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 악역으로 나오는 걸 본건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닐까 싶다. 이전에도 악역을 했었나? 악역이기도 하지만 변태이기도 하다. 어쩌면 자기 아내와 자식을 그런 식으로 피를 말리는지. 그런데 그 악역을 나름 괜찮게 연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동건 보단 류승룡을 위한 영화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성애든 모성애든 모든 상황에서 다 용납되고 아름다운 건 아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몰살시킨 백치 같은 악역도 있다. 그전에 실수로 달리는 차에 뛰어든 아이를 죽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살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그는 사형수가 됐지만 사형이 집행되기 전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들 역은 고경표가 맡았는데 촌스러운 까까머리에 고뇌를 잔뜩 뒤짚어 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류승룡의 고군분투하는 역이 하도 인상적여 별 세개 반은 줘야할 것 같다.
난 정유정 작가를 그다지 안 좋아했는데 영화를 보니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낮의 밝음 보단 밤의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언젠가 일본 영화로 본 것 같기도한데 가물가물하다. 강동원과 김의성이 출연한 한국판을 봤는데 뭐하나 겹치는 게 없다. 그럼 안 본 건가? 점점 기억이...ㅠ
암튼 영화가 시작은 좋은데 갈수록 좀 만화 같다는 느낌도 들고 신파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역시 강동원과 김의성이 고생하는 연기를 보니 나쁜 평은 하고 싶지가 않다. 특히 악역 전문 배우 김의성이가 여기선 사람을 돕는 선한 역할로 나와 좀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엔딩이 참 인상적이다.
누군가 나의 신분을 도용해 악당으로 만들고 나쁜 놈으로 몰아간다면 어쩔 것인가. 다소 만화 같은 소재지만 아주 불가능한 소재도 아니다. 물론 이런 일은 실제론 잘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을 못된 놈 만들면 누가 착한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소설은 그다지 보고 싶지는 않다.
나도 나이를 먹는지 얼마 전부터 습관적으로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 재방송을 보기 시작하더니 그 여파 때문일까? 괜히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나의 옛 추억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세대가 아닌가. 게다가 울엄니도 요즘 들어 부쩍 옛날 이야기를 많이한다. 어쨌든 그런 그런 분위기를 타고 이 영화까지 보게 되었다. 2015년 작품이니 무려 10년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그런데 워낙 노인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스토리 자체는 별로 시간을 타지 않는 느낌이다. 요즘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휴먼 드라마 내지는 노인 멜로로 봐도 되겠지만 약간의 미스터리를 가미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불친절한가? 무슨 필름을 뚝뚝 잘라 먹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중에 마무리는 나름 잘 됐지만. 노인성 치매에 관한 접근도 나름 나쁘지 않게 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이런 영화도 만들다니 좀 놀랍기도 했다.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시도가 좋은 영화란 생각은 들지만 이런 영화가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면 소재를 좀 더 다양화시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