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베리아 - 시베리아 아이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여행
리처드 와이릭 지음, 이수영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저자가 3년에 걸쳐 우크라이나와 시베리아를 방문하고 그곳 현지인 여자아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보고, 겪었던 일들을 짧막한 100편의 산문으로 엮은 책이다. 

시베리아. 우리는 그곳이 얼마나 척박한지는 정확히는 몰라도 귀동냥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한 변호사가 자국의 아이가 아닌 그런 통토의 땅의 아이를 입양했다는 건 확실히 존경 받을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괜히 더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핏줄 사상이 강하고,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은 벌써 우리보다 몇 세대 앞서 남의 나라 아이도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그나마 예전에 비해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역시 미국을 따라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 개인적으론 반미주의자는 아니지만, 간혹 간혹 내가 미국을 안 좋아하는 것에 나 자신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하지만 이런 입양을 스스럼 없이 하는 것을 보면 난 솔직히 미국을 헐뜯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도 된다. 솔직히 우리나라는 전후에 얼마나 많은 전쟁 고아들이 속출했는가? 그 이후에도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우리의 아이들을 남의 나라로 입양 보내야 하는 쓰라린 전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어려울 때 남의 나라의 원조도 받으며 살았는데, 우리도 이젠 좀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 말로만 OECD 가입국이라고 자랑하면서 남의 나라 아이는 고사하고 우리나라 아이도 건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그 자랑이 유명무색해 진다. 

그런데, 이 책을 읽었을 때 난 좀 당황스러웠다. 산문이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짧고, 문체가 상당히 건조하다.  저자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하는 바를 절제한 체 그냥 보고, 들었을 법한 내용을 간단 요약식으로 쓴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기자의 취재글처럼 말이다. 과연 이것을 산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산문은 그 사람의 느낌이나 생각들이 들어가 줘야 한다. 난 저자가 왜 이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잠시 잊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래, 시베리아에서 입양한 만큼 그 아이가 이 다음에 컸을 때 자기네 나라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뭔가의 기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럴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건 훌륭한 일이다. 그리고 미국 사람은 그런 것 하나만큼을 철저한 것 같다. 해외에서 입양해 왔다는 사실과 그 아이가 자기네 나라를 잊지 않고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아쉬운 건, 그 나라를 좀 더 이해하는 관점에서 기술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물론 가감없이 그 나라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글쓰기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잘못 읽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난 도무지 이 책에서 어느 한곳도 시베리아를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그냥 자신의 관점을 포기하지 않은 채, 그 나라가 얼마나 척박하고 미개한 나라인가만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 더 읽기가 거북스러워졌다. 과연 이런 책을 저자의 입양한 딸이 언문을 깨우쳐 읽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래. 난 그런 못 사는 나라에서 구원 받은 행운아야!' 또는 '그래. 내 나라는 그렇게 못 사는 나라야. 훌륭하게 자라서 어느 때가 되면 시베리아로 돌아가 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충성하며 살겠어.' 이럴까? 물론 생각은 그 아이 자유다.  하지만 또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 받을 차별에 관해서도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아이를 입양하면서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건 그 아이의 정체성과 인권이다.  

분명 시베리아가 열악한 상황이란 건 알겠다. 그 나라도 몇 천년 또는 몇 백년을 이어 온 그나라 고유의 문화가 있고, 아비규환의 땅이더라도 따뜻한 인간미는 어디선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추적해 나갔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냥 일차적으로 보이는 것만, 발견한 것만 급하게 썼다는 느낌만 들어 상당히 개인적 글쓰기란 생각이 들었다. 또 모르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3분의 2만을 읽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나머지 3분의 1이 나의 이런 바람을 채워주고 있는데 그것을 놓치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것 역시 독자 탓마는 아닐 것이다. 언제나 독자는 냉정하다. 처음 책을 읽기 3분의 1이 지나가는 지점까지도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뭔가가 안 나와주면 그 다음부턴 소크라테스식 회의에 빠지는 족속들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난 이 책이 내내 회의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의도는 좋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0-08-23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베리야는 지금도 사람이 살기에 열악한 환경이지만 제정 러시아 시대에는 정치범들이 유배를 가던 최악의 지역이었다고 하는군요.아시는 분이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기차로 가는데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시베리아를 거치는동안 광활한 벌판과 눈때문에 며칠간 무척 지루했다고 하니 얼마나 넓은 땅덩어리인지 상상히 갑니다^^

stella.K 2010-08-23 10:40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근데 암튼 상당히 개인적인 글 같아 전 별로였어요.
남의 나라 문화에 대해서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썼나
모르겠습니다. 나만 이런가요??ㅜ

루체오페르 2010-08-2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안봐서 다른건 모르겠는데 눈길 갔던 이유가...러시아 관련 작품에 자주 보이시는
감수:이현우 로쟈님 이시더라구요.ㅎㅎ

stella.K 2010-08-23 13:0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요. 민망해 죽겠슴다.ㅜ
또 저만 이래요. 다른 분은 좋게 보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