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부이치치의 허그(HUG) - 한계를 껴안다
닉 부이치치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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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보게된 것은 2년전쯤(어쩌면 1년전이었는지도 모른다.나의 기억력은 갈수록 저질이다.)TV를 통해서였다. 어떻게 팔도 다리도 없는 사람이 비장애인들 틈에 끼어 운동을 하기도 하며, 연사로서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그의  해 맑은 인상이 해표지증(팔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하긴, 장애인이라고 얼굴에 쓰고 다니라는 법이있나? 장애인이라고 해서 해 맑으면 안 되는 건가? 편견은 금물이다). 그리고 그의 연설을 듣는 사람들마다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다. 특히 그는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무슨 마력인지 그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감동한다. 나 역시 그날 그렇게 보고 그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팔과 다리가 없으니 눕기는 어떻게 눕는다고 해도 혼자 일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도 부족해 그 닭발 같은 발로 드럼도 치고 있었다. 와, 저 정도라면 자기 혼자서 못하는 일은 거의 없겠는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 뭔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바로 그 궁금증이 이 책을 보게 만들었다.
 

역시 그는 그냥 거기에 존재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자신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다는 것에서 많은 좌절과 방황을 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특히 그를 본 사람들은 외계인이라고 놀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그 역시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가정은 꾸려갈 수 있을지, 인간적인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한다. 그런 것으로봐 그 역시 그냥 그렇게 되어진 것은 아니겠구나 싶다. 
 

말하자면 세상은 아직 장애자가 그런 고민없이 비장애자의 대등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그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세상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런 세상을 극복해 갈 수도 있거나  둘중의 하나일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주목해서 본 것은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토록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 배후엔 그를 헌신적으로 돌봐줬던 가족들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군들 사지육신 멀쩡한 자식을 낳고 싶지 않겠는가?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임신하고 산달이 다가오도록 그가 그런 장애가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애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은 좀 더 풍요롭고 상공적으로 살 수도 있고, 불행하게 살 수도 있다. 그것은 장애자건 비장애자건 그 공식을 피해가지 않는 것 같다.

그의 부모님을 그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헌신적으로 돌봐 주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은 그에게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그에겐 상당히 크고도 중요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아무리 지식이 많고, 현명하며, 돈이 많다고 해서 자녀에게 완벽한 유산을 물려줄 수는 없다. 부모도 인간이고, 인간은 완벽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그 자식 곁에 언제나 있지 않는다. 그것을 아는 부모는 신앙을 자식에게 남겨준다. 그리고 그 자식이 하나님을 아는 일에 눈을 뜰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는 고등학교 때 한 신앙 써클 모임에 나가 자신의 살아 온 삶을 고백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즉 하나님은 그를 향하신 놀라운 계획들을 가지고 계셨고, 지금도 그를 통해 일을 성취해 나가고 계신 것이다. 하나님이 그를 멋지게 쓰시는 것을 볼 때 역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한 것을 통해 그분의 일을 이루어 가신다. 닉 부이치치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더러면 그가 지금쯤 어떤 인상을 살지 우리는 상상할 수가 없다. 그는 지금도 세계 곳곳으 누비며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가는 곳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말 희망을 가진 인간은 그 한계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한계를 껴안는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허그로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책 사이 사이에 그의 여러 활동을 담은 사진이 수록 되어있다. 하나같이 밝게 웃고 있다(그리고 드는 상당한 미남이다). 특히 그가 우리 한식 밥상 앞에서 한박 웃음을 짓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아무튼 그 사진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희망으로 쓴 그의 간증과 같은 책이다. 동시에 무슨 운동 선수의 코치처럼 많은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감동한다. 힘을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사람이 잃으면 좋을 듯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이 책이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길 바랬는데 어찌보면 무슨 경영, 처세 관한 책처럼 정형화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약간의 거부감이 없지는 않았다. 하긴, 인생의 깊이를 논하기엔 그의 나이가 비교적 아직 젊다는 느낌도 든다.  아니면 이런 식의 편집이 대세라 편집의 입김이 너무 많이 들어간 듯도 하고.

그래도 그가 쓴 이러저러한 조언들 가운데 아직 잊혀지 않는 말이 있어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여기에 옮겨 놓는다.

"남들을 섬길 기회를 찾기 시작하지 떠났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배운 것이 있다면 가만히 앉아 기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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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1-2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사람,, 군대에 있었을 때 정신교육을 통해서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저런 신체로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stella.K 2010-11-22 13: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사람 비장애인 보다 더 건강하게 사는 것 같지 않습니까?
대단한 것 같아요. 이 대단하단 말이 그에겐 싫을지 모르지만...^^

카스피 2010-11-2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긍정적인 분이시네요.더불어 놀라운 정신력이 소유자시네요.사지가 멀쩡한 사람도 살기 힘들다고 세상을 뜨는 세상인데 말이죠.
근데 이분과 비슷한 분이 있던데 오체불만족이라고 일본분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stella.K 2010-11-23 12: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일본 사람. 오토 다케시였나? 암튼...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있지요.
그는 아직 소년이지만.
참 밝게 살아요. 그만큼 본인도 노력하는 거겠지만
사회가 그들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들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습니다.

진/우맘 2010-11-23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stella.K 2010-11-23 12:10   좋아요 0 | URL
그럼요. 반가워요.
이제 아이들 많이 컸겠어요.
자주 봐요.^^

양철나무꾼 2010-11-2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사람도 이 사람이지만,
얼마전 TV에서 봤던 어떤 아이가 생각나서 말이죠~

전,이런 책,TV 될 수 있으면 안 봐요.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게 동정이나 눈물 따윈 아닐텐데 말이죠,
보다보면 눈물이 앞을 가려서 말이죠~

stella.K 2010-11-23 12:13   좋아요 0 | URL
ㅋ 양철님 마음이 여리시군요.
전 오히려 그거 보면서 유쾌했는데.
이젠 장애자를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그들도 비장애자의 따뜻한 마음과 하나된 마음을
원할 거예요. 그 마음 가져 주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