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웨스톤(EDWARD WESTON) / Nude In the Doorway / 1936 / 10"× 8"

전시장소 : 갤러리 뤼미에르 (서울 청담동 02-517-2134)
전시기간 : 2004. 04. 29. (목) - 06. 10. (목)


개관전에 즈음하여

사진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는 오늘, 갤러리 뤼미에르는 개관전으로 『20세기 사진명작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의 역사에서 20세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으로 하여금 기술 중심의 표현성에서 벗어나 예술을 향한 표현성, 미적 품격을 고양시키는 사진성을 발견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물론 20세기에 들어서도 사진의 기술력이 현저히 향상되고, 기술의 진보가 사진의 모습을 결정 지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20세기야말로 사진이 당당한 예술로서 미술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예술성을 갖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던 시기였다고 봅니다. 저희 갤러리 뤼미에르가 사진전문화랑으로서 『20세기 사진명작전』을 개관전으로 기획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20세기 사진의 위대함과 그 예술적 품격을 헤아리고자 함일 것입니다.

20세기 주옥같은 명작들은 오늘날 역사 속에서 우리를 맞이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고히 빛나는 위대한 작가, 감동의 물결을 채우는 불후의 명작들은 늘 우리를 흥분시킵니다. 그 위대한 역작들 가운데서 저희 갤러리 뤼미에르가 개관전을 통해 보여주려는 23점의 작품들도 그 명작들 속에 속하는 작품일 것이며, 또한 시대와 함께 해왔던 작품, 사진의 전통을 잃지 않았던 작품,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작품, 특히 철저한 예술 혼으로 사진의 인식을 새롭게 했던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 미국사진을 대표했던 에드워드 웨스톤, 앤셀 애덤스, 헬렌 레빗, 아놀드 뉴먼, 데니 라이온, 루스 오르킨, 아서 로스타인,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비롯하여, 20세기 프랑스 사진을 대표했던 까르띠에 브레송, 자크 앙리 라르띠끄, 윌리 노니의 작품, 20세기 독일사진을 대표했던 아우구스트 잔더의 작품까지, 그리고 국가를 초월하여 지난 80년대 이후 세계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니콜라스 닉슨, 레이 메츠커, 매리 앨런 마크, 데니스 스톡, 족 스터지스의 작품까지 가히 지난 20세기 세계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명작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작품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 땅에서 선보여 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사진의 역량이 그만큼 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날이 변모하는 한국사진의 역동성에 비추어 볼 때 이 땅에 머지않아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조금도 의심치 않습니다. 바로 그 날이 왔을 때 갤러리 뤼미에르가 한국사진의 발전에 기여했음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미리 (갤러리 뤼미에르 대표)



아놀드 뉴먼(ARNOLD, NEWMAN) / IGOR STRAVINSKY / 1946 / 11"× 14"


| 전시서문 |

20세기 사진을 다시보자

갤러리 뤼미에르가 사진전문화랑으로서 첫 전시를 『20세기 사진명작전』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시대의 정황으로 볼 때 첫째는 적절한 시점에 나타난 화랑이라는 것이며, 또 하나는 상업화랑이지만 매우 적절한 시점에 마련된 기획전이라는 점이다. 미술시장에서의 사진의 활성화가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거리이기 때문이고, 또한 디지털 시대에 있어 전통 사진의 예술성이 더욱 고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사진이 머금고 있는 형식과 내용은 시대의 예술구조와 스타일을 역사화하기 때문에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지난 시대의 작품을 새롭게 보는 것은 컬렉터들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는 열망이며, 바로 이 열망이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키고 가속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한다. 오늘 우리가 그 말들을 가장 절실하게 이해하는 장(場)이 여러 예술장르 중에서도 사진 장르다. 20세기 사진은 급격한 시대의 변화, 역사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만약 20세기 사진은 무엇이었는가를 묻는다고 한다면 그 답은 필연적으로 사진의 참된 모습과, 그리고 사진의 본질을 규정하고 사진예술의 근간을 이뤘던 전통적 사진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때문에 사진전문화랑을 표방한 갤러리 뤼미에르의 출현과, 그 개막전으로서 『20세기 사진명작전』을 준비했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시대성을 갖고 있다.

물론『20세기 사진명작전』에 거는 기대감은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른다. 전시 작가들 모두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유명작가라는 데 기대감이 클 것이고, 또한 선보일 작품들이 역사책에 나온 위대한 명작들이라는 데서도 기대감이 클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사진예술의 전통성을 지키면서 사진을 예술의 영역으로 이끌었던 위대한 사진가들, 그러니까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에드워드 웨스톤, 앤셀 애덤스, 헬렌 레빗, 아놀드 뉴먼, 데니 라이온, 루스 오르킨, 아서 로스타인,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같은 20세기 미국을 대표했던 대표작 앞에서 흥분될 것이고, 까르띠에 브레송, 자크 앙리 라르띠끄, 윌리 노니와 같은 20세기 프랑스 사진을 대표했던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흥분될 것이다. 또한 여기에 독일사진을 대표했던 아우구스트 잔더의 작품, 그리고 전후 세계인으로부터 폭넓게 사랑받은 니콜라스 닉슨, 레이 메츠커, 매리 앨런 마크, 데니스 스톡, 족 스터지스와 같은 뛰어난 현대 사진가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될 것이다.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ROPE) / KEN MOODY & ROBERT SHERMAN / 1984 / GELATIN SILVER PRINT, VINTAGE UNSIGNED / 8"× 10"


그러나 『20세기 사진명작전』에서 좀더 내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포인트들은 조금 떨어진 데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요소는 20세기 사진을 규정했던 전통적 사진의 스타일이다. 한 시대의 사진의 스타일은 사진의 존재방식이자 역사의 존재방식이다. 전통적 스타일이야말로 한 시대의 사진이 역사와 함께 했던 그 무엇이기 때문에 그렇다. 20세기 사진명작전에서 유명세 못지않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여기 시대 속에서 이끌어낸 사진의 스타일이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작가들의 태도이며, 또한 세계와 만났던 주체들의 세계관이다. 아우구스트 잔더를 비롯 17명의 사진가들의 작품은 시대의 스타일로서 20세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다.

시대 순으로 보자면 독일사진을 대표하는 아우구스트 잔더의 <우리시대의 초상> 시리즈는 그 시대 가장 강력한 시대적 스타일을 보여준다. 1900-1920년대를 "노동과 계급의 시대"로 규정한다면 잔더의 사진이야말로 시대의 정황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명작들이다. 잔더는 이 작품을 통해서 세계적인 사진가로 자리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까르띠에 브레송, 자크 앙리 라르띠끄, 윌리 노니의 작품도 그렇다. 특히 브레송의 작품 <결정적 순간> 시리즈는 시민사회의 일상을 완벽하게 포착해낸 걸작이다. 1920-40년대를 "경제와 생산의 시대"라고 규정한다면 브레송의 사진이야말로 삶의 뒤안길을 비추는 서정성의 극치이다. 또 전후 혼란스러운 삶을 투사하는 미국의 아서 로스타인, 헬렌 레빗, 데니 라이온, 데니스 스톡의 작품도 그렇다. 1940-1960년대를 "정치와 사상이 시대"로 규정한다면 이들의 스타일을 그 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투사한 삶의 정황이다. 아서 로스타인의 대공황시대의 사진, 헬렌 레빗의 <뉴욕 할렘> 시리즈, 데니 라이온의 <폭주족> 시리즈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급격한 문화변동에 놓였던 70년대 이후의 사진들에서도 그렇다. 20세기 사진명작전에서 현대적 시대의 스타일과 만난다. 루스 오르킨, 니콜라스 닉슨, 매리 앨런 마크의 작품은 그 시대 대표적인 시대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다. 1960-1980년대를 "사회와 소비의 시대"로 규정한다면 루스 오르킨의 <맨해튼 저지대>, 니콜라스 닉슨의 <소도시 풍경>, 매리 앨런 마크의 <소수민족 아이들>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의 이면을 투영했던 시대의 걸작이다. 또 80년대 현대사진을 주도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 족 스터지스의 작품도 마찬가지며 이들의 사진은 그 시대 가장 강력한 시대의 초상을 보여준다. 1980-2000년대를 "문화와 성의 시대"로 규정한다면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남성 신체>, 족 스터지스의 <여름의 마지막 날>은 8, 90년대 가장 큰 스캔들을 몰고 왔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우리는 또 『20세기 사진명작전』에서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예술사진의 스타일과 만난다. 20세기 사진이 지난 일백년 동안 걸어왔던 예술사진, 그리고 예술로서의 사진과 사진으로서의 예술의 경계점에서 부단히 시대의 흐름에 연동했던 예술사진의 모습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1930년대 예술사진을 결정지었던 에드워드 웨스톤과 앤셀 애덤스의 사진이 대표적이다. 웨스톤의 <누드>는 오늘날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예술사진의 대표작이며, 앤셀 애덤스의 <요세미티 풍경> 역시 그 시대를 대표하는 풍경사진의 규범이다. 전후 현대사진의 스타일에서도 그렇다. 현대적 초상의 모습과 정물 추상의 모습을 보여준 아놀드 뉴먼과 레이 메츠커 사진은 그 시대의 독보적인 형식적 스타일을 보여준다. 아놀드 뉴먼의 <예술가의 초상>은 가장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고, 레이 메츠커의 <추상-더블 이미지>는 현대사진의 실험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형식미이다.

20세기 거장들의 위대한 형식미 앞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그들이 취했던 예술적 태도와 미학적 관점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짝만 나간다면 우리는 이들의 작품들에서 역사성과 예술성 그리고 소장성과 만난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다. 20세기 아날로그 시대는 더 이상 출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20세기 사진 명작들이 지금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역사적 가치, 예술적 가치, 그리고 소장적 가치이다. 바로 디지털 예술 환경에서 우리가 20세기 사진명작과 만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것들을 깨달았을 때 20세기 사진을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진동선 (사진평론가)



| 전시작품의 일부보기 |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 / THREE FARMERS ON THE WAY TO A DANCE / 1925 / 10"× 8"

데니 라이온(DANNY LYON) / CROSSING THE OHIO / GELATIN SILVER PRINT / 1966 / 11"×14"

핼렌 레빗(HELEN LEVITT) / NEW YORK(HYDRANT SPRAY) / 1940 / GELATIN SILVER PRINT / 14"×11"

앙리 까르띠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 HYRES / 1932 / GELATIN SILVER PRINT / 1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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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4-2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은 너무 멀어서...;;

stella.K 2004-04-2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비발님은 어디 계시죠?

waho 2004-04-2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달까지면 게다가 강남이면 볼 수도 있겠다! 시간 되면 가봐야 겠어요.

Smila 2004-04-2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를 쓰고 가서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