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이제 더 이상 남은 가을에 이상 기온은 없겠지?
1. 며칠 전 나의 노모가 슬픈 말을 했다. 글쎄, 이제 책을 그만 사 보란다. 그게 그냥 내가 책 사 보는 게 꼴 보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마치 눈도 나빠지고 나이도 많으니(?) 독서는 그만 은퇴하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독서를 은퇴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싶기도 하다.
하긴 눈도 안 좋고, 점점 앉아 있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으니 나도 언제부턴가 책을 진짜 못 읽을 때를 대비해서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곤 했다. 그러니 엄마의 말도 일리는 있다 싶다. 만일 그렇다면 독서 대신 뭘 할 건지도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엊그제, 얼마 전 타계한 고 박서보 화백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던데 책을 안 읽게되면 이런 다큐멘터리를 챙겨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2.
하지만 내가 누군가? 엄마의 뜻을 보기 좋게 거역이라도 한듯 책을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왼쪽 책은 지난 여름 저자인 김남준 목사가 한 간증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고 사 봐야지 벼르고 있던 책이었다.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8 문장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간 에세이다. 듣기만 해도 대단하지 않나? 근데 막상 책을 받고 보니 생각 보다 두껍지도 않고, 한 페이지 당 글자도 별로 많지도 않다. 시집 보다는 많지만 여느 에세이에 비하면 적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사실 이 양반 좀 대단한게, 사춘기 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책만 줄창 읽다가 인생이 허무해 자살 시도도 하고 그러다 기독교에 귀의해서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신학을 해 교수를 하다 목회자가 되었다. 기독교 출판문화상을 무려 5회나 수상 하기도 했는데, 현재 자신이 보유한 책이 3만권인가 6만권? (듣고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 ㅠ) 어쨌든 만 단위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양반 집엔 아예 큰 서고가 있지 않을까? 그 서고엔 어떤 책이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책을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른쪽의 책, '지휘의 발견'이 눈에 먼저 띄였다. 오래 전부터 메에스트로에 관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뭐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휘자에 대해선 궁금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연주를 할 때 특별히 지휘자한테 눈도 안 주고, 또 말에 의하면 연습 때도 단원들이 지휘자의 말을 별로 듣지도 않는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지휘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일까 궁금했다. 기업가의 리더십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지휘자의 리더십은 궁금한지라 마침 중고서점에 싸게 나와 같이 구매를 하게 됐다.평도 괜찮고,
2-1. 사실 저 두 권을 사는데 2만원이 채 들지 않아 책 한 권을 더 살까 하다가 포기했다. 그냥 배송비 1500원을 까고 샀다. 좀 아깝긴한데 시내버스비도 그 돈 아닌가? 그나마 왕복이면 더 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ㅠ 그런데 이 2만원 이상 무료가 전에도 그랬나 아니면 이번에 인상된 건가 기억이 없다.
3. 재작년까지만 해도 동네 지물포 주인 할머니가 가게 출입구에 늦가을부터 봄까지 붕어빵을 팔아었다. 근데 물가가 올라서일까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어서일까 작년부터 장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못 먹겠구나 했는데 길 가다 우연히 붕어빵을 파는 푸드트럭을 발견하고 얼마나 다행이던지.
하지만 가격이 문제다. 앞서 말했던 할머니는 천원에 3마리 주던데, 그 푸드트럭 젊은 여사님은 5천원에 7마린가, 8마리 주더라. 그래서 많이도 못 사 먹고(?) 두번쯤 사 먹었다. 뭐 붕어빵이야 기분으로 먹는 거지 정말 좋아서 먹는 건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이젠 비싸져서 길거리 대표간식도 아니다. 하지만 불안하긴 했다.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해서.
그런데 왠걸, 올해는 그런 걱정 1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동네에 아예 호두과자와 함께 붕어빵을 낸 가게가 발견돼 이제 붕어빵 못 먹을 일 없겠구나 했다. 그런데 왠걸, 마트 갔다 오*기에서 아예 냉동식품으로 나와 있더라. 급한 마음에 한 봉지 사다 먹어봤다.
글쎄, 길거리에서 파는 거 보다 좀 부드럽긴한데 바삭거리는 그 특유의 식감은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 놀라운 건, 8마리가 7천원이다. 작년 푸드트럭 5천원에 7마리 비싸다고 했는데 댈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걸 사 가지고 집에 오는데 편의점에서도 판다고 방이 붙었더라.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경쟁적일 수가 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다. 과연 이 상황을 좋다고 봐야할지 나쁘다고 봐야할지 알 수가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야 편하게 사 먹을 수 있으니 좋긴하다만 대기업에서 이렇게 나와주면 이제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은 사라진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기업이 골목상권 다 죽이는 거 아닌가. 이제 붕어빵은 따뜻한 마음으로 먹는 게 아니다. 그냥 붕어를 닮은 달달한 빵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