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근의 들꽃이야기
강우근 글.그림 / 메이데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참 좋은 책이다. 들꽃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드는 생각은 들꽃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긴, 길가의 보도 블럭이나 시멘트 담벼락을 뚫고 나오는 것이 들꽃이다.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어떤 차력사도 자기 사지육신을 보도블럭에 묻고 그것을 박차고 부활했다고 하지 않는다. 그만큼 들꽃은 강하다. 또한 그것은 들에만 피지 않고, 사람들의 발밑에서도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 대단하지 않는가?  

그런데, 세상의 어떤 꽃과 식물도(아니 동물까지도), 인간의 손만 닿았다하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인간의 오랜 짓밟힘 속에서도 끄덕없이 한 해를 살았던 세상의 어떤 꽃도, 식물도, 그 자리에 인간의 개발의 손만 닿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이 땅에서 사라진 꽃들이 얼마런가? 

처음, 이 책의 목차를 보고 좀 놀랐다. '아니, 이렇게 들꽃들이 많았단 말야!' 새삼 나의 무관심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어찌보면 이건 결코 많은 것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하천에 정화되지 않는 썩은 물을 쏟아 버리고, 산업화로 인한 공해 때문에 사라져간 꽃이 더 많지 않을까? 다행히도 저자는 현존하는 들꽃들에 대해 소개해 놓고 있긴 하지만, 이 꽃들도 앞으로 한 세대만 지나면 과거형으로 설명되어져야 할 것들이 있지 않을까? 그나마 이 책에 소개된 꽃들은 한 세대전만하더라도 들에, 길가에 지천으로 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 허리를 구부리고, 돋보기를 들이대듯 해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은 독특하게도, 약간의 진보적인 시각에서 씌여지기도 했다. 말하자면, 저자는 그 꽃들을 소개하면서 오늘 날 개발에만 혈안이 된, 개발 공화국 대한민국을 통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통찰한 저자의 따가운 일침의 소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 나라, 또는 그 고장에 어떤 식물이 살아 있는가를 보면, 그곳이 과연 사람이 살만한 곳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다.  아니 이렇게 말하기도 너무 이기적이다. 왜 이 지구상엔 사람만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자연과 더불어 공존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던가?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이 온전히 살성 싶은가?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건 지상과제가 된지 오래다. 그래도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는 것이 복구되는 것 보다 많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보면 오만은 아닐까? 도대체 인간이 얼마나 자연을 보호하고 살았기에 그런 말을 서슴치 않고 떠들어 댈 수 있는가 말이다.  

저자는 책에서 몇 번이나 친환경 개발이란 말을 마뜩치 않게 말하고 있다. 요즘은 저 말을 달지 않으면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 그래야 사람들이 안정감을 가질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개발의 주체자들이 친환경을 정말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당장, 청계천을 보라. 청계천의 야경은 그지없이 아름답지만, 그 속을 파보면 생명이 살아갈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 분명 거기엔 '복구'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친환경적 복구였을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간 사람들이 한 권씩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더 나아가서는 들꽃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아예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만 같다. 세상의 모든 만물도 천적이 있어 그 개체수를 유지하며 산다. 즉 자연의 법칙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최근까지 외래종인 왕개구리가 천적이 없다고 알려졌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천적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천적들이 인간에게 해가 되므로 예산을 써서 박멸에 나섰다고 한다. 웃기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가로수로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만큼 좋은 나무가 없다는데, 정치몰이배들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벤트 사업을 펼쳐 멀쩡한 나무를 쳐냈다. 효과도 크지만, 실패해도 정치적 손실이 적기 때문이 그 이유란다(26p). 과연 이런 무지한 사람을 국회로 들여보내 우리가 얻는 이득은 뭐가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국회에서 친환경 정책을 입에 개거품 물며 떠들어대겠지? 

그들이 게으르고 시간없어 이런 공부조차 하지 않겠다면, 적어도 우린 그런 사람을 다음 선거 때 국회에 들여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부해야 한다. 우리가 무지해서 자연을, 아니 (그것도 너무 거창하다) 들에 피고, 거리에 밝히는 꽃들 조차 지켜내주지 못하면서, 정치꾼들의 친환경 정책이 진짜 정책인지 쇼인지 어떻게 무엇으로 알 수 있을 것인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그런 사람들이 웃으며 후려치는 뒤통수를 맞고 나중에 탓하고 욕하는 것 밖에 더했는가? 

저자의 이런 통찰도 통찰이지만, 저자의 눈을 한 번 거친 이 땅의 들꽃들은 하나도 나쁜 것들이 없었다. 그것은 거기 필요해서 거기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더러운 하천을 뒹굴러야 사는 꽃도, 또한 외래종이라고 뽑아 버려야 한다고 핏대를 높이는 것 조차도. 그것은 과연 귀기울여 들을만 하다.   

특별히 내가 이 책에 다시보게 된 것은 잡초에 관한 새로운 통찰이었다. 우리는 이것이 무익하다고 해서 제초제를 써 가면서까지 없앨려고 하는데, 그것도 알고 보면 필요한 것이기에 거기 그렇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그 무엇으로도 때릴 수도, 뽑아 버릴 수도 없는 게 들꽃이다.  

읽으면서 그 꽃들이 말하는 것 같다. "인간아, 철 좀 들어라. 늬들이 우리를 지킨다고?"하며 콧방귀를 뀌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 그 꽃은 피어있는 거겠지만. 새삼 그것의 고고한 생명력에 경이와 애정을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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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1-2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저책은 아니고 그냥 화보로 된 들꽃 사진책이 있는데,우리가 모르는 참 아름다운 들꽃이 많더군요.그리고 새삼 그 들꽃들은 찍던 사진가의 노고와 마구잡이 개발이 많아 아름다운 들꽃들이 조만간 사라질지 모르겠네요ㅜ.ㅜ

stella.K 2010-11-28 13:00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좀 안타깝더라구요.
이 개발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cyrus 2010-11-2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들꽃들 중에서도 정말 아릅다고 이쁜 꽃들이 많은데,,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언젠가는 사진으로만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0-11-30 11:54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개발이란 말만 들으면 현깃증이나요.
이 손바닥만한 작은 나라에서 개발할 게 어딨디고,
땅 파고, 삽질들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국회들어 갈 사람들은 필히 자연 공부 좀 하고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감은빛 2010-12-09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꾹! 눌렀습니다!
이번에도 스텔라님 특유의 패턴이 읽힙니다.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0-12-09 10:15   좋아요 0 | URL
푸히히, 제가 좀 까칠하죠?
그래도 추천은 언제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