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체로 흐리고 바람


1. 정신없는 4월이 가고있다. 날씨만 보더라도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고 황사와 미세먼지도 장난 아니다. 내일부터 5월이 시작되고 기온은 차츰 안정을 되찾으면서 오르겠지만 대신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겠지.


2. 이번 달은 이것저것 손에 든 책은 몇권 되지만 완독한 책은 유일하게 강인숙의 <글로 지은 집>이 유일하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읽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안 됐고 아마 앞으로도 무슨 책을 읽던 그럴 것 같다. 나의 독서는 완독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ㅋ


3. 어제 우연히 TV에서 이 영화를 봤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봐야지 했는데 잘 됐다 싶었다. 나름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3.5 정도는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학문의 자유를 위해 탈북을 했지만 북에도 남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한 북한출신 수학자의 이야기를 꽤 사실적으로 그렸다. 

주인공 이학성(최민식 분)을 통해 북한은 수학이란 학문을 체제와 전쟁준비에만 쓰려고 하고, 남한은 그저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공부할 뿐이다. 수학은 수학으로 순수하게 좋아할 수 없기에 이학성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아들과 함께 월남했지만 남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월북을 시도하다 죽는다. 이렇듯 그는 아버지로서 자식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역시 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린 탈북민을 환대할 의무가 있다. 환대할 때 환대하지 못하면 우린 반드시 그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영화의 흐름이나 구조가 알 파치노가 나왔던 <여인의 향기>와 흡사하다.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의 묵직한 연기가 볼만하다. 

중간에 17살 소녀와 함께 듀엣으로 수학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분히 쇼적이란 느낌이 든다. 앉은 자리에서 그런 유창한 피아노 연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둘 다 굉장한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더구나 듀엣 아닌가. 그래도 뭐 연주 자체는 볼만했다. 

배우들이 원래 수학에 그렇게 뛰어날 것 같지는 않은데 칠판이나 노트에 어떻게 천연덕스럽게 푸는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존경스럽기도 하다.

보다보니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게 생각이 났고, 이제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수학 잘하는 사람 보면 부럽긴 하다.      

        



4. 한 3년 동안 사람을 안 남나고 살아서일까? 자꾸 약속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근래 그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러고 보면 내 성격이 외향적이었던가 싶기도 한다. 난 분명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기 빨리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5. 나이를 먹어서일까. 요즘엔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아깝다고, 내가 앞으로 얼마를 살겠다고 몸을 사리는가 그런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조용히 사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호르몬의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남성적이 되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런가, 얼마 전 누구와 싸우고 성에 안 찼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나와 동갑내기 남잔데 이 사람은 처음에만 화를 발칵 내더니 이내 그 싸움에 책임도 지지 않고 숨어버렸다. 뭐 미안하다 어쨌다 말도없이. 말하자면 이 사람은 여성 호르몬이 넘실거렸던 거겠지. 뭐 그래서 평화가 유지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선 가장 안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박터지게 싸우고 영영 안 보던가 아니면 화해하던가 그게 내가 원하는 건데.

내가 자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도 성격보단 호르몬의 변화인지도 모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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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05-01 16: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 제가 독서 모임 세 개에 참석해요. 십 년 전 때 사람 만나기 적극적이지 않았던 과거 제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변했어요.. ㅎㅎㅎ 과거의 저는 독서 모임 하나만 꾸준히 참석해서 책 한 권을 완독하면 만족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더 경청하게 되더라고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책에 없는 삶의 지혜나 지식을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세상이나 타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시선이나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고요. 독서 모임에 만나는 분들 전부 성격이 따뜻하고 생각이 깊어서 제가 배울 점도 많고, 책을 매개로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좋아요. 저도 책을 매우 좋아하는 놈이지만, 그래도 책보다는 사람이 중요해요. ^^

stella.K 2023-05-02 14:17   좋아요 0 | URL
오, 보통 사람은 사람 대하는 게 싫어지면 책 속으로 숨곤하는데
넌 오히려 책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는구나.
바람직한데?^^

yamoo 2023-05-04 06:42   좋아요 1 | URL
여러 개 모임을 하다보면 피로도가 쌓일 때가 옵니다. 모임은 사람이 중요한데 이상한 사람 하나 끼면 모임 와해되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몇 번 겪으니 다시는 모임을 만들지 않고 모임에 나가지도 않아요..ㅎㅎ

yamoo 2023-05-04 0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로 지은 집> 찾아봤어요. 흠...당분간은 읽지 못할 거 같지만...^^;;

수학교양서는 요즘 양서가 아주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요. <대량살상 수학무기>는 그 중에서도 원탑인 것 같기두 하고..<수학은 스토리다>는 안봤지만 박경미의 책과 비슷한 부류 같습니다.ㅎㅎ

3년 동안 사람을 안만나면 약속을 잡고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만...그건 성격이 외향적인 건 아닌 듯합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1달도 혼자 있지를 못해요...ㅎㅎㅎ

stella.K 2023-05-04 13:15   좋아요 1 | URL
글로 지은 집은 야무님이 좋아하는 스탈은 아닐 것 같긴해요. ㅎ
그래도 전 이책 재밌게 봤어요.
리뷰를 쓰고 싶은데 게을러서 못 쓰고 있답니다.ㅋ

영화 보세요. 수학이란 소재를 통해 남한과 북한 사회를 비판하는데
전 나름 좋았어요. 최민식이 어느 고등학교 수위로 나오는데
할아버지라고 불어야겠구만 자꾸 아저씨라고 부르니 좀 어색하긴 하더군요.

그렇죠. 저도 사람만 줄창 만나고 있으면 피곤해해요.
외향적인 사람 만나면 더더욱.
근데 제가 이러는 걸 보면 호르몬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ㅎㅎ

레삭매냐 2023-05-09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는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그렇게 허랑방탕하게 살았는데...

말씀이 어찌나 이리도 구구절절
하게 와 닿는지요.

서로 안보는 것도 화해하는 것도
모두 쉽지 않은 미션이지 싶습니
다.

stella.K 2023-05-09 16:11   좋아요 0 | URL
누가 보면 매냐님 되게 방탕하며 산 줄 알겠어요.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서로 안보는 것도 화해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뭐 이렇게 사람의 관계는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ㅠ