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한때 조폭 영화 제작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게 영 탐탁치가 않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조폭이 뭔가 조폭이 하며 혀를 끌끌 찼었다. 그러다 어제 이 영화를 보니 조폭 영화 열풍은 여전히 마땅치 않은데 사람이 왜 조직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조폭이라기 보단 고등학교 불량써클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14,5년 전 영화다. 지금도 일진회 같은 불량써클이 있는지 모르겠다. 워낙에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사회를 살다보니 불량써클도 없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저 영화가 만들어졌을 당시는 무전기만한 휴대폰과 삐삐가 함께 사용되어졌던 때다. 아무래도 불량써클에 입단하게 되면 학교가 주는 그 답답함에서 뭔가의 일탈이 좀 더 용이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공부를 안 해도 같이 안하고, 뭘 해도 집단으로 움직이니 뭔가 심리적 안정감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짱구(정우 분)가 어떻게 불량써클에 가담하게 되고 졸업할 때까지 3년을 지내왔는가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처음 들어 가 꼬붕에서 2년차인 중간자 즉 후배와 선배를 함께 다스리고 섬겨야하는 입장과 위에 더 이상 선배가 없는 3년차를 차례로 보여준다. 스토리 자체가 좀 오래되고 조폭 영화라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볼만한 요소가 많아 끝까지 보게 됐다.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는 지금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들의 성장기를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정우라는 배우가 어떤 필모를 쌓으며 지금까지 왔는지, 배우로서 탄탄한 성장 스토리의 한 대목을 볼 수 있어 옛 영화가 주는 향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마치 빛바랜 앨범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찡한 느낌도 든다.
특히 요즘 이웃집 아저씨나 어느 회사 대리 뭐 이런 식의 조연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이름은 잘 몰라도 척 보면 알만한 사람들이다. 이때는 좀 슬림하게 나오긴 했지만 그때나 이때나 얼굴의 변화는 거의 없다. 그런 배우들을 고등학생으로 분한 건 좀 심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 시절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 봤다면 이건 고등학생을 모욕하는 거라며 반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ㅋ
또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힘은 음악에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청춘 영화인만큼 젊은 감각의 음악을 쓸 법도한데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국악을 사용했다. 특히 가야금. 이 묘한 조합이 희안하게도 영화를 보는 힘을 끌어준다. 재밌는 건, 영화 초반에 짱구를 비롯한 네 명의 아이들이 요주의 인물이 돼서 결국 선생님한테 대걸레자루로 엉덩이를 흠씬 쳐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나 웃기고 실감나던지 웃음이나서 혼났다. 역시 학창시절하면 빠지지 않는 추억이 이런 거 아니겠는가. 어떤 선생님한테 어떻게 맞았는가 하는. 지금은 선생이 애들 건드리면 큰일나는 세대가 되었지만.
아무튼 이 영화 별 네 개도 줄 수 있는데 난 반 개를 깎았다. 아무래도 조폭은 내 정서상 그다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고 빛바랜 감이 있어서. 그래도 추천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의 이미지 때문에 주인공의 신출귀몰한 활약상을 기대했다면 접어두길 바란다. 코믹 액션 느와르를 표방하지만 오히려 실수를 연발하며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나온다. 영화가 좀 길고 아무래도 느와르인만큼 사람을 어떻게 하면 많이 멋있게 죽이느냐가 관건인지라 뒤로 갈수록 좀 피곤한 느낌을 살짝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80년대 빈티지한 느낌과 만화적 느낌을 살려 그 점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등장인물도 만화적이지만 나름 멋지고 그럴듯하게 나온다. 주인공 역을 맡은 이제훈은 정말 그를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게 연기를 잘한다. 이런 내공을 쌓으며 드라마 '모범택시'까지 왔겠구나를 생각하면 이젠 정말 믿고 보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다.
2016년작이다. 그때 벌써 이런 영화를 만들 정도라면 홍콩하면 느와르라고 하지만 우리만의 K 느와르를 개척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감독이 예전에 송중기, 박보영이 나왔던 <<늑대소년>>을 만든 조성희 감독이다. 나는 옛날 감독 몇명은 알아도 요즘 감독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던데 영화가 감독의 예술인만큼 이 감독 정도는 기억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크게 감동할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영화 수준이 여기까지 왔구나 새삼 확인차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말순 역을 맡은 조그만 김하나 배우가 이제는 사춘기 소녀가 되었다. 영화에서 결코 아이답지 않은 대사를 지나치게 되바라지지도 않으면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어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이 작품 이후에도 몇 작품에 출연 했지만 아직 챙겨보지 못해 어떻게 성장해 갔는지 모르겠다.
별 세 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