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2에서 했던<결혼 못하는 남자>가 종영됐다. 

시청율 8%에서 마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을 여기 저기에서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정말 그렇게 형편없었나? 싶다. 

솔직히 같은 시간대 M에서 하는<선덕여왕> 때문에 맥을 못췄던 탓도 있다. 요즘 <선덕여왕> 빼놓으면 볼만한 TV 프로가 있나? 그 유명한 쌍화점의 주진모가 일부러 야심차게 <선덕여왕>의 러브콜을 무시하고 한판 붙겠다고 <드림>으로 갔으나 현재로선 그 아성에 무릎꿇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그러게 선덕여왕으로 가지...) 

사실 <선덕여왕> 아직까지는 꽤 잘 나간다. 나 역시도 그 드라마 흥미롭게 잘 보고 있다. 하지만 잘 나간다고 해서 미리부터 빵빠레를 울리고 싶지는 않다.  

기존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편의 드라마가 괜찮다고 떠들면 나중엔 뻔한 클리셰에 용두사미로 끝나는 드라마를 숱하게 봐온지라 그저 조심스럽게 볼 밖에. 그래서 난 본방은 안 보고 재방송 때 한꺼번에 몰아서 본다.  

그것이 잘 나가는 드라마에 속고 싶지 않은 나의 저항심리인 것인지, 아니면 '결못남'에 지진희가 나오니까 그런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뭐 일드의 원작을 안 봤으니 안 본 상태에서 남자 주인공이었던 지진희의 연기변신 나름 신선했다. 그전까지 지진희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알면 말이다. 그런데 일드를 본 사람은 하나같이 지진희가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원작 드라마의 주인공과 똑같이 했다고 해서 빈충을 샀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만일 지 씨를 좋아하지 않았고 원작을 봤다면 똑같이 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나름 이 드라마가 좋다고 생각했던 건 같은 사랑과 연애를 다루고 있더라도 현실에 최대한 맞게 다룰려고 했다는 점일 것이다. 드라마라는 게 주로 젊은 사람들의 사랑에 촛점을 맞춘 것에 비하면 이 드라마는 40대로 막 진입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다루었다. 이것 또한 원작 드라마의 힘 입은 바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 드라마에서 배울 것은 뭐가 있을까?  

알다시피 <하얀거탑>은 일본 작가의 작품이고 일본 내에서 드라마로 만든 것을 우리가 가져온 것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일본 원작을 가져와 우리나라에서 재탄생한 케이스가 이 작품이 처음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신선했고 좋았다.  

내가 좋게 느낀 건 기존에 우리나라 드라마가 무수히 많이도 다루는 그것에서 확실히 비껴 새로운 드라마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 특히 그놈의 '사랑'이란 주제를 과감하게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인간의 비열한 욕망과 주인공의 죽음을 전면 배치했다는 것에서 신선했다는 것이다. 물론 다시 생각해도 주인공이 어느 순간 자신의 야망을 꺽고 죽음을 맞아한다는 게 좀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기존의 드라마의 흐름을 깼다는 점에서 나는 이 드라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국내 순수 창작물이 아니라 수입산인 것을. 그것도 일본산.

그러나 내가 말하려고 하는 건 이제 좀 드라마 작가들이 무조건 사랑, 사랑, 사랑만을 들이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른 것도 많은데 언제까지 사랑 타령만 할 것인가? 

<결못남>의 주제가 첫소절을 들어보면 "사랑이 뭐가 필요해, 자꾸 귀찮기만 해"라고 읊조리고 있는 걸 들을 수가 있다. 물론 그 노래의 결말은 "그대라면 나도 사랑해 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그렇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이나 결혼은 옵션이 되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방송은 여전히 사랑타령이다. 그것도 정상적인 거라면 또 말도 안한다. 그렇게 해서 보여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막장까지 간다.  

암튼 이 <결못남>이 방송되기 시작할 무렵 타 방송사에선 "초식남"를 화두로 삼아 레포팅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그 드라마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이 초식남이라고 한다.초식남에 대해서는 굳이 뜻풀이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초식남 알고 보면 별로 새롭지도 않으며 어찌보면 그들의 출현은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방송을 보면서 왜 사람들은 사랑과 결혼은 안 해도 섹스는 남아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 보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것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안 쓰는 근육은 퇴화 되듯이 사람의 뇌나 의식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결못남'에서 조재희는 거의 지존이었다. 그 자신 적어도 장문정을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정신 세계는 완전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장 선생을 만나고부터 외로움이 뭔지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것은 거의 신의 경지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한 것은 외로움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나님은 완벽하신 분이신데 그분도 외로움을 아신다는 것이고 보면 조재희 역시 그렇지 않느냐는 말이다.(그러거나 말거나.) 

그렇다면 앞으로 드라마의 역할은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잊어버린 감성을 일깨워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욕망으로 꽉찬 인간의 마음 한 자락 비워둘 수 있는 그런 드라마. 치사하다 못해 눈 뜨고 봐 줄 수 없는 막장 드라마 같은 거 말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조화로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보여줄게 많지 않을까? 

여기 드라마 하나를 더 소개할까 한다. 역시 K2에서 하는 <파트너>란 드라마다. 

알겠지만 변호사의 일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솔직히 이 드라마 시작은 너무 괜찮아서 동네방네 소문내고 보라고 광고하고 싶어었다. 그런데 보다보니 이 드라마도 뭔 냄새가 난다. 많은 드라마가 그렇게 사라졌듯이 이 드라마도 용두사미가 될 확률이 99.9%다. 

그놈의 사랑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벌써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면 한숨이 나온다. 그걸 전면에 보이게끔 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이 시대에 사랑은 목숨 보다 중요하지 않게된지 오랜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드라마는 목숨처럼 사랑을 전면에 배치하려 든다.  

그러려면 차라리 처음부터 드라마에 사랑은 목숨 보다 중요해요.라고 시작해라. 처음부터 그러다가 또 사랑 타령이냐고 돌맞을까봐 그렇게도 못하면서 뭔가를 보여줄만 하면 러브 라인을 보여주면서 삼천포로 빠지는 건 뭐란 말인가? 

난 이 드라마에 나름 기대가 컸다. 물론 말도 안되는 등장인물이 짜증도 났다. 등장인물 중 그래도 변호사에 가장 가깝다고 본건 김현주와 이하늬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나머지는 캐릭터가 그다지 사실적이지가 못하다. 그래도 좋다고 느꼈던 건 강은호와 이태조가 법정 의뢰를 맡아서 승소하는 과정이 나름 쾌감이 느껴졌다. 캬~! 말싸움에서 결코 지지 않는군! 감탄하면서 그들의 번뜩이는 추리력도 빛나 보였다.  

나는 이 드라마가 미드의 아나토미 그레이나, CSI처럼 시리즈로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그러려면 그 드라마의 변호사들은 조연이 되면서 매 화 사건 의뢰를 맡은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구도가 돼서 변호사의 일과 애환을 보여주고 각 변호사의 캐릭터를 잘 살려줬더라면 좋지 않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법과 관련되 사건 의뢰와 판례가 얼마나 많이 쏟아지고 있는가? 그것을 드라마로 만들어도 CSI가 저토록 오래 해 먹을 줄 몰랐는데 그 정도는 능히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지? 뭔가 굉장한 사건과 음모가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그것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별것 아닐 것 같은 느낌은?  웬지 모르게 별로 알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사각의 화면 안의 등장인물들은 자기네들끼리 심각하고, 자기네들끼리 서로 치고 받고 싸운다. 그러면 채널 확 돌리고 싶어진다.(실제로 돌리기도 했다.) 

비유가 좀 거시기 할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시청자들은 오르가즘에 도달해 있지도 않은데 제작진이나 배우들은 자기네들끼리 가짜로 오르가즘에 도달한 것처럼 헐떡대는 것 같아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솔직히 오르가즘의 최종 목표는 시청자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제작 여건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제 <파트너>는 다음 주 정도면 끝날 것이다. 어떻게 끝날지 대충의 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조기종영한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제작에 드는 비용은 한정되있고 이야기는 마무리를 져야겠으니 또 비슷한 결말로 끝내야 하지 않은가? 그게 그나마 제일 안전하니까. 이건 또 뭐야?라는 말 보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가 평균은 간다는 말처럼 들리니 그렇게 해서 꿀떡 넘겨버리겠다는 거 아닌가? 

난 한 주간 동안 방영되는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드라마를 보느라 들어갔던 나의 시간도 적지는 않아 보인다. 몰라서 못 보긴 하지만 그래도 아, 이 드라마는 정말 시간이 아깝지 않아! 하는 드라마 뽑아내기란 손에 꼽는다. 물량이나 공력이 들어간 드라마는 많은데 내용이 없는 드라마는 아직도 많아 보인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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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08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들었어요. 한국 의학 드라마의 특징-병원에서 연애한다/학원물의 특징-학교에서 연애한다/법정 드라마의 특징-재판정에서 연애한다.

stella.K 2009-08-09 18:29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우리나라 드라마 사랑타령 좀 그만해야 할텐데...ㅠ

진달래 2009-08-1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결못남> 몇 번 봤는데...
그 남자 좀 짜증났어요. ㅋㅋ
결못남이 아니라 결안남 같던데요..

좋은 드라마는 아니겠지만
전 요즘 김혜수의 스타일 보는 맛에 <스타일> 봐요. ㅋㅋ

stella.K 2009-08-10 13:10   좋아요 0 | URL
저도 스타일 보고 있어요.
김혜수 연기 잘하더만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여자 만나면
같은 여자여도 무섭고 부담스러울 것 같더라구요.
남자들은 어떤가 모르겠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