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부자들' 저자들이 본 편견과 진실
 
경제 줄줄 꿰고 인터넷서 투자정보 얻어
지나치면 '깍쟁이, 싸가지 없다' 욕 먹기도



▲ “강남 파워, 여성들이 주도하죠.” 강남의 대표적인 쇼핑공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에서 조은주, 유수정, 홍영애씨(왼쪽부터)가 만났다.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강남? 뭐가 문제지?” 서울 방배동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유수정(32)씨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경제가 좀 기우뚱한다 싶으면 TV를 통해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강남 때리기’. 며칠 전 친구들 모임에서 “돈 많은 사람이 돈 많이 쓰는 게 왜 이상해?” 하고 말했다가 ‘싸가지가 있네, 없네’ 하며 된서리를 맞았다. 고2·중1 남매를 키우며 대치동에서 7년째 살고 있는 홍영애(44)씨도 궁금했다. 토박이가 아닌 경계인으로서 ‘강남과 강남인’ 사이에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걸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었다. “강남을 무조건 죄악시할 필요는 없지만, 강남의 진짜 모습을 알 필요는 있지요.”

여성학자 이숙경씨가 이끌고 있는 아줌마 커뮤니티 ‘줌마네’에서 만난 두 사람이 1년간의 취재 끝에 ‘강남의 부자들’(북라인)을 냈다. 찜질방, 부동산, 할인마트, 미장원, 반상회까지 두루두루 취재했다. 제 3자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취재 도중 일산 사는 조은주(38)씨를 가세시켰다. 이들의 책은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과 처세를 알려주는 책이자, 강남 여성들을 옹호하는 최초의 항변이다. 논쟁적 요소가 없지 않지만 이들이 ‘편견’으로 정한 항목을 짚어보는 것은 강남을 바로 아는데 지표가 된다.

▲ 강남 아줌마에겐 시간과 돈밖에 없다?

“천만에요. 우스갯소리 하나 들려줄까요? 오전 10시에 전화해서 집에 있는 강남 여성은 셋 중 하나예요. 어제 막 점을 뺐거나, 몸이 많이 아프거나, 시어머니가 와 계시거나. 그만큼 바쁘죠. 그들은 스스로를 ‘가정 CEO’로 여깁니다. 소비든, 자녀교육이든, 재테크든, 하다 못해 집안 꾸미는 일까지 모두 여자들이 좌지우지하지요. 남편의 통장에서 CEO인 자신의 월급을 자기 통장으로 이체시키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 재테크 모르면 낙오, 드라마 끊은지 오래
▲ 강남 여성들의 취미는 차 끌고 나와 쇼핑하기?

“6개월 전 강남으로 이사온 30대 후반의 여성은 그 좋아하던 아침드라마를 끊었어요. TV 볼 시간에 경제 공부를 해야 강남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부를 유지하기 위해선 부에 대한 공부를 늦춰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매일매일 경제지를 정독하고, 인터넷을 통해 투자정보를 체크하며, 현장으로 돌아다닙니다. 전국 부동산 지도를 술술 꿰는 건 기본이죠. 교회에서든, 사우나에서든 강남의 여성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90%는 재테크에 관한 것입니다.”


▲ 철저한 자기계발·관리, 헬스·요리강좌 만원

▲ 강남 여자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

“글쎄요, 강남 부자들을 졸부들로만 치부하는 것은 구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1000원짜리 한장도 허투루 쓰지 않지요. 자장면 한 그릇도 맛이나 서비스, 위생, 가격까지 비교해가며 시켜먹어요. 재미있는 건 미용실에는 2만~3만원씩 팁을 지불하면서도 택시기사에겐 100원짜리 동전까지 거스름돈을 받아간다는 거죠. 자신에게 돌아올 투자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깍쟁이 같지만 돈에 대한 마인드가 쿨(cool)한 것 아닐까요?”


▲ 자녀성적=엄마 서열, 좋은학원 찾아 3만리
▲ 성적도 돈으로 살 수 있다?

“강남 엄마들이 자녀교육에 사활을 거는 건 아이의 성적과 대학이 유일하게 강남 엄마들의 ‘서열’을 정해주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는 건 아니에요. 좋은 학원, 좋은 교사, 좋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현장을 답사하고 검증하는 식의 맹렬한 발품은 필수지요. 부실한 학교교육을 비판하면서도 교통정리부터 참관수업까지 학부모로서의 본분은 절대 잊지 않는 것이 또한 강남 아줌마들입니다.”

▲ 강남여자는 모두 명품족이다

“대치동 사거리에서 반나절을 서 있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실 거예요. 바로 뚱뚱한 여성이 적다는 것이죠. 그만큼 자기 계발, 관리에 열성적입니다. 헬스나 스포츠센터에 다니지 않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고, 영어회화·요리 강좌도 대만원이죠. 강남 여자 대부분이 명품을 걸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에요. 인터넷, 남대문 도깨비시장을 뒤져 ‘짝퉁’을 찾아낸 뒤 감쪽같이 명품으로 갈아입죠. 품위 유지 때문입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품위는 한번 잃으면 되찾기 힘든 거니까요. 고난도 처세술이죠.”

세 여성이 내린 결론은 “강남 여성들의 파워는 매우 부지런하고, 합리적이며, 실리적인 삶의 방식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부(富)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 노력이 지나쳐서 욕을 먹는다. “그 힘과 에너지를 건강한 공동체 의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데 쏟는다면 한국사회는 훨씬 살 만해질 텐데요. 너무 순진한 발상인가요?”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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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1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원..

stella.K 2004-05-1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도 강남쪽에 산지가 꽤 오래 됩니다만, 강남쪽 사람들 어떻게 사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강남에 산다고 다 잘 사는 거 아니니까. 이 기사는 제가 봐도 좀 온건한 시각에서 작성된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얼마든지 나쁘게 말할 수 있을테니까요. 어떻든 시각이 문제죠. 어떻게 보느냐? 그러므로 판다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참, 판다님 서재대문 바꾸셨네요.^^

icaru 2004-05-1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흥미를 끌어서 보자마자 달려 왔답네다...우음~~
조선 일보에서 나온 기사네요~ 어쩐지 기획이 조선일보 답더라니요...ㅋ

stella.K 2004-05-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복순언니도 안티 조선?? 그냥 이쁘게 봐줘요.^^

진/우맘 2004-05-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견이 진실인거냐, 진실이 편견인거냐...나도 모르겠다 뭔 소린지 홍야홍야~~~

stella.K 2004-05-1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편견까지 끌어 안은 뼈아픈 진실인게죠.

icaru 2004-05-1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 조선꺼정은 아니구 모냐...음... 암튼요...후훕^^.. 이쁘게 봐 달라구용?...스텔라님 안그래두 이쁘세요~~!!

panda78 2004-05-1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건 미용실에는 2만~3만원씩 팁을 지불하면서도 택시기사에겐 100원짜리 동전까지 거스름돈을 받아간다는 거죠. 자신에게 돌아올 투자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깍쟁이 같지만 돈에 대한 마인드가 쿨(cool)한 것 아닐까요?”

<---- 전부다 좀 불만스럽지만. 전 이게 전혀 cool한 것 같지 않은데요.. 저런 얘길 자랑스럽게 하다니...
‘짝퉁’을 찾아낸 뒤 감쪽같이 명품으로 갈아입죠. 품위 유지 때문입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품위는 한번 잃으면 되찾기 힘든 거니까요. 고난도 처세술이죠.” <---- 와, 진짜 고난도다.. 놀랍다..
어제 막 점을 뺐거나, 몸이 많이 아프거나, 시어머니가 와 계시거나. <-- 돈 벌러 나갔다는 건 아예 선택지에 없다.
강남 엄마들이 자녀교육에 사활을 거는 건 아이의 성적과 대학이 유일하게 강남 엄마들의 ‘서열’을 정해주기 때문이에요. <-- 아, 네 그러시군요..
돈 있는 사람이 돈 쓰는 거 아무도 뭐라 안그럽니다.. 돈 있는 사람이 써야 경제도 살아나죠. 그렇지만 다들 저런 식이라면 좀.. 욕 먹는게 당연하지 않나요? ^^;;; (흥분한 건 아닌데.. ^^)

stella.K 2004-05-1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제가 저걸 스크랩한 건 나중에 혹시라도 글 소재감이 될까 싶어서죠. 어느 소설이론가는 '글 쓰기란 현실을 냉정히 이용하는 것'라고 하더군요. 제가 나중에 저 얘기를 어떻게 이용할 건지 책이 나오면 판다님께 제일 먼저 알려드릴께요.^^

panda78 2004-05-19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꼭 알려주세요.. ㅋㅋ (재미있을 듯....) 희곡도 보고 싶은데, 언제 한번 올려주시죠!

stella.K 2004-05-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