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겨울 치곤 온화한 날씨

며칠 쨍하게 춥더니 2, 3일 전부턴 겨울치곤 제법 온화한 날씨다. 춥지 않은 건 다행스럽긴한데 왠지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이렇게까지 온화할 필요는 없는데 앞으로 또 추울 날이 있을까 이대로 봄을 맞게되지 않을까 의문스럽다 못해 불안해진다. 아직 봄은 아닌데... 


1. 오늘 하루종일 어느 배우의 죽음이 내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른다. 수개월전부터 그의 마약투약과 관련한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오늘과 같은 일이 있지 않을까 뭔가모를 기시감 같은 걸 느꼈다. 그전에 유모 배우의 이와 똑같은 보도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배우의 보도가 조용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못지 않다. 그도 같은 길을 가게될까 봐 걱정이다.) 유난히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좋은 이미지였는데 추락해서 보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집중포화를 받으니 나중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기자들이 정말 하이에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데 어느 정도 선을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말로만 팩트체크지 왜 추측성 보도만 남발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죽으니까 팩트체크한답시고 일제히 다시 떠들어댄다. 그게 진짜 팩트체큰지 묻고 싶다. 하다못해 어디는 누리꾼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면서 다시한번 오늘 세상 떠난 배우의 사생활을 또 언급하더라. 그러면서 독자들의 알 권리 운운하겠지. 

고인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자들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어디에 글 한 줄 못 올려준게 내내 마음이 걸린다. 하다못해 이곳 알라딘 서재에라도 올렸어야 했던 거 아닌가? 곧 잠잠해지겠지하며 스스로 방만했던 걸 후회한다.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사생활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추측성 보도를 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있으면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개 같이 짖어줘야 한다. 고발도 불사해야 한다. 우리는 듣지 않고 알지 않을 권리가 있다. 분명 이것에 대한 헌법조항이 있지 않을까? 이참에 오늘 떠나간 배우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잘 가라, 배우여. 한때는 그대 때문에 행복했음을 잊지 말아주시길. 부디 그곳에선 조용히 편안하게 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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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2-28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이 이렇게 쓰셔서 저세상에서 그 배우가 위로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힘들겠네요

stella.K 님 2023년 마지막 날까지 편안하게 지내세요


희선

stella.K 2023-12-28 20:20   좋아요 2 | URL
아, 정말 한 해 마감을 두고 이런 일이 생겨서 착잡합니다.
제가 이런대 유가족들과 친지들은 어떻겠어요.
이런 일 자꾸 반복되서 속상합니다.

고맙습니다. 희선님도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blanca 2023-12-28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는 호감을 가지고 응원하는 배우였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의 경솔한 행동과는 별개로 경찰조사 과정에서에서 피의사실이 낱낱이 공표되었고 선정적으로 보도되었던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23-12-28 20:25   좋아요 1 | URL
오늘도 여전히 그와 관련된 뭔가의 비하인드 기사를
조금이라도 쏟아내려고 하는 저들의 안간힘이 보여서 넘 속상합니다.
이젠 좀 조용히 좀 하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면서 이런 거 보면 분노하다 못해 혐오가 느껴지네요.

젤소민아 2024-01-01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배우님으로 인해 꽤 많이 행복했더랬습니다. 죄의 성립보다 단죄가 먼저라니...통탄할 일입니다. 따지고 보면, 죄에서 백퍼센트 자유로울 이가 있을지요...명복을 비는 게 고작이지만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stella.K 2024-01-02 10:00   좋아요 0 | URL
민아님, 잘 지내시죠? 반가워요. 정말 그렇게 따지자면 마약사범들 다 잡아들이는 족족 다 포토라인에 세워야합니다. 왜 연예인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고 기자놈들 하이에나 같이 달라붙는지 정말 욕나옵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죠. 전 이참에 동조업계 사람들 들고 일어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인권은 보호 받아야죠. 안 그렇습니까?

페크pek0501 2024-01-0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의 죽음으로 엄청 속상했어요. 그의 목소리를 좋아했거든요.
다시는 그 개성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속상하던지요.
그를 포토라인에 세 번씩이나 세웠던 이들을 원망하게 되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24-01-02 10:07   좋아요 0 | URL
다들 좋아했죠. 사실 이선균하면 다들 파스타를 먼저 또 올리겠지만 전 그 보다 훨씬 먼저 알고 있었어요. 기억은 안 나지만 아는 선밴지 후배 단편영화에 출연해 무슨 대사를 하다 이상한 춤을 추더군요. 뭐 저런 영화가 다 있나했는데 얼마 안 있다 공중파 드라마에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명성을 쌓았는데 하루아침에 이슬같이 사라졌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