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볼프강 카이저의 <미술과 과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는 알리딘 신간 평가단에서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이달의 선정 책중 하나다.
그런데 난 이 평가단을 시작하면서 이상한 습관이 하나가 생겼다. 알라딘에서 보내 주는 책 두 권 중 한 권은 리뷰 글로 써서 정식으로 별점도 주고 하는데, 꼭 나머지 한 권은 페이퍼 글로 써서 별점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서자와 적자를 따로 구분하는 듯하여 내 마음도 편치는 않다.
물론 난 이 책이 읽기가 만만치 않을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마감 기일을 지나고, 알라딘 평가단 담당자에게 언제까지 글을 올리겠노라고 이메일을 보내면서까지 어떻게 해서든지 리뷰 글로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연기해서라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 번 나는 '평가단의 이름으로(blog.aladin.co.kr/stella09/4855933)'란 글을 쓰기도 했지만, 나는 일반 독자로서 내가 자의적으로 이 책을 선택했더라면 리뷰를 썼겠지만(사실은 자의적으로 선택했더라도 리뷰는 쓰지 않았을 책이다), 이미 그 글에서도 밝힌 것처럼 난 그저 평가단의 이름으로 이 책을 평가하는 것으로 평가단의 임무를 다하려고 한다.
우선 지난 번 <사유속의 영화>를 평가할 때, 나는 알라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평가단 도서로 선정되는지 궁금해했었다. 그때 담당자가 답변을 주시기를 평가단이 추천한 책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순으로 선정을 한다고 했다. 그랬을 때 난 내심 평가단의 책을 추천하는 수준이 꽤 높다는 걸 새삼 느꼈고, 그러면서도 선정된 책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평가단에게 미루는 것 같아 또 한편 섭섭했다.
(적어도) 선정에 있어서 그 수위를 조절하는 건 각 분야의 MD들이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때 담당자분이 답변을 주셨을 때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야의 책을 수위를 조절해서 선정할 수 있냐고, 설혹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담당자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뿐 수위조절은 될 수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다). 물론 그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로선 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이떻게 평가단을 한 분이 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알라딘 각 분야의 MD들은 따로 페이퍼를 만들어서 올릴지언정 평가단에는 관여를 안하는 것 같다. 물론 MD들도 바쁘시겠지. 하지만 적어도 선정된 책들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라도 하면 평가단이 좀 권위도 있어보이고 앞으로 읽을 책에 사전 지식도 될 텐데, 단지 선정 이유를 평가단의 누가 이렇게 추천해서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는 한 줄 코멘트 정도에서 끝나버린다. 그만한 코멘트 가지고는 그 책을 추천하지 않은 다른 평가단들에겐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그 사람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 의외로 좋다는 느낌을 가질수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혹시나 했다 역시나로 책을 덮고, 누가 추천했는지 그 사람에 관해서는 눈을 흘길 지 모를 일이다. 특히 나같이 까탈스런 평가단원은 더 더욱이다. 헉!ㅠ 대신 누구나 평이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손을 들어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예를들어, 이 달의 예술분야에 선정된 또 한 권, 손철주 씨의 <옛 그림 보면 옛 생각이 난다> 같은 책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읽고 정말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에 비해 이 책 볼프강 카이저의 책은 모르겠다. 학술서적이 주는 그 권위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선정했다는 그 책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별 네개를 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난 일반 독자라면 별 세 개 이상은 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책의 권위로 봤을 때 네 개를 줄 수도 있지만, 책의 이해도 측면에선 형편없이 떨어지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좀 야박해서 그 책이 아무리 좋고 권위가 있어도 이해할 수 없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이 별점이란 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 그것을 이 지면서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역자도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은 어렵다고 했다. 책 자체도 어려운데 번역은 또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런데 또 그로테스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모를까, 이 더운 날 이 책을 붙든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안 그래도 불쾌지수가 높은 날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이 책에서 한 가지 안 사실은 이 책을 이해하려면 엄청난 미학적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무슨 미술을 비평할 줄 알겠는가? 연극이나 문학을 비평할 줄 알겠는가? 그만한 지식을 가져야 비로소 카이저란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학자며, '그로테스크'가 만만히 볼 수 있는 학술적 용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이즈음 평가단 담당자가 나온지 1 개월 이내의 신간을 중심으로 추천해 달라는 게 좀 어패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봤더니 이 책은 번역되어 나온지는 얼마 안됐을런지 모르지만, 책 자체는 반세기가 넘은 책이다. 그렇다면 이런 책이 선정이 되서 우리의 손에 들려졌다는 게 어떤 의민지 모르겠다. 카이저는 맨 마지막 5장을 '현대의 그로테스크'라고 했는데 그가 이 책을 썼을 때는 현대일런지 모르지만 오늘 날 봤을 때 근대로 봐질 것이다. 어쨌든 이런 뛰어난 학술책이 평가단 책으로 선정이 됐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첫 번째 평가단 책을 받으면서 느꼈던 건데, 보내주는 책 두 권 중 한 권은 대중적으로나 교양서로서도 꽤 괜찮은 책을 보내주지만, 한 권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좀 문제있는 책을 보내준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위에서 주저리 주저리 떠는 것만으로라도 좀 감이라도 잡아 줬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이지 그 분야에 전문적으로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읽어낼 수 없는 말하자면 우리 일반인으로 볼 때 '터무니 없는'책들이다. 이걸 평가단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읽어야 한다면 이건 완전 마루타가 된 느낌이다. 아무리 평가단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알라딘으로선 책임이 없다고 해도 이건 좀 무책임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한다면 그 괴리감을 좁혀주고 희석시켜줘야 하는 것이 MD의 역할은 아니겠냐고 감히 말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보내 준 두 권의 책중 한편 이상을 쓰라고 하던가. 다시말하면, 두 편을 써야 한다는 의무 조항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 계속 이런 식으로 보내줄 것 같으면 말이다. 또 이런 문제 제기는 나만 하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
나는 또 이즈음 왠지 알라딘이 평가단을 공짜책이나 좋아하는 사람들도 평가절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 물론 혹자는 자기가 원하는 책이 선정되지 않았다고 너무 심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말하는 건데, 난 이달부터 책 추천해 달라는 미션에 그리 많은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물론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하지만 일일이 다 밝힐 수는 없고, 한 가지만 밝히자면 어떤 책이 되든 불평하지 않고 읽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나는 평가단이 됐다고 좋아한 적은 발표 당일 외엔 없었다. 읽는 것, 읽었으니 쓰는 것. 그것은 현금의 가치 이상을 뛰어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돈으로 계산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시간의 가치는 돈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거란 것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공히 말하건데, 난 지금까지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말하는 것은 평가단에 대한 불만도 불만이지만, 평가단으로서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하지 못하고 이런 글만 써대는 것에 대해 마음의 부담도 있기 때문이란 걸 밝혀두고 싶다. 물론 어떤 책이라도 말이되거나 안 되거나 리뷰 쓸 수도 있다. 평가단에서도 서평의 질은 고사하고 쓰는 것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 주겠다. 무엇이 어렵겠는가? 좋은 소리도 한 두 번이라고, 뭐 좋은 소리도 아닌데 다음 달에도 앵무새처럼 이 문제 가지고 또 떠들겠는가?
더 이상의 긴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알라딘 평가단이 보내주는 책을 진지하게 다루고 싶었는데 그것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만 알아 주시라. 그리고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즈음 탈퇴를 신중하게 고려중이다. 물론 중간에 탈퇴하는 건 웬만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하는데 오히려 괴로움이 가중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