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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흔히 결혼한 여자들 거의 대부분은 결혼은 여자에겐 하나도 좋은 것이 아니며 남자들에게만 좋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말에(어느만큼은) 동의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결혼은 남자들에게도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결혼이 남자들에게도 어려운 것은,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요 그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 날과 같이 경제가 불안하고 직장에 오래 살아남기란 게 쉽지 않은 세상에서 남자가 가정을 책임져 나가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렇지 않더라도 책에서처럼 그럴 염려는 아직 없는 부르조아 인텔리 부부라고 해도 아내와의 소득격차 때문에도 남자들은 은근히 열등감을 갖는다고 한다. 게다가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몰라 좌충우돌하고 왕따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니 결혼은 남자에게도 결코 좋은 것이라고마는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면서 왜 결혼을 하냐고 물으면 결혼은 또 그 나름의 신비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결혼에 대해 함부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금물일 것 같다.
결혼을 주제로한 작품은 많다. 이 작품도 그런 작품중의 하나다. 내가 읽으면서 조금 의아해했던 건 결혼 안하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의 작가가 결혼의 풍경에 대해서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솔직하고 시종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썼다. 어찌보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 것 같은 이 작품은 페이소스마저 느끼게 해 주는데 비록 결혼에 대해서는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솔직함 때문에 이 작품이 사랑스럽게도 느껴진다.
사실 결혼하면 누구만 좋고 누구는 나쁘고가 어디 있겠는가? 행복하면 다 같이 행복하고, 힘이 들면 다 같이 힘든 것이 결혼일 것이다. 그렇게 이분법적 사고는 결혼생활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이 남자의 시각에서 서글픈 결혼생활을 읊조리는 것이라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관점에선 남자들의 결혼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들을 수 있어 나름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재치가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