이라도 부담스럽기 땜에 실물을 안보고는 어떨지 짐작을 못했거든요. 리뷰보니 짐작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스텔라님 기준으로 별이 네 개니까.. 꽤 괜찮았던 편인 거죠?^^

stella.K 2011-08-21 15:23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평가단에서 보내준 책 중 이번에 보내 준 책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아실지 모르지만 제가 초기 때 막 뭐라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정신을 좀 차렸는지 꽤 괜찮은 책을 보내줬더라구요.
그러게요. 가격이 좀 쎄죠?ㅠ

자하(紫霞) 2011-08-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고 싶어서 찜해놓고만 있었는데 신간평가단에서 골랐군요.
작년에 교토에 안도 다다오가 지은 건물이 있었는데 난간 옆에 강이 흐르고 있었어요.
건물이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더라구요.

stella.K 2011-08-21 15:24   좋아요 0 | URL
와우, 보고 싶은데요?ㅎ
말 그대로군요. 안도 다다오. 괜찮은 사람 같아요.^^

yamoo 2011-08-24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 다다오...이 책 말고, 안도 다다오 특집으로 작년 가을에 미술 모임에서 세미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
스승인 르코르뷔지에를 넘어서서 자기 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죠^^
이 사람 책은 다~~괜찮은 거 같습니다.

stella.K 2011-08-25 13:41   좋아요 0 | URL
헉, 미술 모임에도 참석하시나요?
어딥니까? 저도 좀 소개시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