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속의 영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선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아니,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어서 손들고 말았다. 사실 평가단 주최측에선 그달의 책이 전성되기 전, 평가단에게 주목 받을만한 책목록을 받는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목록에 넣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끝까지 선정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추천한 책이 선정되서 좋았을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평가단이 읽기엔 다소 적절치 않은 요소들을 가지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길. 이책이 선정되길 바라셨던 분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책은 좋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듯,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이든 그책을 읽고 좋아할 사람이 있다면 그책은 그것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언제 읽느냐에 따라 책의 가치는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대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그 이야기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우선, 전에 어느 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한다. 서평단과 평가단은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때 나는 그분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름은 평가단이라면서, 선정된 도서에 대해선 리뷰를 해 달라고 한다. 나는 이게 좀 엇갈려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평가단이면 끝까지 그책을 평가해야지, 리뷰, 즉 서평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물론 평가에 서평을 포함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쓰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무엇이 평가고, 무엇이 서평인가에 대한 뜻은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전에 평가단이라면 평가 기준에 있어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있어 왔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하도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원래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게 그렇잖은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중요치 않은 일은 금세 잊어 먹는다. 그것이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 보이더라도.
폐일언하고, 좀 주제 넘어 보일지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평가단이 일반 독자와 다른 건, 그 책을 남보다 빨리 읽고 이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읽힐만한가 아닌가를 판단해주는, 말하지면 얼리어댑터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보아진다. 아니 사실은 이 기능이 그 무엇보다 앞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 서평을 쓸 때도 그 책을 강추할 것이냐 아니냐를 끝에 화룡점정처럼 남기기도 하는데, 평가단이야 더 말해 무엇할 것인가? 그랬을 때 내가 본 <사유 속의 영화>를 강추할 것이냐 말 것이냐엔 재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난 당연히 강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많다.
무엇보다 책이 너무 어렵다. 이 책이 내가 필요해서 봐야되는 책이라고 한다면, 게다가 마침 영화를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후배나 친구가 있다면 권할만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 권한다면 돌아 오는 반응이 어떨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이 책은 프랑스(그 나라가 영화가 발달된 나라이긴 하지) 저명 철학자나 미학자들이 쓴 논문들이다. 근데 간과할 수 없는 건, 그들이 쓰긴 썼지만 그게 또 유감스럽게도 지금으로부터 2,30년전에 발표한 글들이다. 만일 이 책이 비슷한 시기에 번역 출간됐더라면 혹 읽혔을런지 모르겠다. 연대도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그땐 학문이 상아탑 안에 갇혀 그 권위를 뽐냈을 시절이다. 그 시절 대학이나 대학원 다녔을 때 어려운 전공책이나 칸트 같은 어려운 철학책 끼고 다녔으면 꽤 폼이 날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책으로는 먹히지 않는다. 지금은 얼마나 어려운 학문을 얼마나 쉬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고, 그런 책을 잘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다 싶을만한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독자가 어느 세 그런 것에 길들여져서 너무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것만을 좋아하는 것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평가단인 이상 이 책을 일반 독자에게 읽으라고 할 수는 없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1122/6/coveroff/8970415602_1.jpg)
사실 난 지난 번 <101명의 화가>에 대해 거의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했었다. 그런데 내가 초두에 밝혔지만, 누가 어떤 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시각을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위의 책이 책의 권위로 보나, 판형으로 보다 더 값 나가는 책이라는 것엔 이의가 없다. 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평가단의 이름으로 했을 때는 이 책이 할 말은 더 많아 보인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리고 이즈음 난 평가단 주최측에 한 가지 의혹이 생기는데, 결국 많은 사람이 주목할만한 책을 띄운다고 하지만, 결국 칼자루는 주최측이 가지고 있다. 주최측이 최종적으로 선정된 두 권의 책에 대해서 평가단은 평가를 할 수가 있다. 좋으나, 싫으나. 그런데 이즈음 주최측은 무슨 근거를 가지고 최종 선정된 책을 보내주는지 모르겠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주최측도 평가단들이 올린 주목할만한 신간 의견들을 취합해 그중 협찬을 해 줄 출판사를 섭외하고, 섭외된 해당 출판사의 책을 최종 선정에 보내주는 것은 아닐까? 물론 출판사 섭외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협찬해 주겠다는 출판사의 책을 최종 선정도서로 하기 보단,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읽을만한 책이 무엇인가를 좀 더 생각한 후에 선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정은 아닐까? 솔직히 이번의 책은 몇몇 평가단이 선정됐으면 하는 바람만 가졌을 뿐, 꼭 되야한다는 당위성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선정에서 제외해도 되는 책은 아니었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 전문가나 전공자는 아니지 않는가? 이런 책 평가하기는 되게 어렵다. 이미 말했지만 책 자체가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읽지 말아야할 책으로 취급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더 말했다가 나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만한 좋은 책들이 배달되어 오기를 바라며, 이번 달 평가를 마무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