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커피하우스>다.  

표민수PD야 더 말해 뭐하겠는가? 이미 명품 드라마 만들기로 유명한 사람 아니던가? 하지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난 이 사람과는 인연이 없었다. 더 정확히는 이 사람과 인연이 없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과 손잡고 일하는 작가들이 오히려 내 취향이 아니었으니 그럴 밖에.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취향이 뭘까? 그걸 특별히 분석해 본적은 없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건, 애절한 사랑은 소녀 취향이라 그다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표민수 피디야 그런 쪽에서 베테랑이 아니었던가? 

사실 이 드라마도 그다지 오래 봐 줄 생각은 없었다. 잠시 보다가 맘에 안 들면 후꺼덕~ 채널 바꿔 탈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유명한 표민수 피디가 만든 것이니 신고식을 어떻게 하나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헉, 근데 이거 제법 뭔가 한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볼 생각을 했던 또 다른 이유는, 예전에 윤은혜와 공유가 출연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을 너무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다. 과연 그 드라만큼 또 그 이상으로 재미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강지환이 작가로 나온다기에 보기 시작했던 것도 나름 한몫했다. 그런데 더 정확히는 강지환이 작가로 나온다는 게 중요했던 건 또 아니다. 단지 등장인물 중 작가가 있다는 것이고, 그 작가의 역할을 강지환이가 한다는 것뿐.  그렇다고 내가 꼭 작가가 나오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만도 아니다. 그냥 강지환이가 작가로 나온다기에...그렇다고 강지환이를 내가 좋아하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아,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꼬여버렸다. 그냥 결론은 강지환이가 드라마에서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것이다. 약간은 맛이 갈랑 말랑한 작가 역을 말이다. 그래서 이 배우에 대한 매력을 새삼 발견하는 것도 나름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쏠쏠히 더한다. 

 


 


 

 

 

 

 

 

 

 

 

강지환의 상대역 겸 극 중 작가의 비서로 나오는 함은정(오른쪽)은 전에 무슨 사극에서 몸종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엔 나름있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다. 첫회 때는 과연 역할을 잘 소화해낼까 싶었는데 가면 갈수록 연기를 잘 소화해 내고 있어 믿음이 간다. 

이쯤되면 작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군가 했더니 송재정이란다. 얼핏 들으면 남자 같은데 그는 명백히 여자였다. 그녀는 지난 세월 시트콤 작가로 유명했다던데 잘 알려진 작품으론 <크크섬의 비밀>이란 게 있다. 그렇다면 내가 이것을 보았겠는가? 당연 보지 않았다.  

나는 매일 연속극은 보지 않으며 시트콤은 더더욱 내 관심 밖이었다. 그 억지 웃음 자아내는 건 <개그 콘서트>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나다. 그거야 이미 그러자고 작정하고 만드는 것이니 가끔이라도 봐 줄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시트콤을 명품 드라마로 봐 주긴 좀 뭐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송재정 작가 만만찮은 것 같다. 드라마는 자고로 스토리 보다 캐릭터다. 특히 우리나라는 스토리는 좋을지 몰라도 캐릭터가 살아있지 않아 드라마를 깎아 먹는 일이 너무 많다. 물론 내가 끝까지 보는 드라마가 왜 적은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부분까지 보다 내팽개친다. 그게 인내심의 부족인건지? 캐릭터가 약해서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내가 보는 이유는 확실히 캐릭터다. 캐릭터가 살아있다. 

찌질이고, 어딘가는 치우쳐져 있으며, 어딘가는 그늘져 있다. 그런데 웃긴다. 그리고 말이 되는가? 30대 초반에 출판사 사장이라니?(박시연) 그렇다면 태어날 때부터 그런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출판사 사장이 되도록 훈련 받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캐릭터다. 그렇지 않고서야 출판사 사장을 날로 먹어? 이렇게 드라마는 좀 황당하고 비합리적 역할을 감행하도록 하지만, 내가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 한 가지를 더 말하자면 무조건 멋지고, 예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라. 강지환의 비서 역의 함승연. 외모는 평범 그 자체인데다가 사이코 고용인을 만나 악전고투 중이다. 그런데 이 정도하니 볼 맛이 난다는 거다. 주인공이 예쁜데 파리하고 병까지 있어. 뭐 이런 캐릭터 이제 좀 식상하지 않나? 

암튼 난 한 드라마에 꽂히면 그 드라마를 쓴 작가가 궁금해지고 그 사람이 이전에 어떤 작품을 썼나? 궁금해진다. <크크섬의 비밀>이라. 찾아 봐야겠는걸?  

<커피하우스> 아직까지는 선전하고 있다. 초반엔 시트콤 후반엔 미니시리즈라고 하더만 그 설정이 다소 불안하다. 부디 끝까지 좋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종영했으면 한다.

덧) 드라마가 뜨면 꼭 그 드라마를 소설로 푼 책이 나온다. 지문 하나 토시 하나 달라지지 않고 드라소설로 나온 소위 말하는 드라마 소설 읽는 맛이 나던가? 전에 한번 읽으려다 그만 엎어버리고 만 쓰라린 추억이 있어서 감히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다 개인의 취향의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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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드라마까정?
드라마도 이렇게 분석적으로 시청하시는군요~~ㅋㅋ

stella.K 2010-06-09 14:15   좋아요 0 | URL
헉, 저 원래 이랬는데요...긁적긁적.

야클 2010-06-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이'가 쵝오!

stella.K 2010-06-09 14:5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전 이게 또 잘 안 봐지더라구요.
문제는 그노무 장옥정과 순조 때문입니다.ㅜ

카스피 2010-06-10 09:35   좋아요 0 | URL
근데 장옥정과 숙종아닌가요^^

stella.K 2010-06-10 11:11   좋아요 0 | URL
크, 그렇군요.ㅜ

Forgettable. 2010-06-0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섬의 비밀은 은근히 매니아층이 있었는데 많이 뜨지 못했었어요.
시즌2가 당연히 나올법하도록 결말을 내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아직 시즌2소식은 없고ㅠ
여튼 크크섬의 비밀 정말 최고였는데 ㅎㅎ 요즘 그 작가가 이런 드라마를 하고 있군요,

stella.K 2010-06-09 14:33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크크섬 시즌 2가 좌절 됐다고 하더군요.
님께서도 이리 말씀하시니 저도 늦게나마 한번 보도록 하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